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교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슬픈 예수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첨탑에 새겨진 십자가를 보고 어느 날 수표교교회를 찾아갔었습니다. 찬송가 소리도 들리지 않고 거미줄 친 교회 건물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주민들 말에 의하면 교회는 40여 년 전에 서초동으로 이사갔다는 거였습니다. 청계천이 덮히고 그 위로 고가도로가 생기고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매연에 교회가 견딜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알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었드래도 성전을 폐허처럼 내버려 두고 교회를 홀랑 옮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청계천이 다시 되살아나고 다리 밑으로는 고기들도 왔다갔다 합니다. 박태원의 소설 《천변 풍경》에도 나오는 백 년이나 되는 수표교교회 청계천 빨래터에 방망이 소리는 안 들려도 수표교교회가 옛 성전으로 되돌아와 청계천 물소리와 함께 찬송가 소리가 다리 들리길 바랍니다. 그때 다시 환히 웃으시는 예수님의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