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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가자."
"너.."
"응?"
갑자기 얼굴을 심각하게 굳히더니 성큼성큼 나한테로 와 내 셔츠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잠그기 시작하는 윤 우.
"뭐하는 거야!"
"내가 말은 안했었지만 너 가끔 이렇게 셔츠 단추를 풀고 다닐 때면 정말 곤란해."
"뭐..뭐가."
"다른 누가 됐건간에 네 살을 보는 거. 맘에 안들어."
"...그건 네가 이상한 거야! 누가 신경쓸리가 없잖아. 난 단추 다 잠그는 거 불편하단 말이야."
"그런거 자각하지 못하는 네가 더 이상해. 예전에도 너 그렇게 풀고 다닐때 남자건 여자건 몇 명이 힐끗대는거.
나는 다 봤어."
"....그..그.."
"더 중요한 건, 나도 남자라는 거야."
그렇게까지 말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 그런 말을 어떻게 저렇게 얼굴색도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몰라.
단추를 꽉꽉 채워서 잠근 윤 우가 이제서야 만족한듯이 셔츠에서 손을 떼고 현관문을 열어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괜히 얼굴이 달아올라서는 손으로 볼을 꾹꾹 누르면서 현관문을 나섰다. 나도 가끔씩 네가 이런 말이나 행동을 할 때면
정말 곤란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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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참 신기하지. 싫은 척은 온갖 다 하면서, 전화는 받네."
[하고싶은 말이 뭔데.]
"나, 지금 아민이 만나."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야.]
"솔직히 말해. 임무 맡았다고. 그럼 지금 당장 허튼 짓은 안할게. 네가 하라는 대로 아민이한테 말할게."
[..그런거 없어.]
"분명히 너에 대해서 물어볼거야. 나, 아는 대로 다 얘기해? 그래도 좋아?"
[임무 맡은 것은 있지만 타겟은 김아민이 아니다. 녀석은 그냥 잠시 거쳐갔던 것뿐이야. 그러니까, 허튼 짓은 그만
두는 게 좋을거다. 끊는다.]
그리고는 끊어진 통화. 절망스럽다. 타겟이 아민이가 아니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지가
않다. 차라리.. 타겟이 아민이었다면. 그랬다면 내가 그의 대신으로 아민이를 죽일 수만 있다면, 그는..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안돼. 이런 끔찍한 생각. 고개를 도리도리. 점점 내가 끔찍하게 변해가는것
같다. 이제는 그 때문에 아끼는 사람마저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두렵다. 내 자신이 무서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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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왜 이래. 형은 알 거 아니야. 이거 진짜 중요한 문제야. 협조 좀 해줘."
"그러니까 뭐가 중요한 문제인데."
"공적인 일이라 말해줄 수 없어. 그냥 단순한 거만 말해주면 돼. 김해단,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어디에
관계되어 있는지. 말해줘."
"너도 그 날봐서 알다시피, 나 김해단이랑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야. 그냥 오랜만에 만난 본 것 뿐이야."
"단순한 그런 사이가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잖아. 형 갑자기 왜 이래?"
"모른다는데 왜 자꾸 이래. 내가 아는 데도 너한테 말 안 해줄 것 같냐?"
갑자기 재혁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날카로워졌달까. 윤 우 말처럼 단순한 그런 사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더이상 파고들어도 말해줄 것 같지 않다. 테이블 아래로 윤 우의 허리께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윤 우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동시에 나에게로 향하는 재혁의 시선. 예전과는 다르다. 확실히 달라.
"모른다잖아. 그러다가 싸우겠다. 아닌가보지. 그냥 가자."
"그게.."
"가자구."
단호한 모습을 보이자 윤 우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선다. 같이 따라 일어나는 재혁.
"미안해. 괜히 흥분했네. 민감해져서."
"아니야. 나도 미안하다. 알려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아냐. 오늘은 이만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봐."
"그래. 잘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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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왜 말을 안 해주는 거야."
차를 서서히 출발시키면서도 계속 아쉬움이 남아 뒷머리를 매만지면서 말을 내뱉었다. 그냥 경찰한테 넘기고 싶었지만
마땅한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얘기되는 것은 자칫하다 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아 그럴 수 없다.
그런데 정말 왜 말을 안 해주는 걸까. 분명히 잘 알고 있는 사이 같았는데.
