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민중의 소리] "현대차 비정규노조, "투쟁의 패배 상상해본 적 없다" (조가영 교선부장 단식 31째 되던 때 인터뷰)

[냉이]

현대차 비정규노조, "투쟁의 패배 상상해본 적 없다"

[인터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조가영 교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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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구 기자

현대자동차의 추석연휴가 끝나지 않은 9월 30일, 비정규직노조는 67일째 철야농성 중이다. 안기호 위원장은 이날 단식 31일째를 맞았다. <민중의소리>는 안 위원장과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그는 며칠 전보다 더 상태가 나빠져서 서면인터뷰조차 불가능했다.

△조가영씨(삭발식) ⓒ현자비정규노조

"저희들 처음에 식당 앞에서 박스 깔아 놓고 철야농성 돌입했습니다. 두 달이 넘어서고 세 달째 접어들면서 처음에는 우리 혼자만의 외로운 투쟁이 아닐까 했는데 투쟁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내일 침탈이 예견되고 있지만 두렵진 않습니다. 일터를 지켜내고, 우리 손으로 일궈온 노동조합을 지켜내기 위해선 그 어떤 탄압에도 맞서야 한다는 것, 투쟁 속에서 하나 하나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조가영 교선부장의 말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20일, 직영체제 전환을 이유로 42명의 하청노동자들을 계약해지했다.

"비정규직이 일하던 공정이 직영화 되었으니 그곳에서 일하던 비정규직은 나가라는 겁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정규직노동자는 쫓겨나고 ‘공정만 직영화’된 것이지요. 그러나 공정을 직영화한다면 해당 공정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입니다."

"불법파견은 파렴치한 범죄행위"

사측에 '찍히는' 원인이 된 것일까.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5월 27일 노동부에 <불법파견 집단진정>을 넣었고, 그 결과로 9월 22일 진정업체 직원 대부분이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는 현재 계약해지된 노동자들이 일했던 업체들(명성산업, 대서공영, 광원기업)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이들 하청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주)현대자동차임이 인정된 것이고, 곧 계약해지가 부당해고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조씨는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대해 "현대자동차가 지난 수년동안 1만 5천명에 달하는 불법파견 노동자를 사용함으로써 그간 수십조원의 순이익을 착복, 갈취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했다.

"불법파견은 한마디로 중간착취와 인신매매라는 파렴치한 범죄행위입니다. 사람장사라는 것이지요. 애초에 정규직으로 고용해서 투입해야 하는데, 하청업체라는 중간착취업체를 가운데 끼워놓고 법정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주어서 정규직의 일을 대신하여 시키는 것입니다. 이 먹이사슬, 사람장사의 우두머리는 당연히 현대자동차입니다."

조씨는 이 판정이 "투쟁의 성과임에 분명"하다며 "현대자동차의 몰지각한 행태들을 대중에게 아주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현대자동차가 "이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절대로 하청노동자들을 직접고용·정규직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번 계약해지가 애초부터 '비정규직노조 무력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약해지 대상자의 상당수가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이다. 이와 관련해 조씨는 "이번 기회에 쓸어내자는 취지로밖에는 해석이 되질 않는다"며 "아주 오래 전부터 회사 측이 치밀하게 비정규직노조 말살을 위해 준비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동부와 청와대에까지 로비"

조씨의 믿음을 입증하듯, 현대자동차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9월 14일 현대자동차는 울산지법에 <강제퇴거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오늘(30일) 농성장과 현장 곳곳에는 <퇴거 고시문>이 나붙었다. 이제 농성자들을 끌어내는 순서만 남은 것.

"확인되지 않는 얘기들이 돌고 있습니다. 오늘내일 사이에 조만간 침탈이 들어올 것이라고 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확인되지 않는 얘기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사측이나 경찰 입장에서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법원 집행관들이 와서 가처분결정 고시문을 붙이면서 경비들을 대동하고 온 것도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조측은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노조를 현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즉 현장과 격리하기 위해 노동부와 청와대에까지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노동부는 불법파견 판정일을 9월15일로 예정했다가 돌연 발표를 연기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예정일(15일) 바로 직전에 이 사건을 담당하는 노동부 사무관이 급하게 청와대로 호출되어 불려갔다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사실을 확인한 결과, 현대자동차는 노동부에 <불법파견을 일주일만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끈질기게 했고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여 15일로 예정되어 있던 판정을 정확히 일주일 뒤인 22일 발표했습니다."

우연찮게도 원래의 예정일(15일)보다 하루 앞선 14일, 사측은 울산지방법원에 <퇴거단행 가처분신청>을 접수한다. 때문에 노조는 이 <퇴거단행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도록 하기위해 노동부가 발표를 연기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 투쟁의 패배를 상상해본 적이 없다"

향후 투쟁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가영씨는 "우리노조는 이번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면 노조 자체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투쟁에 진다면 노조 자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향후 투쟁이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안기호 위원장은 죽을 각오를 하고 31일차 단식농성을 전개하고 있다"며 "죽는 한이 있어도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끈 후에, 우리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축으로 하여 하반기 파견법 개악 저지와 비정규권리보장입법 투쟁의 전선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민주노총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파견법 개악에 맞선 하반기 총력투쟁이 결의되었고 현대자동차 내에서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단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만이 아닌, 800만 비정규직과 1,400만 노동자 전체의 이해를 내걸고 중단없이 싸워나갈 것입니다."

2004년09월30일 ⓒ민중의 소리

http://www.voiceofpeople.org/new/news_view.html?serial=14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