1일 6일이 장날인 소도시의 시장통 끄트머리즈음에서 성명희의 아버지는 철물점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그녀의 번호가 앞에서만 맴돌았던 것이 엄마를 닮지 않았을까 여기는 것은
그녀의 아버지는 꽤나 큰 키, 덩치와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 이기도 했던 이유일 것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매우 조용한 여자였으며 자그마한 체구로 남편과의 사이에 딸 둘과 아들하나를 둔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적어도 남들이 보았을때는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 처럼 보였다.
성명희의 어머니는 철뚝길 건너에 있는 논과 밭에 농사를 짓고 있었고
철길 아래로 나 있는 길을 돌아오는 것 보다
주로 기차가 지나가지않는 시간을 이용해 철길을 가로 건너가고 건너왔다.
장이 서는 1일6일엔 철물점에서 남편을 도왔으며
농사 지으러 다니는 날은 장날과 일요일...미사를 보기 위해 성당에 가는 날만은 제외 되었다.
중학교 다니던 여름날 언제인지...
성명희의 어머니가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기차에 치어 죽었다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아버지는 처녀장가를 갔다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명희는 수녀가 되었다고 했다.
그녀가 수녀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왜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처녀장가를 간 것이
명희가 여자로써 평범하지 않은 길을 가게된 이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어느장날 친구들과 장 구석구석을 어슬렁거리다가
시장끄트머리 즈음의 철물점이 궁금해졌다.
지금으로 치면 일진쯤으로 표현 되었을
이태숙의 아버지 **목욕탕앞에 펼쳐진 어물전을 기웃거리다가 성명희의 새엄마가 궁금해졌다.
그녀의 새엄마는 예쁘기도 하지만 성격도 좋다는 말을 내 엄마를 통해서 들었고
정말 죽은 엄마보다 더 괜찮은 여자일까..
아무리 괜찮은 엄마라도 내 엄마만 할까...하는 생각으로 기웃거리다가
책상에 앉아 장부정리하던 그녀의 눈과 딱 마주쳤다.
"와? 뭐 사러 왔노?"
철물점에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가지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적당한 핑곗거리를 생각해 냈다.
"명희는요?"
"명희 어데 갔어요?"
그제사 내가 물건 사러온 아이가 아니라 명희의 친구라고 짐작을 했는지
빙그레 웃으며
"명희 엄따...심부름 갔다"라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러고도 나는 명희를 기다리는 것 처럼 가게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아줌마의 기색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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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시고도 햇수로 5년이 지났지만,
하나 시누이의 아들이 장가를 가고, 며느리가 아이를 낳았지만,
시누의 가게에 가서 명절대목에 당연히 참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녀의 새벽부터 시작하는 몸이 밑천인 떡방앗간에서 벌어들인 돈을
시누 남편 알게 모르게 가져다 남편의 사업에 밀어넣은....
'죄'를 나 몰라라 하고 무시할 수 없었음을 인정함 이었다.
떡방앗간이 한창인때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추석이면 송편을 기억하고 설이면 떡국을 기억해내는 민족임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어제는 1일...
장바닥을 헤매던 그곳의 대목장이었을테고
대형마트가 시장손님을 다 끌어간다 해도 장은 장의 몫을 했을 거였다.
미리 쌀을 물에 불려 빻으러 오는 여자들이 늘어날 수록 시누의 목소리가 높아질테지만
평소처럼 9시 연속극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하며
내리누르는 눈꺼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비몽사몽 헤매이면서도
내가 앉은 전철 건너편에 앉은 '여편네'가 죽일놈 살릴놈 주위의 시선을 무시한채 떠드는것을
들었던것 같은데 눈을 뜨고 이러저리 살핀다음 확인한 역은 천황이었다.
천황?
광명사거리 지나서 천황인가? 천황다음이 광명 사거리였던가?
그러는 사이 지하철은 종점...온수에 들어서고 있었다.
철산을 내렸어야 했는데...
철산을 가려면 어느쪽에 가서 지하철을 타야 하는거지?
옌벤 사투리를 쓰는 여자에게 길을 묻다....ㅋ
그렇게 어제 하루 종일 나는 송편을 팔았고
해질 무렵에 온 딸아이와 시누의 며느리와 시누의 집에 가서 나물을 데치고
부침개를 부치고....
집에 돌아와 쓰러져 잔 시간이 열한시는 된 것 같았다.
추석이라고 나는 과일을 조금 샀고....과를 샀다.
오늘아침엔 다른날과 다르지않은 식사를 했고 두시간 너머 세시간 가까이 걸려서 광명을 갔고
퍼진 차를 세워두고 시누의 집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온 시간은 늦은 일곱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달이다...
보름달...
올해는 보름달을 보며 간절한 기도를 하리라.
구멍가게도 10년은 해야 자리를 잡고
떡집 10년이 넘어가니 자리 잡혔다고 하는 시누 말처럼...
제조업 7년을 넘어 8년이 되는 올해 말...그리고 내년초엔 지금까지 해 온일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비나이다...비나이다...빌었다.
둥실 떠오른 보름달과 함께 철물점집 성명희가 생각났다.
성명희는 지금도 역시 수녀님일까...
수녀님이라면 어디에서 지낼까...
개종을 하지않았더라면 신원식이 신부로 있으면서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던날 찾아가서
차 한잔을 했던것 처럼 얼마든지 용기 내 볼텐데...
나는...겉만 불자로....산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첫댓글 누구나 다 자신을 그렇게 생각 하면서 살고있어.... 내가 그렇지만 않았다면..하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