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아기였었다. 심장이 어린잎처럼 자라는 것이었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것을 예감이라고 부른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려 한다. 주둥이와 발을 가진 예감을 늑대라고 부른다. 주둥이를 열면 하얀 이빨들이 촛불 아래 갖가지 나이프처럼 예비되어 있었다. 셰프의 주방처럼 주둥이에서는 뜨듯한 김이 피어올랐다.
그런데 가만, 우린 며칠 째 늑대를 보지 못했어. 누군가의 거짓말처럼 어느 날 늑대가 종적을 감췄고 우리의 잠은 벽돌집처럼 단단해지고 우물처럼 깊어진다. 우리는 더 이상 바람 소리 따위에 놀라지 않는다. 망각의 창문을 늑대라고 부르면 우리는 늑대의 배 속에서 잠든 새끼 양처럼 늑대를 보지 못한다. 늑대는 수수께끼에 빠져 있다. 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경향신문/詩想과 세상』2020.07.29. -
〈김행숙 시인〉:
△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사춘기’ ‘타인의 의미’ ‘에코의 초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