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에 가을이 오면 누구나 하나쯤 시인의 마을이 있다 뭐라 자랑할 것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시를 읽고 쓰는 초보가 머무는 마을이다 아무 걱정 없이 시를 읽고 끄적거리며 살아가는 평온함만이 가득하리라는 것이 상식이다 근디, 거시기할 것 같던 거기도 어쩔 수 없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거시기한 거그와 그렇게 여름은 간다 빠른 발로 가을이 오고 있다 아니, 아무도 모르게 발가락 사이에 가을은 송골송골 이슬을 맺었다 어쩜, 이렇게 가을인데도 징허게 덥고 습기는 짜증을 난다 샤워를 해도 몸은 끈적거리고 눅눅한 날이 엊그제 여름보다 덜하지는 않다 덤으로 하나 더 기억해야 하는 가을이 있다 바로, 점심나절의 따사로움이다 조상들은 이것을 곡식이 익어가는 조건의 하나로 보았다 창문 너머 대추나무에 붉게 물든 농부의 얼굴이 가득할 때면 덩달아 차오르는 흥에 미소 짓게 한다 가을 하면 자주 흥얼거리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 더해서 가을이 오면을 부른 가수가 떠오른다 거기다 단풍까지 생각하니 문을 박차고 나가 가을을 눈에 담고 싶다 그 누가 가을이 예쁘다고 정의해도 다 필요 없다 가을이 예쁜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것을 알면 우리는 이미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을을 알기 위한 시간이 지금도 앞으로도 매우 필요한지 모른다 태양이 나뭇가지 사이로 차 그늘진 곳을 향한다 그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얼핏얼핏 들어오는 감나무와 풀들이 물감을 달리한다 여기에다가 논두렁엔 해바라기 고개 숙이고 낙엽만이 가을이냐를 시위하는 알알이 붉은 대추는 최고이다 감나무가 물들고 이름 없는 들꽃과 다양한 색을 자랑하는 단풍나무로 눈에 담기 아까워지는 모습을 최대한 연출한다 꼭꼭, 숨어야 더 아름다운 단풍도 있다 반면에 날름날름 혀를 내밀며 자랑에 바쁜 들꽃도 있다 거시기한 거그 시인의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도토리 키 재기인 줄 말면서도 시인의 마을에서는 가을 아닌 것이 없다 가을은 이미 소리 없이 그렇게 우리에게 오고 있다 우리 마음에는 누구나 하나쯤 시인의 마을이 있다 뭐라 자랑할 것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그 가을을 함께할 시인의 마을이 너무나 조용하다 없어도 너무 없다 거그가 너무 조용하다 바람 잘 날 없던 시절이 그립지는 않다 다만, 시인의 마을만은 골목골목마다 아이들 웃음소리 까르륵 들리는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가끔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만이 처량한 가을이다 우리 마음에 가을이 오면
<시작노트>
가을 하면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와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노래가 떠오른다. 거기다 단풍까지 생각하니 문을 박차고 나가 가을을 눈에 담고 싶다. 그 누가 가을이 예쁘다고 정의해도 다 필요 없다. 가을이 예쁜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것을 알면 우리는 이미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을을 알기 위한 시간이 지금도 앞으로도 매우 필요한지 모른다. 차를 한 잔 들고, 수돗가 주위를 거닐다가 눈에 들어온 감잎이 너무나 예쁘다. 태양이 나뭇가지 사이로 차 그늘진 곳을 향한다. 그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얼핏얼핏 들어오는 감나무와 풀들이 물감을 달리한다. 여기에다가 논두렁엔 낙엽만이 가을이냐를 시위하는 알알이 붉은 대추는 엄지척이다. 이처럼, 감나무가 물들고, 이름 없는 들꽃과 다양한 색을 자랑하는 단풍나무로 눈에 담기 아까워지는 모습을 최대한 연출한다. 꼭꼭, 숨어야 더 아름다운 단풍도 있다. 반면에 날름날름 혀를 내밀며 자랑에 바쁜 들꽃도 이다. 거시기한 거그 시인의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도토리 키 재기인 줄 말면서도 시인의 마을에서는 가을 아닌 것이 없다. 가을은 이미 소리 없이 그렇게 우리에게 오고 있다. 그 가을을 함께할 시인의 마을이 너무나 조용하다. 시절이 시절이라고 하지만, 없어도 너무 없다. 거그가 너무 조용하다. 바람 잘 날 없던 시절이 그립지는 않다. 그러나 시인의 마을만은 골목골목마다 아이들 웃음소리 까르륵 들리는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가끔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만이 처량한 가을이다.
박여범
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수필가, 시산맥 특별회원, 서울디카시인협회, 전북문인협회, 남원문인협회 회원, 다음브런치 추천적가, 월간 콕, 콕COC 연재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연구원으로 활동, 전북타임스신문과 전북매일신문사 오피니언 연재, 글로벌이코노믹신문사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 연재. 『문장에 대한 감상과 다양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부크크) 2021, 『시詩가 꽃피華는 木나무』(부크크) 2020,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을 때』(부크크) 2020,『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문경출판사) 2016,『글쓰기의 이론과 실제』(한국문화사-공저) 2000,『한국민속과 전통예술』(문경출판사) 2000,『논문작성의 이론과 실제』(학지사-공저) 2001,『독서로 행복해지는 한 권의 책』(부크크) 2019 외 다수. 전북대학교, 군산대학교, 광주대학교, 서남대학교, 중부대학교, 한국방송대학교에서 글쓰기와 비평론 강의 현재, 전북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용북중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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