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의지와 관계없이 미루어지곤 하여 애타하며 조바심을 냈었는데
정말 지리산으로 간다. 그것도 종주길로!
그래, 흠씬 젖어 보자.
일상사 잠시 잊고, 대자연의 향연에 맘껏 취해보자!
--첫 날--
노련한 운전 솜씨로 버스는 어느 새
성삼재(1,100m)에 도착한다.(06:50)
황소와 호랑이 포함 , 10여명은 됨직하다.
여명속에 알싸한 새벽공기를 만끽하며
뚜벅뚜벅 발걸음을 떼어 놓는데
젊은 두 남자가 우리앞을 저만치 추월하고,
뒤따르던 무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왠지 보이질 않았다.
잘 포장된 너른길이 신작로 수준이나
경사가 다소 있기에 숨고르기하듯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나간다.
롱은 지리종주만 세 번 째인 산행경력 20년의 등산 매니아!
난 이제 겨우 1년반 된 설익은 초보이다.
든든한 동행자만 믿고 기꺼이 나섰지만
그간 나름대로 틈틈이 체력단련을 해온 터!
지리 종주를 앞둔 지난 10월에 마지막 점검차
무박 2일의 설악산 단풍산행을 나서면서 내가 한 말--
“설악에서 반쯤 죽고 지리가서 완전 죽지뭐.”
허나 의외로 설악에서 첫 눈 내린 대청봉을 정복하고
10여 시간의 산행을 거뜬히 해치운 터라
미지의 지리를 향한 마음이 한결 가벼웠었다.
“나도 할 수 있다. 오르면 오르리라!”
노고단 대피소이다.(07:35)
평일이라 인적이 드물어 한산하기만 할 뿐!
우리 민족의 영원한 믿음의 성지이랄 수 있는 노고단을 지나
드디어 본격적인 2박3일의 종주가 시작되었다.
정녕 여기가 지리산이란 말이지?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어지는 봉우리와 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10월하순이라지만 천 고지를 넘은 지리 주능선은 황량히
산은 온통 빛바래고 앙상한 가지만이 만연했다.
그리고 깊은 침묵속에 고요하기만 하다.
멀리 저만큼 희미하게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를 가리키며
“저기가 천왕봉이야. 내리 3일을 걸어가야해.”
롱이 힘주어 말하였다.
출발 전, 그랬었다.
지리 종주는 3일간 하루 8시간씩 체력을 분배하여 오를 수 있는
산행의 완성이요, 인내의 연속이라고......
3일간 양치도, 세수도 할 수 없노라고!
인간세계의 찌든 때를 벗기는 화학물질을
산까지 갖고 와서 써서는 아니된다고,
그것이 자연사랑의 원칙이라며......
“말도 안돼. 난 입에 허연 거품물고 양치할거야.”
아이가 투정하듯 떼를 썼다.
짐을 꾸리며 내가 다짐받듯
“롱!~구름과자는 넣지마아!”
“함 봐주라. 째끔만 할께.”
(오, 애연가의 설움이여!)
최대한 짐을 가볍게 맨 터이지만
부실한 나의 어깨와 초보산행 실력이
롱은 못내 걱정되는 눈치이다.
돼지평전에 도착하고선 잠시 휴식--(08:40)
그런데 좋지않은 향이 솔~솔~코끝에 날아드는 듯 했다.
“돼지똥 냄새가 나는 것 같애. 진짜루!”
“허걱~~ 아니야.”
평안히 느긋하니 앞서 걷는데
롱이 또 걱정을 한다.
“어깨 괜찮어? 배낭 무겁지 않어?”
“딱이야. 이 정도는 끄떡없어.”
대학생인듯한 두 여학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가
물맛좋기로 이름난 임걸령(1,310m)샘터에서
시원한 물을 받아 나눠마시며 느낀 건
샘터 표지가 눈에 띄게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더러는 지나치기 일쑤이겠다는 것이었다.
