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민당 조직국장과 청년국장 등은 나(김태촌)에게 지역 갈등을 부추겨 광주에서 깡패들을 불러모아 서울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출신인 이철승 의원을 당수로 만들어야 호남에서 ‘야당 대통령’을 낼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러자면 이 참에 김영삼 총재를 없애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미 박정희 대통령이 차지철 경호실장을 시켜 이철승 의원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니 뒷일은 걱정하지 말고 부하들을 동원하라고 했다. 나는 고교생까지 불러모았다. 전당대회 닷새 전, 광주에서 동원한 깡패 3백여 명을 고속버스 8대에 나누어 태우고 상경했다. 급하게 모으느라 일부에게는 스포츠 시합 단체 구경을 간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폭력배 3백여 명은 서울 종로 2가에 있는 금란·경기·효성 여관 세 곳에 분산 투숙했다. 종로 일대 세탁소·목욕탕·당구장·가게·식당·담뱃가게는 상경한 조폭들에게 무조건 무료였다. 영수증만 써주고 무료로 사용하면 나중에 이철승 의원측이 전부 계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뜻을 받들던 차지철 경호실장이 이철승 의원에게 ‘사람만 죽이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아무런 뒤탈이 없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드디어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특공대 1진을 선발했다. 전당대회를 사흘 앞둔 5월22일 관훈동에 있던 신민당사를 급습해 당 직인을 탈취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만일 당 직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당사를 점거하고 5월25일까지 국회의원들을 인질 삼아 농성하여 전당대회를 무산시키고, 대의원 명단을 불태워 대의원을 다시 선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임무도 덧붙었다. 신민당사에서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느라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근무하고 있었고, 기자들도 많았다. 2층 총재실에서 김영삼 총재를 비롯한 주류측 중진 의원들이 전당대회 대책회의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는 대검·일본도·낫·도끼·야구 방망이를 나눠 들고 함성을 지르며 당사로 쳐들어갔다. 우선 모든 당직자들에게 두손 들고 무릎을 꿇으라고 한 다음 유리창을 깨고 책상을 쪼개며 의자를 집어던졌다. 일부 후배들에게는 경찰이 신민당사로 들어올 것을 대비해 정문 셔터를 내리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 중무장하고 지키도록 했다.
그런 다음 김영삼 총재를 인질로 삼기 위해 총재실로 향했다. 총재실 앞에서는 김○수 비서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결과는 비참했다. 뭇매를 맞아 쓰러진 김○수 비서를 문화방송 고○철 카메라 기자가 찍어댔다. 고기자에게도 김비서와 똑같이 뭇매가 날아갔다. 나는 동생들에게 ‘기자에게는 절대로 손대지 말라’고 지시해 그는 겨우 초주검을 면했다. 이 틈을 타고 김영삼 총재실로 피신한 주류측 국회의원들이 안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소파·의자·책상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쌓아버렸다.
화가 난 우리는 당사 안의 모든 집기와 기물을 부수면서 총재실 문을 도끼로 내리쳤다. 김총재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나와서 항복하라고 소리쳤지만 반응이 없었다. 신민당사는 아비규환이었다. 2층 사무국과 3층 조직국을 완전히 점거한 우리는 당직자들을 감금하고, 각종 집기를 박살냈으며, 대의원 명부를 포함해 서류를 전부 불태웠다. 그때 이충환 의원이 창문을 열고 경찰을 불러댔지만 반응이 있을 턱이 없었다.
드디어 총재실 문을 도끼로 부쉈다. 김영삼 총재를 납치하고 인질로 삼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 순간 총재실에 감금된 국회의원들이 탈출구를 찾아냈다. 총재실 북쪽에 폐쇄된 나무 문짝을 발로 차 넘어뜨린 뒤 비상 계단을 이용해 탈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김영삼 총재만은 도망가지 않았다. 김총재는 “깡패쌔끼들에게 맞아 죽어? 내 기어이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철승 의원을 매장하고야 말겠다”라고 소리치며 버티고 있었다.
우리가 죽일 듯한 기세로 다가가자 황낙주 의원이 김총재를 강제로 떼밀면서 비상 계단으로 데리고 탈출시켰다. 당사 옆에는 안국복집이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총재실에서 3~4m 아래에 그 식당 슬레이트 지붕이 있었다. 주류측 의원들은 앞다투어 지붕 위로 뛰어내렸다. 뒤이어 강제로 피신당한 김영삼 총재가 뛰어내렸는데 그만 지붕에 구멍이 나서 한쪽 다리가 푹 빠져 크게 다쳤다. 그 주변으로 우리는 낫과 도끼를 던져 위협한 뒤 당사를 점거했다. 김총재는 근처 신한의원으로 실려갔다.
2012년 김태촌 회고 기록
그때 YS가 3층에서 뛰어내린 건가.
총재실이 3층에 있었다. 우리가 만약에 대의원 명단과 총재 직인만 찾아냈더라도 큰 사건이 안 났을 텐데 우리가 그걸 못 찾았다. 그래서 결국 YS를 납치해야겠다, 해서 우리가 3층까지 올라갔다. 총재실 가니까 문밖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가 들렸다. YS한테 누군가 '도망갑시다, 여기서 잡히면 죽는다, 무서운 깡패들이다' 하는데 YS는 역시 거물이었다. '나는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 도망 안 간다, 같이 죽겠다'하더라. 그래서 내가 약이 더 올랐다.(웃음)
문 부수고 들어가니까 국회의원들이 먼저 뛰어내리고, YS는 안 뛰어내리니까 다른 국회의원이 붙잡고 뛰어내렸다. 3층에서 뛰어내렸지만 옆에 (2층 높이의) 점포가 있어서 점포의 슬레이트 지붕에 빠져버렸지. 그때 YS 다리가 부러졌다. 위에선 머리라도 맞으라고 막 집어던지고, 아래에선 강도인줄 알고 신고했다더라.
결국 우리는 YS도 놓쳤지, 대의원 명단과 직인도 못 찾았지, 그래서 3일 동안 당사를 점거하라 지시가 내려 왔다. 그러다 새벽 1시인가 경찰들이 당사를 에워싸더라. YS측이 경찰서에 가서 항의를 하니까 형식상 나왔겠지. 그래도 서장이 나와서 마이크 잡고 체포한다, 다 나와라 하니까 일단 나갔는데, 경찰이 뒷줄 50명을 데려갔다. 그래서 이철승 의원한테 가서 항의했다. 그랬더니 이철승 의원이 가서 다 빼왔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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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정말 배짱 하난...
첫댓글 03통 곤조 하나는 알아줘야 함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