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감 4t 준비했는데 날벼락”… 셧다운 첫날 강릉거리 텅 비어
[코로나 4차 유행]강릉, 비수도권 첫 4단계 시행
19일 강원 강릉시의 대표 먹자골목인 교동택지의 한 식당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임시 휴무한다는 안내글이 붙어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해변은 한산한 모습이다. 강릉시는 식당과 카페 등의 매장 영업을 오후 8시까지로 제한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이날부터 시행했다. 강릉=김재명 기자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정말 죽을 맛이네요.”
19일 오후 7시경 강원 강릉시의 먹자골목으로 소문난 교동택지의 한 상인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이 일대에 확진자들이 다녀갔고,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오가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젊은 관광객으로 골목 안이 북적이던 때와는 딴판이다. 임시휴업 안내문을 내걸고 가게 문을 닫은 곳도 많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 상가마다 임시휴업… 숙박시설도 취소
이날부터 25일까지 강릉은 비수도권 가운데 처음으로 4단계가 적용된다. 사적 모임은 오후 6시까지 5인 이상 금지되고, 이후에는 3인 이상 금지가 적용된다. 또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제한 시간은 수도권보다 2시간 빠른 오후 8시까지다.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17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조정된 지 이틀 만에 또다시 4단계로 격상되자 강릉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돌입했다. 여름 한철 장사를 기대했던 상인들의 충격이 가장 크다.
이날 저녁 강릉의 대표 먹자골목인 교동택지, 솔올지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권은 한산했다. 아예 임시휴업에 들어간 업소도 상당수였다. 감성포차와 헌팅포차, 유흥주점 등은 이날부터 집합금지가 적용돼 대부분 문을 닫았다. 경포와 안목, 강문 등 주요 해변의 상가들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안목해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60)는 “피서 특수를 기대해 아르바이트생을 10명이나 채용하고, 횟감도 4t이나 구해 놓았다. 손님은 없고, 인건비만 나가 죽을 맛”이라며 “낮 장사라도 해서 횟감을 처리해야 해 문도 닫을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휴가철 예약을 미리 받아놓은 숙박업소들도 혼란의 하루였다. 3단계에서는 전 객실의 4분의 3까지 운영이 가능하지만 4단계에서는 3분의 2까지만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업주들이 고민할 필요 없이 예약 취소가 이어졌다.
강릉의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4단계 전에는 하루 40건씩 취소됐는데 오늘은 100건 이상 취소된 것 같다”며 “성수기에 객실이 남아돌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릉지부 관계자는 “예약과 취소가 주로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져 현재 정확한 파악은 되지 않았지만 계속 취소가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양양과 동해 등 풍선 효과 우려
강릉에서는 12∼18일 주간 확진자가 93명 발생했다. 4단계 첫날인 19일에도 오후 8시까지 24명이 확진됐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4단계 격상과 함께 이날부터 관내 16개 해수욕장에 대해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피서객들이 몰리는 현 상황과 확산 추세를 볼 때 이달 말이면 하루 확진자가 60∼70명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절대 위기 상황임을 인식해 방역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릉과 인접한 동해안 시군들은 풍선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강릉시를 제외한 강원도 내 17개 시군은 강화된 2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19일부터 사적 모임은 4명까지 가능하다.
양양군은 외지 젊은층이 많이 찾는 서핑해변의 유흥업소에 대한 지도단속 강화에 나섰다. 동해시도 위생업소를 중심으로 한 대책을 수립해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준화 양양군 번영회장은 “사적 모임 인원을 8명까지로 했다가 4일 만에 4명으로 줄였는데 이런 오락가락 행정이 어디 있느냐”며 “강릉을 피해 인접한 곳으로 피서객들이 몰릴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릉=이인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