저만치 눈앞에서 어진 모습으로 죽~~위용을 자랑하던
반야봉(1,732m) 갈림길에 접어들다.
젊은 아버지와 초등생인듯한 어린 두 아들이 쉬고 있었다.
참으로 기특한 녀석들!
지리10경중 하나인 반야낙조가 유명한
뭇산꾼들의 선망의 대상인 반야봉을 지나치며
다음엔 필히 오를거라 다짐을 하고--
태극기와 德자를 직접 새겨넣은
롱만의 깃발이 이채로운가 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시는 거에요?”
“덕이 모자라, 어머니의 품, 지리의 덕을 배우고자 합니다.”
“진정 덕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 덕에 대해 관심조차 없어.”
나의 항변이 이어졌다.
임걸령부터 볼 수 있었던 젊은 청년 한 분!
아담한 체격의 청년이 홀로
자신의 키만한 배낭을 지고선
안스럽게 종주 산행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청명한 날, 새빨간색
배낭커버를 덧씌우고선 말이다.
아! 저 청년의 속내는 또 어떤걸까?
괜시리 궁금해졌다.
전남.북과 경남, 3도의 경계란 삼도봉(1,550m)에 올라
화합의 탑을 배경으로 한 컷 찰칵!
사진포즈 잡는일은 언제나 쑥스럽다.
지리능선 북쪽 뱀사골 사람들이
화개장터로 가기위해 넘었던 고개라는 화개재를 지나니
우뚝 솟은 봉우리가 우릴 압도한다.
“아, 또 아리랑 고개이네!~~~”
토끼봉(1,534m)이었다.
“롱!~왜 토끼봉이야?~ 토끼가 많아서 그런거야?”
“몰~~~라”
산선생님격인 롱의 설명이 영 신통찮다.
후에 내가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설명이 있었다.
화개재에서 토끼봉으로 오르는 길은 점차 경사를 더해가는 힘든 길이지만 울창한 구상나무, 전나무숲을 거닐어 진달래 관목지대가 펼쳐지는 정상에 오르면 전망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또 4월말경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진달래가 토끼봉 정상을 온통 붉게 물들여 진한 꽃내음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뒤돌아보면 듬직한 반야봉과 뒤쳐져 따라올 듯한 노고단이 훤하고 천왕봉, 세석, 명선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연봉의 위용도 가관이다. 토끼봉이란 명칭은 주변에 토끼가 많다거나 봉우리가 토끼 모양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반야봉을 기점으로 동쪽,즉 24방위의 정동(正東)에 해당되는 묘방(卯方)이라 해서 토끼봉(卯峯)으로 부르는 것이다.
제법 가파른 토끼봉을 오르면서 내내
이정도쯤이야하고선 마음을 조심스레 추스린다.
얼마나 고대했던 지리종주길인데......
쉬엄쉬엄형인 내게 종주길의 산세는
큰 무리가 아닌듯해서 다행이었다.
토기봉 정상에 올라 지리를 관망하고
한 곳에 자릴펴고 점심을 먹다.
즐기는 풋고추가 너무 매워 낭패였지만
산위에서의 식사는 언제나 최고의 만찬!
과일, 커피 완벽한 디저트까지 즐기고선
뒷정리를 하는데 길동무이디시피했던
돼지령에서 지난 두 여학생이 힘겨운 듯 지나치다가는
물을 좀 달라고 부탁하였다.
임걸령샘터는 모르고 지나쳤노라며
연하천산장에서 점심을 해결하리라 했다.
점심 후 총각샘을 지나 명선봉을 오르는데
이어지는 계단이 나오길래 내가 묻길,
“이게 그 유명한 공포의 계단이야?”
키다리 황소님 대답 들어보시라!
“글~~씨...몰~~라...허허허.”
발걸음도 가볍게 걷고 또 걸어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니 (14:20)
시원한 물줄기가 콸콸 쏟아지는 큰 통에다
캔맥주를 담아놓고선 뭇객들을 유혹(?)한다.
