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언어라는 것을 익히데는 다른 것들에 비해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릴 것 입니다. 물론 우리 문중에서 불타가 되려면 3아승지겁 동안의 보살도를 닦아야 한다하니 무수한 보살행중에 언어쯤이야 문제가 되겠습니까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할 수 있는 현생에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익혀 현지인들 수준으로 한다는 것은 특별히 언어적 감각을 갖추지 않은 일반인들로써는 요원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감각을 뛰어넘는데는 수많은 노력이 거듭 쌓이지 않는 이상 언어의 장벽은 넘기 어려운 것이겠지요. 일상적인 회화수준이야 어느 정도의 기간이 되면 자연스레 가능하지만 학술적인 부분에서는 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아예 언어체계가 다른 영어나 티베트어라면 혼동이 덜할테지만..같은 한자를 쓰는 동양문화권의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는 꽤 혼동하기 쉬운 언어들입니다. 발음이 유사한 것은 물론이고 같은 발음에 다른 글자들도 있고, 같은 한자를 다른 의미로 쓰는 가하면, 같은 뜻을 다른 한자로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살고 있는 쥬륜지에(朱崙街)에는 한국어로는 '주륜가'라고 읽지만 중국어로는 '쥬륜지에'라고 하여 '거리 가(街)'자만 제외하면 발음이 거의 같습니다. 또 '돕다'라는 뜻을 한국에서 한자로 쓸 때는 '도울 조(助)'를 흔히 쓰지만 중국에서는 '빵망(帮忙)'으로 씁니다. 한국과 일본의 한자용례는 비슷한 점이 많이 있지만 중국어의 용례는 차이가 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삼국 모두 같은 글자로 같은 뜻을 나타내는 단어들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의 한자음과 중국어의 발음과 발음이 아주 똑같아 혼동을 주는 것이 여러가지 있어 중국어 초급단계의 학생들을 괴롭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숫자 '1'의 한국 발음은 '일'이자만 중국어는 '이(Yi)'입니다. 숫자'2'는 '얼'이라 하지요. 눈치 빠른 분들을 아시겠지만 한국어의 숫자 '2'와 중국어의 숫자 '일(一, Yi)'의 발음이 같습니다. 지금까지 숫자 2를 '이(Yi)'로 발음하던 것이 얼마나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지 늘상 숫자 '2'를 중국어로 말한다는 것이 한국음 그대로 '이(YI)'로 발음하고, 상대방이 중국어로 '일(一, Yi)'를 말했는데 숫자 2로 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주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이상 늘상 혼동하게 되는 발음중 하나입니다. 또 한국어로 가까운 장소와 먼 장소를 가리킬 때 '여기', '저기'라하고 물건을 가리킬 때도 '이것', '저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중국어로 장소를 가리킬 때는 '쩔(這兒)', '날(那兒)'이라하고 물건을 가리킬 때는 '쩌끄어(這個)', '나끄어(那個)'라고 합니다. 가까운 것을 가리키는 '쩔(這兒)'이나 '쩌끄어(這個)'는 한국어에서 먼 것을 가리키는 '저기', '저것'과 발음이 비교적 유사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번번히 하는 실수가 먼 것을 가리키며 '쩔(這兒)'이나 '쩌끄어(這個)'라 하는 것입니다. 늘상 먼 것을 가리킬 때 '저'를 쓰던 버릇이 있다보니 알면서도 가까운 것을 가리킬때 쓰는 '쩔(這兒)'이나 '쩌끄어(這個)'을 쓰는 것 입니다.
또 초급단계에서 어려운 관문은 바로 한국어에서는 잘쓰지 않는 권설음, 설치음 등의 발음과 한국에서는 개념이 약한 '성조(聲調)'라는 것 입니다. 발음은 자꾸 하다보면 혀의 위치와 바람의 세기 등을 익혀서 교정이 쉬운 편이지만, 성조라는 것은 글자마다 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발음을 편하게 하기위해 바뀌는 경우도 있기에 만만치 않은 장벽이 됩니다.
