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학카페 '일반 자작시 방'에 오른 시 '글의 소중함'이란 제목이 마음에 든다.
내가 아래처럼 댓글 달았으나 이내 지우고는 여기에 올려서 내 글쓰기 공부에 보탠다.
1) 죽은 자의 글
2) 산 사람들은
3) 산자의 글
1)과 2)는 떼어서 썼다.
3)은 '산자'라고 붙여서 썼다.
붙여서 쓴 '산자'는 무슨 뜻인가?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산자'를 검색하였다.
1) 糤子, 饊子 :
- 잔치나 제사에 쓰이는 유전병류(油煎餠類) 음식의 하나.
-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납작하게 떼어 말린 것을 기름에 튀기고, 튀밥이나 깨 따위를 꿀과 함께 앞뒤에 묻힌 유밀과(油蜜菓)를 이른다. 흰색과 분홍색의 두 가지가 있으며, 고물에 따라 매화산자, 밥풀산자, 백산자 따위로 구분하기도 한다.
2) 橵子 :
건축 지붕 서까래 위나 고물 위에 흙을 받쳐 기와를 잇기 위하여 싸릿개비, 나뭇개비 또는 수수깡 따위를 가로 펴서 가는 새끼로 엮어 댄 것.
3) sanza :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의 각지에서 널리 쓰는 타악기
.... 이하 생략
시에서 나온 '산자'는 중국 한자말이다. 시의 내용은 이런 뜻이 아닐 터.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혹시 '살아있는 사람'의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산 者'로 띄어서 써야 한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한자말은 뜨나 '산자(산者)'는 뜨지 않는다. 이런 낱말은 없다는 뜻.
띄어쓰기, 붙여쓰기를 제대로 했더라면 .... 아쉽다.
2.
요즘 며칠간 시골에서 살았다.
시향/시제를 지내려고 시골로 내려가는 내내 비가 내렸고, 서울로 올라오는 어제도 비가 내렸다.
비가 잠깐이라도 그치면 바깥에 나가서 일을 했고, 밤에는 책상 앞에서 일기나 썼다.
내 시골집에는 컴퓨터도 없고, 안방에 있는 TV는 안방에 있기에 나는 이를 시청하지도 않았다.
밤에는 적막했다. 시간이 무척이나 더디 가는 그런 삶이 다시 재현되었다.
내 시골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인 마을안길, 내 시골집 마당, 윗밭에 올라가는 길목 등에는 커다란 은행나무들이 있어서...
은행알이 많이도 떨어졌기에... 차바퀴에 으깨어지고,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고... 온통 은행알 냄새가 쩔었다. 은행알을 덜 밟으려고 급히 은행알을 주워냈다. 호미로 풀속을 헤쳐서 은행알을 줍고, .....
비가 잠시 그친 사이에 낡은 함석지붕에 사다리를 걸쳐서 올라간 뒤에 조심스럽게 못을 박아서 함석을 고정했다.,
왕대나무 세 개를 베어서 긴 장대를 만든 뒤에 높은 감나무의 가지에 매달린 감을 어렵게 겨냥했다. 시간이 없어서 조금만 땄다. 붉게 익는 감의 맛이란... 시장에 나오는 개량종 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맛이 더 있다.
모든 게 조금만 .... 조금씩만 ... 시간이 없기에...
시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내는 서울로 올라가자고 자꾸만 재촉하고...
어제는... 비가 내리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는 게 겁이 나서 ... '제발 좀 속도를 줄여'라고 운전하는 아내한테 거듭 말을 했다.
(나는 시력이 약해져서.. 이제는 운전하지 않는다)
저녁 무렵에 서울에 도착했기에 다시 컴퓨터를 작동해서 남의 글을 읽고, 나도 이런 잡글을 쓴다.
시골과 도시에서의 생활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또 깨닫는다.
자다가 일어나서 이런 잡글을 긁적인다.
몸이 무척이나 무겁다. 그냥 지친다.
글감이 무척이나 많이 생겼다. 나중에 보탠다. 나중에 다듬자...
또 자야 하니까...
3.
어제 시골에서 가져온 밤.
발레 먹은 잔챙이들이다.