여기저기서 밥을 짓기도 하고
더러는 씻고 닦고 여유로와 보였다.
우리도 맥주캔을 들고선 짠! 건배를 하고
서로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캔 맥주의 환희와 휴식도 잠시,
얼마를 다시 걸었을까?
씩씩하게 전진 또 전진하는 내게
롱이 안도하듯 말하였다.
“생각보다 잘 걷네. 무리친 말어. 천천히 걸어. 이제 다 와가.
저기 보이는 게 우리의 오늘 목적지 벽소령대피소야.”
바람 한 점없이 고요하고
머리위 햇살은 따싸롭기 그지없다.
다람쥐 두 마리가 눈앞에서 쪼르륵대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기색이다.
드디어 벽소령(1,320m)대피소에 무사히 당도하니
16시50분이었다.
빨간 우체통이 맨 먼저 우릴 반겨주고
검은 통나무집이 꽤 운치가 흐른다.
사시사철 자연의 힘도 위대하지만
이 깊은 산속에 이렇듯 멋드러진 산장을 지어놓은
인간의 힘도 참으로 대단쿠나 생각했다.
롱은 저녁준비로 분주하고
난 예약확인과 함께 방과 모포를 배정받았다.
취사장에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식사준비를 하거나
하루를 마감하며 식도락에 빠져 드는데
단연 단골메뉴는 라면이었다!
우리나라 라면의 경연장인 듯......
우리의 오늘 저녁 메뉴는 수제비--
그런데 베테랑주방장(?)인 롱이 어쩐 일인지
극심한 왕소금표 수제비를 끓인 것이 아닌가!
급히 처방을 하여선 대충 나눠먹는데
롱이 배낭속깊이 소중히 모셔놨던 팩소주를 꺼냈다.
“술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이는구나!?”
“그려그려.
빼놓을 수 없는 보배이지만
또 항시 조심스러운 게 이 술이야.
저 아래 인간세계나 특히 산위에선 더더욱."
유쾌히 웃으며 건배하였다.
오늘의 무사산행을 자축하면서!......
또 내일의 즐거운 아리랑을 기원하면서!......
지리10경의 하나인 벽소명월을 기대했는데
낮과는 판이하게 구름이 잔뜩 끼어서는
별무리들조차 전혀 볼 수가 없다.
집에선 거의 자정넘어 취침인데
산장 소등시간이 20시30분이었다.
아쉬움속에 달과 별을 포기한 채
05시 기상을 목표로 일찍 자리에 눕다.
산장안의 객들 중 더러는 다리를 절기도 하고
약냄새를 풍기며 마사지를 하고 있다.
--둘쨋 날--
실컷 잤다는 느낌인데
겨우 02시가 아닌가!
억지로 눈을 감고 자다깨다
04시에 취사장으로 갔다.
역시 부지런한 롱은 이미 아침준비중이었다.
숙달된 솜씨로 밥을 짓고 국끓이고
숭늉에 누룽지까지 일류 요리사다.
향내진한 커피도 빠뜨리지 않았다.
옆자리 아저씨가 커피를 부탁했다.
“저...두 개를 넣어 주시지요.”
(쳇, 이 산속에서 한 개도 감지덕지지~)
그 아저씨 연이어 하시는 말씀,
경운기 3대가 돌아가는 통에
밤새 제대로 못잤노라고!
코골이가 3명이었던 모양이었다.
여자방은 다행히 조용했는데......
휴지설거지를 마치고 배낭을 꾸린 후,
열심히 산행 채비 마지막 단장을 한다.
꼼꼼히 썬크림을 찍어 바르며
외모엔 도통 무관심인 롱에게도
스킨, 로션, 썬크림 죄다 발라줬으니
아마도 엄청 행복(?)했으리라!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마저 세차게 몰아치는 새벽
랜턴을 켠 채 벽소령을 떠났다. (06:20)
일기예보와는 판이한 날씨에
은근히 천왕일출이 걱정스럽다.