아! 그 날. 분명히 재혁이 아버님이 일을 맡긴 거냐고 물어봤었다. 그 이전에 우리들이랑 어떤 사이냐고 물어봤었고.
그렇다면, 재혁은 김해단과 잘 알고있는 사이라는 얘기에다가, 김해단이 이번 일과 더욱더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얘기가 된다. 재혁이 김해단에 대한 사실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설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가 아무리 물어봐도 걔, 한 마디도 안 할게 분명하다니까."
"집에 데려다줄테니까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어."
"응?"
"갈 데가 있어서 그래."
"나도 갈래. 어딘데."
"말 들어."
"짜증나게 하지마. 이건 나랑도 관련된 일이야. 왜 혼자서 그러는 건데?"
"청와대 갈거야. 그런데도 너 따라올래?"
"......차 안에 있으면 되잖아."
"일이 더 복잡해져. 오래 안 걸리니까 그냥 집에 있어. 알았지?"
속력을 내 비교적 빨리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아민이 살짝 짜증난 것이 보인다. 청와대로 간다니까 아무런 말도
못하고 이렇게 있는 거겠지. 아랫입술이 살짝 나온게 귀여워서 입술에 살짝 뽀뽀를 했더니 깜짝 놀랜다. 얌전히
집에만 있으라고 말하니까 알았어! 하고 신경질을 내면서 차문을 세게 닫고 가버린다.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
까지 보고나서야 차를 돌렸다. 아민에게 말했던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차를 몰았다. 당장 사실을 확인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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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데 그렇게 서두르는데?"
"너, 재혁이 형이랑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 이름 기억해?"
"글쎄.. 그게 좀 지난 일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그건 왜?"
"잘 생각해봐."
"..김...아..뭐였더라."
"김해단."
"아! 맞아. 그거였다. 김해단. 그런데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
역시. 생각했던 대로다. 둘은 연인 사이였어. 그렇지만 그 때 상황으로 보아서 결코 좋게 헤어진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그냥 좀. 김해단에 대해서 아는 거 하나라도 있어?"
"음..글쎄. 사귀는 당시에 나는 형을 별로 안 좋게 생각했었거든. 그래서 그 남자에 대한 것도 잘 몰라. 그냥 뭐..
그 나이에 좋은 집을 자기 명의로 가지고 있는 부자였다. 이 정도."
"어쩌다가 헤어진 거야?"
"그것도 잘 모르겠어. 형이 그 얘기는 입 밖에도 안 꺼냈거든. 근데 헤어진 게 형이 전과자가 된 계기가 되었었지."
"뭐? 왜?"
"형이 같이 살았었던 그 집에 불을 질렀거든."
머리가 아파온다. 그렇게까지 나쁘게 헤어졌음에도 왜 감싸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아니면, 설마. 김해단의 일을 방해
하려고 또 다른 방식으로 아민과 나에게 접근해온 것일까? 위험해. 어떤게 진짜던지 몰라도 우선은 재혁과의 접촉을
피하는게 가장 최선의 선택같다.
"형?"
"고마웠어. 나 간다. 다음에 봐!"
"형! 형!"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김해단의 타겟이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내 사람을 지킬 것이라고. 지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는 밖으로 달려나갔다.
확인할만큼 확인했으니 이제 오피스텔에서 혼자 발만 동동거리고 있을 아민에게로 돌아가야했다.
^^♡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다행이에요!
항상 댓글로 격려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할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얼른 올리고 싶었는데 늦었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아이고...재혁이도너무안타깝고아민이도상황이안타깝고윤우는이리저리신경쓰는게많더니 알아버렸군요!모든사실을알게된건아니지만~앞으로어떡게될지더욱궁금해요!열씸히써주세요!힘내시구요~
넵!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힘낼게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잼있게보고 가요^^ 그의 추리능력을 발휘!!! ㅎㅎㅎㅎㅎ
재미있게 보고 가신다니까 저는 너무너무 기쁘네요~ 앞으로도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재혁이가 나쁜 생각을 안했으면 좋겟어요 ㅜㅜ 담편두 빨랑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넵! 얼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정상 살짝 늦었네요..ㅠㅠ 죄송하구, 감사합니다!
젬있게 보고가요~
헤헤. 어김없이 소희 맘님께서 재미있게 봐주셨다고 댓글을 달아주시니 힘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