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 럭셔리 SUV DBX로 돌파구 찾을까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우리에게는 영화 <007 제임스 본드>의 본드카로 잘 알려진 영국 자동차 브랜드 애스턴 마틴이 최근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애스턴 마틴은 알려진 대로 2018년 10월 런던 증시에 상장했다. 희망 공모가를 19파운드로 책정했고 이를 기준으로 기업 가치는 우리 돈으로 7조 원 이상으로 산출했다.
상장 당시만 하더라도 애스턴 마틴의 미래는 거칠 게 없어 보였다. 2016년 3,229대의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2017년에는 5,117대까지 늘었으며 매출 8억 7600만 파운드에 흑자를 기록했다. 이 기세는 2018년까지 이어져 총 6,441대가 팔려나갔다. 우리나라에서도 브랜드 알리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등, 새로운 CEO 앤디 팔머의 경영 능력은 빛을 발했다.
하지만 최근 애스턴 마틴은 7,100대에서 최고 7,300대까지 팔릴 것으로 예상한 2019년 판매량을 6,300대에서 6,500대까지 줄였다. 매출 전망이 준 가운데 상반기 영업 손실까지 발표되자 그렇지 않아도 많이 떨어진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현재 주당 약 4.5파운드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상장 때 기업 가치를 7조 이상으로 책정했던 그들이지만 현재는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순항하던 애스턴 마틴의 상황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역시 브렉시트와 무관하지 않다. 영국에 기반한 이들 사업의 미래 전망이 불확실해졌고, 이것이 회사의 가치를 낮췄다. 그런데 애스턴 마틴에 대한 우려는 브렉시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 측면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워낙 긴 시간을 힘들게 버텨내다 보니 플랫폼 개발 등, 시설이나 기술 투자에 어려움이 따랐고, 그러면서 경쟁 브랜드인 페라리나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이 스포츠카 브랜드로 상품성을 키워가는 동안 애스턴 마틴은 고급 GT카 이미지에 가까워지며 시장이 다소 제한됐다.
애스턴마틴의 첫 SUV 위장막
◆ DBX가 돌파구가 되어 줄 것인가
일각에서는 애스턴 마틴의 이런 브랜드 가치 하락과 손실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브렉시트 후 상황이 정리가 되면 다시 주식시장에서 그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다양한 자동차 경주 대회에 참가하며 브랜드의 스포츠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자동차 업계를 먹여 살리는 SUV 모델 DBX가 내년부터 본격 판매되면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토모티브뉴스 유럽판 역시 애스턴 마틴의 첫 SUV DBX의 성공이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SUV는 스포츠카처럼 날카롭고 강력한 주행 성능이 아닌, 편안함이나 고급 이미지, 스타일에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다. 이런 구매 특성은 애스턴 마틴의 그간 방향성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시장 진입과 경쟁에서 후발 주자의 부담이 덜한 면이 있다.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들과 주행 성능으로 승부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DBX는 새롭게 건설된 웨일즈 세인트 아탄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컨셉트카의 경우 2도어 쿠페 타입이었으나 다행히(?) 양산형은 4도어로 출시될 예정이다.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DB11에 들어간 8기통과 12기통 엔진이 적용되며, 장기적인 대안으로 배터리 전기차로도 나오게 된다.
애스턴 마틴은 브랜드 전체 연간 생산량을 2023까지 14,000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그리고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DBX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브랜드 성장의 키를 DBX가 쥐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이 차에 쏟아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망했다 살아났다’를 수차례 반복하며 여기까지 달려온 애스턴 마틴이 과연 SUV의 힘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브렉시트 이후 발생할 원가 상승이나 생산성 향상 문제를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또 상대적으로 밀리는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리고 끝으로 럭셔리 SUV다운 화려함과 자신만의 개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이래저래 DBX가 짊어진 부담의 무게감이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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