2번의 종주시 실패한 롱에게
난 큰소리 땅땅 친 터였다.
“이번엔 틀림없을거야.
왜냐면 나랑 가니깐!”
삭막하고 황량한 건 흠이지만
가을산행은 덥지 않아 제격이다.
다짐받듯 내내 내가 말하길,
“꽃피고 새 우는 날 다시 와야지.”
아, 그렇다!
생동하는 숲과 나무들
쪼르릉 이어지는 산새소리
형형색색 이름모를 꽃들과 화답하며
혼을 부어 지리를 맘껏 안고 싶다.
칠선봉, 영신봉을 거쳐오다
우연히 알이 꽉 찬, 잣 3개를 주웠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하니 09시 40분!
바깥 날씨가 심상찮아서 실내가 낫겠단 생각에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취사장에서 롱이 라면을 끓이는데
커피 부탁하던 아저씨와 반가운 해후를 하고--
컵라면을 용기에 물붓기가 아닌
코펠에 넣어 끓였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
옆에서 먼저 식사를 마치신 50초반의 아저씬
전남 벌교에서 오셨다고 했다.
엄청 산을 찾으시던 시절얘기로
우리를 한바탕 웃게 해주셨다.
--홀로 수시로 휭~~ 산으로 뜨니
마나님의 불만이 태산같더란다.
지리산 천왕봉엘 어쩌다가 동행하고
다리아파 일주일을 고생한 마나님이
다시는 토를 달지 아니하였다나--
산에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산에 고생하러 가는 것이라고......
멋모르고 올랐던 눈 질퍽인 이 세석산장의 얘기는
세월을 거슬러 20년 전 일이었다.
주운 잣 3개를 롱은 돌로 깨고
나는 알을 수습하며 수확의 기쁨 나누는데
난데없이 그 아저씨가 우리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네시는 게 아닌가!
그것도 일회용 2개를 타선 말이다.
(속좁은 호랑이가 맘 속 퉁퉁댔던 기억이 슬슬~~)
몇 알의 잣을 건넸더니 무슨 보물인양
고이 집에 가져 가시리라 했다.
잣을 먹어보니 고소한게 정말 맛있었다.
세석산장은 단일대피소 규모로는 국내최대이며
수량이 풍부한 샘터를 끼고 있었다.
철쭉으로 이름난 세석평전도
마냥 황량하기만 할 뿐이었지만
산장 건물은 마치 동화속 숲 속 궁전마냥
서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매력이 넘쳤다.
느긋하니 점심과 휴식을 취하고선
11시 30분에 출발하니 바로 눈앞에
만만치않은 봉우리가 떡 버티고 있다.
짖궂은 날씨는 이어져 바람이 제법 사납다.
촛대봉(1,682m)이었다.
산꾼들의 우상 천왕봉이
위용도 당당히 눈앞에 가깝고
고산대 특유의 황량함이 감도는 곳!
발아래 세석산장에 안녕 인살 보냈다.
힘겹게 촛대봉을 내려 서는데
나의 왼 다리에 이상이 감지되다.
무릎도 아닌 것이 종아리도 아닌 것이
뭐랄까?......근육이 약간 당기는듯한 느낌!
이건 비상사태!-- 불행이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지리종주가 별 거 아니구나
어깨 들썩이며 신나하다가
내가 속상해하니 롱이 안심시킨다.
“괜찮아질거야. 응급처치하자.”
잠시 휴식하며 약을 바르고
압박붕대 감고 다시 걸었다.
뒤따르는 롱이 걱정할까봐
절지 않으려 애쓰며 꿋꿋이 걷는다.
“다리 어때?”
“걸을만 해유~~
많이 아프면 배낭속에 들어갈께유~~”
아, 어쩌나?
걱정과는 달리 얼마나 잘 걸었는데
거뜬히, 씩씩하게, 끊임없이!......
