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외국인이 특히 낯설어하는 풍경이 있다.
산책하거나 운동할 때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스카프, 면장갑을 총동원해 얼굴과 목,
그리고 손까지 가린 한국 여성들 모습이다.
무슬림 여성들은 종교적 이유로 부르카나 니캅을 써서 얼굴을 가린다.
피부 미용에 관심이 유별난 나라답게 한국 미용 산업이 성장 가도를 달린다.
국내 1위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 로레알(1위), 미국 에스트로더(4위),
일본 시세이도(5위)에 이어 세계 7위 뷰티 기업이 됐다.
개설 상인 서성환은 동뱍기름과 '구리무', 가루분 만들어 파는 어머니 일을 돕다 가업을 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이다.
1960년 '향수의 도시'라고 하는 프랑스 남부 그라스를 처음 가보고 식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에 눈뜨게 됐다고 한다.
'한국인 피부에는 역시 한방 원료가 맞는다'며 인삼 화장품 개발에 나섰다.
인삼에 이어 당귀, 치자, 감초 같은 한방식물을 연구해서 화장품 원료로 썼다.
그렇게 만든 브랜드 '설화수'가 지금 연간 매출 1조원을 올려주는 효자 브랜드가 됐다.
창업자의 차남 서경배 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 경영을 이었다.
회사가 어려원 질 때마다 '다시 때어나도 화장품을 하겠다'는 아버지 말을 떠올렸다고 했다.
다른 사업 부분은 접고 화장품에만 매달렸다.
'세계 7위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2020 글로벌 톱7' 비전을 선포했는데 그 목표를 앞당겨 달성했다.
세계 화장품 업계에서 한국 여성은 '화장품 多 소비자'로 소문났다.
구글 검색창에 '코리안 스킨 케어'라고 치면
'17단계 한국식 피부 관리' '12단계 한국식 화장'을 소개하는 외국 불로커들 글이 꽤 뜬다.
12단계, 17단계까지는 아니어도 보통의 한국 여성 화장품 소비량도 다른 나라를 웃돈다.
최근엔 한국 남성들까지 화장품 소비량 세계 1위에 등극했다.
한국 남성 1인당 화장품 소비가 2위인 덴마크 남성의 3배다.
먹고살 만해진 중국의 소득 상위 20~30대 여성들이 평균 12단계 화장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국의 화장품 애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으로 유럽산을 제치고 한국산을 꼽았다.
드라마와 가요 등 한류 영향도 있지만 한국 화장품이 아시아 여성들 피부에 잘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든든한 내수 시장에서 인정받은 제품이 아시아와 세계시장에도 통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강경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