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설날입니다.
‘설’은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라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누군가 우리나라에는 설이 두 번이라고 썼던대, 설은 한 번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설이 우리 고유의 명절이라서 말살하려고 설을 못 쇠게 하고는 양력 1월1일을 신정이라고 해서 설로 쇠게 했습니다. 그게 그대로 내려와서 양력설, 음력설 이렇게 두 번 쇠는 이중 과세(過歲)를 하니까 우리 명절인 설(음력)만 쇠자고 해서 그것이 정착되었죠. 설이 두 번인 게 아닙니다.
방금 목사님들 단톡방에 ‘음력설입니다’라는 동영상이 떴는데, 음력설이 아니고 그냥 설입니다.
갑진년인 올해는 갑(甲)은 靑색이고, 진(辰)은 용이니까 용 중에서도 영물인 청룡의 해라지요.
설날 아침에, 떡국 먹고, 딸의 세배를 받고, ‘큰일을 하겠다니 고맙고 잘하자’ 덕담을 하고,
세뱃돈을 주는 게 아니라 되레 용돈 봉투를 받고,
그리곤 그냥 집에 있습니다.
누님과 형님들 모두 연세 때문에(내가 막내니까) 건강이 편치 않으셔서 설은 그냥 지나가고 따뜻한 봄날에 모이자고 하셨습니다.
아들이 오늘 못 오고 내일에나 온다고 하길래, 오늘은 공연도 없을 텐데 왜 못 오냐니까
마눌과 딸이 한목소리로 ‘제 나름대로 일이 있겠죠’ 합니다. 나는 그냥 머쓱해졌죠.
명절이면 딸은 시골에 내려가지 않는 제 친구들에게 주려고 전(煎)을 가지고 가고,
아들은 전과 갈비찜을 좋아하니까 명절이면 다른 음식은 별로 안 해도 전과 갈비찜은 꼭 합니다.
명절마다 한우로 갈비찜을 하던 것을 올해는 들어온 LA갈비가 많아서 그걸로 갈비찜을 하라고 했습니다.
전은 육전, 동그랑땡, 동태전, 새우파꼬치전, 표고전, 호박전을 부쳤는데,
올해는 선물로 들어온 민어가 있어서 민어전도 부쳤습니다.
마눌과 딸이 전을 부치는 동안 항상 나는 시식만 하는데, 어제는 마눌이 두 번이나 심부름을 시킵니다.
마트에 가서 찹쌀가루를 사 오라고 해서 사 왔더니,
한참 있다가 계란이 모자란다고 해서 또 가서 계란 한 판을 사왔습니다.
수년 전에 봤던 “Body of Proof”라는 미드가 쿠팡 플레이어에 올라왔기에 보는데,
이건 생전 처음 보는 드라마같습니다.
그 드라마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은 다 알겠는데 내용은 전에 봤던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는 말입니다.
웬만한 드라마는 제목을 잊어서 안 본 것인 줄 알고 보면 봤던 것은 내용이 생각나는데,
이 드라마는 내용이 전혀 생소합니다. 뇌세포가 그만큼 죽었나?
올 해의 설날인사는 이렇게 보냈습니다.
첫댓글 설 잘 보내셨네요.
올해도 무탈하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도올여사도 더욱 건강해지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