13시 50분에 연하봉을 거쳐
14시30분에 오늘 목적지 장터목대피소에
드디어 도착을 하였다.
17시가 되어야 입실이 허용되는데
바깥 날씨는 너무도 추워
기다릴 곳이 마땅찮았다.
다행히 구름이 완전히 걷혀
내일 일출은 멋지리라 예상되었고!
제석봉의 고사목이 이채롭다.
수도 없이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풍경이
바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추위도 피할겸 취사장에서
이른 저녁을 준비하였다.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어 오르고
반주로 팩소주는 언제나 함께이다.
“크윽!~~ 좋다!!”~~
빠지지 않는 애주가 롱의
찐한 맨트가 이어진다.
사시사철 사람들이 넘친다는 이 곳
시간이 지날수록 뭇객들이 몰려들고
젊은 아버지와 어린 두 아들도 다시 만났다.
방과 모포를 배정받고
지하에 위치한 여자 숙소에 내려가니
훈기 감도는 방이 썩 맘에 든다.
소등시간이 멀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매서운데
휘영청 둥근 달이 함박웃음 짓고 있다.
초롱초롱 별들에게 눈인사 보내고선
우리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20:30)
대망의 내일 천왕일출 꿈꾸면서!
--마지막 날--
엎치락뒤치락 설잠자다가
다시 눈을 뜨니 04시였다.
아침 해결하고 짐을 꾸리고선
비장의 맘으로 다시 출발하였다.(05:00)
어둠속을 랜턴 행렬이 줄을 잇고
무수한 별들과 화들짝 달님!
제석봉의 고사목들이
장승마냥 도열해 있었다.
바닥이 온통 돌부리라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고
이어지는 경사에 헉헉대며 오른다.
하늘을 오르는 문이란 통천문을 지나고서
한 발, 또 한 발, 롱의 손에 이끌리어
드디어 천왕봉에 이르다!(06:10)
천왕봉 1,915m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
발아래가 거대한 구름바다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상정복 자축하며
기념사진찍으며 일출을 기다린다.
꿋꿋이 살리라.
아끼며, 나누며, 배려하며
더 밝게...씩씩하게...꿈꾸며 살리라!
사람속에 사람으로 남자고
봄, 여름, 가을, 겨울
德을 부르짖는 그대여!
고독한 가을남자아닌
춤추는 로댕되라!
새 날의 용트림 일출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06:40)
구름바다끝 길게 붉은 언저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넓어지고
사람들은 탄성을 질러댄다
삼 代가 德을 쌓아야 천왕일출 본다는데
不德한 이 몸은 어인일로 행운인지?
첫 지리, 첫 종주에서
정녕 천왕일출 본단 말인가!
시시각각 변하는 눈앞의 정경 놓칠세라
기념촬영위해 사진포즈 취하랴
행복한 고민속에 몹시 바빠지고
세찬 바람과 추위속에 중무장한 사람들이
무리지은 게릴라군 전사들같다.
구름바다속 첨벙 몸던져도
마냥 푹신푹신할것만 같다.
새빨간 점 하나가 보이는가 싶더니
사람들이 와아! 함성을 지르고
그 붉은 점이 점점 몸집불리며
위로위로 하늘 향해 솟아 오른다.
눈부신 광채가 더해지고
일순간 그것은 찬란한 꽃으로 만개했다!
저기가 바다일까?... 진정 산일까?
오, 자연의 위대함이란!
뿔뿔히 사람들이 왔던 길로 돌아가고
우린 대원사쪽으로 하산방향잡다.
어렵게 결행한 종주길인데
이왕이면 제대로 마무리하자꾸나.
온전찮은 왼 다리가 다소 걱정이지만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단 신념으로!
천왕봉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연이은 봉우릴 오르니 중봉이었다.(1,875m)
천왕봉 다음가는 높은 봉우리면서
천왕봉의 명성에 가려 서러운 신세란다.