마을회관 바로 앞에 있는 밭. 밤송이가 수둑히 떨어졌으되 알맹인 없었다. 오래 전에 누군가가 밭에 들어와서는 땅에 떨어진 밤을 주워갔다는 뜻. 어쩌다가 잔챙이 밤을 보았다. 벌레 먹은 흔적이 여실히 들어나는데도 나는 조금 주워서 서울 가져왔다.
남의 텃밭에 들어와 밤을 주워 가다니...
오전에 밤톨에 물을 붓고는 밤 껍질을 벗겨냈다. 역시나 벌레 먹고... 벌레가 밤을 먹을 때에는 독을 내서 밤을 썩힌다.ㅇ
이런 못난이 밤이라도 겉껍질을 벗겼다. 우리 식구나 먹을 수준에 불과했고.
시골에서 가져온 은행알.
목질의 겉껍질을 뺀치로 눌러서 깨뜨린 뒤 알맹이를 빼냈다 무척이나 더디다.
어제 서울 올라오다가 경기도 화성휴게실에서 쉬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주차장 곁에 있는 화선농산물판매센터에 들러서 농산물을 둘러보았다. 호박, 배추, 무 등이 아주 최고품이었다. 나는 진열대에서 은행알을 보았다. 목질의 은행알 상품은 1kg 8,000원. 은행알 중간품은 400g 2.200원.
은행알을 보니 아쉽기만 했다. 시골 내 집 주변에는 은행알을 줍자면 한 가마니도 더 주울 터.
조금만 주워서 겉껍질을 벗겨서 물에 휑숴서 말린 뒤 서울로 가져왔다. 얼추 4말 이상은 넘을 터.
조금만 꼼지락거리면 한 가마니도 더 주울 터인데도 아내가 하도 서울 올라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나머지 은행알은 포기했다.
오늘은 서울 가져온 은행알의 목질을 뺀치로 눌러서 깨뜨려서 속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내일 둘째딸네가 잠실 친정에 들른단다. 아내는 시골에서 가져온 햅쌀 2포(40kg와 은행알을 나눠줄 예정이다.
내가 시골에서 은행알을 줍고, 서울 가져와서는 목질을 껍질을 빨라낼 때 아내는 전혀 손 대지 않았다. 오래 전 은행알 알레르기 반응으로 고생한 뒤부터는 은행알에는 손을 대려고 하지 않다. 나만 버럭빠지게 생겼다.
내일 작은딸이 오면 아내는 시골에서 가져온 재래종 감을 조금이라도 나눠줄 게다.
내가 시골에서 짬을 내서 급하게 홍시를 땄다. 아쉽게도 아내가 서울 올라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홍시도 잔뜩 남겼다. 까치밥이나 되겠지.
10년 전.. 나는 텃밭에 감나무 묘목 180그루를 심었다가 완전히 실패했다. 묘목이 고사했기에...
내가 시골에서 감은 60년 전에 심었던 늙은 감나무와 자생한 감나무 몇 그루이다.
60년 전에도 아버지는 대전에서 사과나무 묘목, 감나무묘목, 무화과나무 묘목 등을 트럭으로 실고와 시골 텃밭 세 군데에 심었고, 욱굴산 밭에서 심었으나 완전히 실패했다. 머슴살이하는 일꾼아저씨가 이런 과일나무를 돌돌 여력이 전혀 없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아버지도 과수원을 조성하려다가 실패했고, 그 아들인 나도 매실나무, 감나무, 석류나무, 모과나무 묘목을 심었닥가 또 실패했다.
내가 실패한 뒤에 밤나무 묘목을 몇 그루 추가로 심기 시작했으나... 아쉽게도 나는 서울로 되올라왔다. 자연스럽게 방치한 과일밭.... 함께 살던 어미니가 돌아가셨기에.. 나는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되올라온 탓이다. 과일농사에 실패한 근본원인이 되었다. 서울로 올라왔기에...
이런 사연이 줄줄이 이어질 게다.
지금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안에서만 머문다.
오늘은 종일토록 밤껍질을 벗겼고, 은행알을 발라냈다.
아직도 잔뜩 남은 은행알... 며칠 더 일을 해야 할 터.
2021. 11. 10.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