일례로 저의 한국어 발음의 세기가 약한 편인데 역시 외국어를 말할 때도 약한 편입니다. 아직 일본어나 중국어 발음이 유창하지 않은데다 발음이 약한 편이기에 좋은 발음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발음이 않좋은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처음 보는 중국인하고 몇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발음이 꽤 좋다. 여기 온지 얼마나 됬냐? 중국어 배운지 얼마나 됬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사실대로 몇개월 안됐다고 이야기하면 '그렇다하더라도 중국어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서툰 발음으로 한국어를 제법하면 한국어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렇지만 오늘은 첨 듣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음식 값을 지불하는데 종업원이 이런 저런 말을 하는데 그 중에 못알아 듣는 말이 있어 물으니 의아한 표정을 지어 ‘지금 중국어를 사범대에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했더니 중국어 잘한다면서 ‘대만 온지 얼마나 되었냐?, 몇 개월 중국어를 배웠냐?,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더니 대만어(복건성의 민남어)를 배운 적이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대만스님들한테 몇 마디 배운 대만어가 있긴 하지만 중국어와 대만어는 발음이 천지차이인데 제 발음이 대만어 비슷했나 봅니다.^^ 아무튼 늘상 접하는 분들은 제 중국어 실력을 알지만 처음 보는 분들은 듣기 좋은 말을 해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같은 한자문화권이기에 편리한 점도 있습니다. 대륙에서는 간체자를 쓰지만 대만에서는 정체자(번체자)를 쓰기에 중국어 발음을 모르더라도 한자를 알고 있으면 필담(筆談)이 가능하고 또 한자에대한 어느 정도 지식만 있으면 처음보는 글자라도 그 글자의 발음요소를 보고 성조는 다를지라도 발음은 알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자는 모두 '징'으로 읽기에 '지날 경(經)'자도 '징'으로 읽고 '서울 경(京)'자도 '징'으로 읽습니다. 그렇기에 아직 익히지 않은 글자를 보더라도 비슷한 발음은 할수 있고 삼국이 공통으로 쓰는 단어는 쉽게 통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거리 가(街)'자 처럼 중국어로는 '지에'로 읽는 것처럼 한국의 한자음과 완전히 다른 발음도 있습니다만 성조와 결합하여 발음해보면 어느정도 비슷한 음도 있습니다. 중국어는 발음에 받침이 없지만 성조를 결합해서 발음해보면 들릴듯 말듯 받침이 있는 한자음의 발음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한편 중국어의 특성상 초급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을 곤란케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중국어 초보들은 조금 느리게 말해줘도 알아들을동 말동한데 배려를 해서 말해줄 때는 천천히 말해주지만 평상시에 말할 때는 일반 속도로 말을 하곤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고 있는 경우라면 눈치상 대답이 가능한데, 맥락을 잃어버려 헤매고 있을 때 곤란케하는 말이 있습니다. 말 끝에 ‘야오뿌야오(要不要; 원하니 안원하니)?’, ‘하오뿌하오(好不好; 좋아 싫어)?’, ‘뛔이뿌뛔이(對不對, 맞아 틀려)?’라고 묻는 것입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 한참 헤매고 있는데 좋은지 싫은지, 맞는지 틀리는지 양단간에 결론을 내라는 것입니다. 초보자 입장에선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 뭘 결정하라는 건지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헤매고 있는데 더욱 조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눈만 뒹굴뒹굴하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의미파악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틈도 않주고 상대방은 재차 ‘좋아 싫어?’, ‘할래 말래?’하며 초보자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듭니다. 저도 처음에는 곤란스러워 하다가 조금 생각해보니 뭐 않좋은거 권하겠나 싶어 무조건 긍정의 표현을 하곤 했었습니다. 요즘에는 여유가 생겨 뭐라고 했는지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을 할 정도는 되었습니다.^^
타이베이시 따안구에 위치한 따안꽁위엔(大安公園)
- 날씨가 좋던 어느 날 무림의 고수(?)를 찾아 거닐다가 찍은 사진, 중국이나 대만은 이런 공원에 모여서 우슈(武術)를 연습하는 광경을 흔히 볼수 있습니다. 대안공원은 대만사범대 근처이기에 수업이 끝난 후 점심공양을 하고 혹시나 그 시간에 우슈를 배우는 곳이 있나 찾으러 갔었습니다. 보통은 아침 6시~8시까지 하기에 있을리가 없지만 간혹 있다고 해서 갔지만 격투류의 우슈를 하는 딱 한 팀만 발견했습니다.
대만 홍법원(한국 사찰)의 원주스님과 학생회 학생들
오늘의 대만한담은 '중국어편'이 었습니다. 초급의 문턱을 넘어서는 저에게 있어서 중국어는 한편으로는 곤란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언어가 아닐수 없습니다. 어설프게나마 강원에서 한자를 익혀두었던 것이 이곳 대만에서 중국어를 배우는데 크나큰 자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하고 듣는 것은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백화문으로 쓰여진 책을 보는데는 비교적 수월한 편입니다. 늘상 보던 것이라고 불교관련 서적은 수월하게 보는 편이지만, 현대중국어로 쓰여진 책이나 인쇄물은 의미파악이 어렵기도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중국어지만 수많은 관문을 지나는 동안 차차 익숙해지겠지요. 오늘의 대만한담은 중국어를 배우며 느꼈던 것들을 말씀드리며 마무리 짓습니다.
일로평안(一路平安)하시길!
첫댓글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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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스님,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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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소심마오 一路平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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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니 스님 일상이 눈에 선합니다. 그곳에서도 꼭 장학금 받으실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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