09시 20분에 써리봉을 지나면서
오르락내리락 고즈녁한 산길이 이어지고
인적이 드물어 호젓하다.
대학생인듯한 두 청년이
앞서락뒤서락 함께 걸을 뿐!
토실토실 알이 꽉찬 잣을 2개 주워서는
배낭에다 넣고서 우린 신이 났다.
“지리산 다람쥐가 어젯밤에
아마도 꿈을 잘못 꾼 것일껴!”
이 잣의 진짜 주인은
필경 다람쥐일거 같았다.
구상나무, 잣나무, 소나무가
푸르게 푸르게 계곡으로 흐르고
울긋불긋 단풍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조금은 불편치만 다리도 걸을만했고
날씨도 쾌청하여 온화한 기운이 흐른다.
“나도 다리가 좀 당기네~~.”
믿기지 않아하는 내게 롱이
“나도 사람이야~~.” 했다.
하기야 배낭 무게만 해도 엄청난데
이겨낼 장사가 어디 있을까?
치밭막대피소에 도착하니 10시20분!
코펠에 라면을 끓여 밥을 말아 먹다가
롱이 팩 소주를 세 개나 사왔다.
개인이 운영하는 산장에선 술을 판다고 했다.
취나물이 많이 나서 치밭목산장이라고
산장지기님께 덤으로 들었다.
“엄하신 학교 윤리선생님 같아요.”
잠시 담소를 나눈 나의 소감이었다.
11시 20분에 치밭목대피소를 출발하여
본격적인 하산길로 접어드니
온통 화려한 단풍잔지였다.
고지대에선 볼 수 없었던!
지칠법도 하건만 피곤도 모른 채
조릿대가 도열한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을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
3일의 일정중 마지막날 코스가
가장 즐거운 여정이랄까?
장장 4시간의 행군끝에
유평마을에 도착하였다.(15:35)
포장도로를 계곡을 끼고 걷는데
롱이 뒤에서 신기하다는 듯 한 마디한다.
“아직 거뜬허네. 오히려 다리가 더 멀쩡허네.”
“에이~~지금 야간산행 또 가자구!.”
홍시를 만드느라 주저리 감을 말리고 있는
한 식당엘 들어가 자릴 잡았다.(16:00)
하산 후 갖는 막걸리 타임을
롱은 너무도 즐기는 터였다.
파전에 고사리나물, 총각김치를 곁들여
거나히 무사종주를 자축하였다.
초보를 챙기고 모든 일정에 신경쏟은
롱은 긴장이 풀리는 지 피곤한 기색이다.
대원사가 비구니수도도량이란 것도
몇 해 전, 많은 사람들이 목숨잃은 대원사계곡이
이리도 길고 깊고 수려하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누가 지리산을 지리지리해서 붙은 이름이라 했던가!
꿈꾸듯 ...물흐르듯... 후딱 3일이 지나고
찬란한 천왕일출의 감흥이 가시기도 전에
어느 새 또 하루가 저무는 양, 주변은 어둑해지고
우리는 주차장을 향해 다시 30여분을 걸었다.
흥겨운 즉석 이벤트를 열면서 말이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다 주막집을 짓~고~~
정든 님~ 오~기만 기~다~린다~~~
**종주를 끝내고 내겐 별명 하나가 다시 붙었다**
겁~~나게 무서운 호랑이!
꽃피고 새우는 날 다시 찾으리......
시들지 않는 꿈★은 이어지고 있다.
첫댓글 멋진 종주기 잘 읽고 갑니다....
ㅋㅋㅋ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아주 멋진 글 이엇슴니다 전 9월에 비만 무자게 맞는 종주 햇슴니다 행복하세요
좋네요
아주 재미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걸 읽으니 기다려집니당... 담달의 겨울 산행... 흐흐~~
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재밌게 자 읽었습니다. 유머까지 겻들인 운치있는 시도 자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