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6. 03 목요일
(1506 회)
충신 정몽주
- 이 몸이 죽고 죽어 -
고려말 삼은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정몽주는 자는 달가요, 호는 포은이다.
어머니 이씨가 그를 임신했을 때 난초꽃 화분을 안다가 놀라 떨어뜨리는 꿈을 꾸었다.
포은이 세상에 태어나자 이름을 몽란으로 지었다.
포은의 어깨에는 북두칠성 모양의 점 일곱 개가 있었다.
그가 아홉 살 때였다.
어느 날 어머니가 낮잠을 자다가 용이 동산의 배나무 위로 올라가는 꿈을 꾸었다. 깜짝 놀라 깨어난 어머니가 동산의 배나무를 바라보았다.
이때 포은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이름을 몽룡으로 고쳤다.
이후 관례를 치르면서 이름을 몽주로 고쳤다. 포은은 과거시험에 연달아 3장에 장원으로 급제하였고, 여러 벼슬을 두루 거쳤다.
포은은 이성계와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조정의 신진 세력으로 친명파의 핵심이었다.
이성계가 병마사로서 그의 외종사촌 삼선, 삼개 형제를 격퇴할 때 포은은 종사관으로 활약했다.
그 후 이성계가 운봉에서 왜장 아기바두를 칠 때에도 포은은 이 싸움에 참전하여 함께 공을 세웠다.
그 쁜만 아니라,
이성계가 여진을 칠 때에 포은은 동북면 조전원수로서 이성계를 옆에서 도왔다.
1388년 8월 이성계는 위화군 회군 후에 포은과 함께 수시중이 되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 갈 길이 달라졌다.
포은은 김진양 등과 함께 딴 마음을 품은 이성계 일파를 제거하려고 은밀히 계획을 세웠다.
그 낌새를 알아챈 이방원이 포은을 없앨 것을 아버지에게 건의했다.
"아버님, 포은이 아무래도 수상쩍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아무래도 그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너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
하오면 포은이 우리 집안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옵니까?"
이성계는 묵묵히 방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포은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다.
"우리가 혹시 부당한 모함을 당한다면 포은은 반드시 죽음으로써 우리를 변명해 줄 것이야. 그러나 국가에 관계된 일이라면 알 수 없을 게야."
"아버님, 어찌할까요?"
"어찌하다니?"
"어차피 우리와 갈라서야 할 사람이라면 우리가 당하기 전에..."
"딴 마음 먹지 마라!"
이성계는 방원의 뜻을 알고 단호히 거절했다. 포은은 이성계 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행동했다. 때마침 세자가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성계가 마중을 나갔다가, 해주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다가 낙마한 사건이 일어났다.
포은은 이성계가 개성에 없는 사이에 조준, 정도전 등을 역모로 몰아 귀양을 보내고, 심문관을 귀양지에 보내 그들을 죽이려고 일을 서둘렀다. 이성계의 참모들을 제거하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계획을 눈치 챈 방원이 이성계에게 달려가, 이성계를 개성으로 모셔 왔다.
이때 포은은 몹시 당황했디.
즉시 병문안을 구실 삼아 이성계를 방문했다.
방원이 병문안을 온 포은을 초청하여 주안상을 차려 놓고 그의 마음을 떠보았다.
이때 방원은 포은에게 술을 권하고 시조 한 수를 읊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포은은 방원이 자신의 마음을 떠보는 것을 알고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대구를 읊조렸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세상 사람들은 이방원의 시조를 '하여가'라 했고,
정몽주의 대구를 '단심가'라 불렀다.
포은의 마음을 읽은 방원은 포은을 제거할 결심을 굳혔다.
포은은 자신의 운명을 잘 알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전에 자주 가던 술친구의 집을 들렀다.
이때 친구는 집에 없었다.
포은은 한 잔 술을 청하여 뜰에 활짝 핀 꽃을 벗 삼아
죽 들이켰다. 그리고 춤을 추었다.
"허허, 오늘은 풍색이 매우 사납도다."
포은은 큰 사발로 몇 잔을 연거푸 마시고 그 집을 나왔다.
그때 활을 매고 포은 앞을 지나는 무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선죽교 쪽으로 곧장 달려갔다.
이때 포은은 뒤따라오는 녹사에게 말했다.
"너는 뒤에 멀리 떨어져 오너라."
녹사는 포은의 마음을 이미 헤아리고 있었다.
"소인, 대감을 따르겠나이다.
어찌하여 물리치시옵니까?"
"너는 나를 따르면 안 되느니라."
"제 갈 길을 가게 해 주십시오."
포은이 말렸으나 녹사는 기어이 따라왔다.
포은은 선죽교에서 방원이 보낸 조영규 등의 철퇴를
맞고 쓰러졌다.
녹사도 그들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조선왕조 야사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