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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 청소년 대표팀의 이재현군이 강력한 스파이크를 구사하고 있다. |
한·영 축구 대표팀 훈련에 활용
네트만 치면 어디든 족구장
몸싸움 없이 장시간 할 수 있어
1966년 공군 조종사 착안
울산 연합회 등록 클럽만 100여개
내달 18일 문수양궁장서 전국대회
족구는 즐겁다. 족구에 살고 족구에 죽는 ‘족생족사’의 동호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네트를 두고 머리와 발을 이용해 상대와 승부를 겨룬다. 거침없는 킥에 하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통쾌함을 느낀다. 족구는 한국에서 생겨난 유일한 구기 종목이다. 어느새 한국을 넘어서 세계를 넘보고 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훈련 중 하나다.
◇민족 고유의 구기에서 대중 스포츠로= 지난 21일 오후 동구 현대자동차 문화회관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현대자동차 족구단 선수들과 울산시 청소년 족구 대표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팀원을 바꿔가며 시작된 경기는 연습경기 답지 않게 치열했다.
서브도 동네 족구와는 달랐다. 마치 배구 선수가 강 스파이크를 보내 듯 휙휙 소리를 내며 족구공이 마룻바닥에 꽂혔다. 전국 최강부팀의 연습장면을 실제로 보니 입이 절로 벌어졌다.
양 팀의 공격수들은 에이스 답게 상대 수비수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어김없이 반대방향으로 공을 보냈다. 코트에서 수비수가 멀어지면 앞으로 떨어뜨리고, 앞으로 다가서면 뒤로 보내버리는 그야말로 족구는 발로 하는 것이 아닌 머리로 하는 것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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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족구단에서 오른쪽 수비를 맡고 있는 여상수씨가 머리로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
마룻바닥이 떵떵 울리는 공격이 연신 이어지는 순간 청소년 대표팀에게 기회가 왔다. 순간 마룻바닥에 손을 짚더니 몸을 뒤짚어 상대코트에 그대로 족구공을 찍어 보냈다. 현대차 수비수들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현대차 공격수도 기회를 잡았다. 토스가 올려준 공을 코트에 떨어지기 전에 순간 발목의 방향을 바꿔 대각선으로 빨래줄처럼 꽂았다. 청소년 대표팀은 속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마룻바닥에 족구화가 끌리는 소리가 연신 들렸고,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의 기운이 코트를 휘감았다.
현대자동차 족구단 박용재 감독은 “네트만 치면 어디든 족구장이 되는 족구는 좁은 공간에서 비용을 안들이고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운동이다”며 “상대방과 몸싸움 없이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생활스포츠인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공군 조종사들이 처음 시작= 1966년 공군 전투비행대대 조종사들이 비상대기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종복을 입은 채 할 수 있는 운동을 착안했다. 배구장에서 배구네트를 땅에 닿도록 내려놓고 축구공이나 배구공으로 3번에 상대편으로 차 넘기는 것이 족구의 시작이 됐다. 1974년에는 아예 규칙까지 만들어졌다.
울산족구 연합회에 등록된 클럽만 100여개나 된다. 내달 18일 문수국제양궁장에서는 ‘제15회 국민생활체육 울산시장배 및 제2회 전국초청족구대회’가 열린다. 최강부와 일반부, 여성부, 청소년부, 관내부 등 전국의 동호인이 울산에서 한바탕 축제를 연다.
족구에서 서브 득점은 2점이다. 그래서 밋밋한 서브보다는 받더라도 불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강 서브를 주로 사용한다. 족구공은 축구공보다 작고 배구공보다는 약간 큰 정도다. 족구를 할 때는 족구화를 신는데 바닥이 평평하고 쿠션이 없어야 한다.
족구는 3바운드 3터치가 기본이다. 하지만 전국 최강부 선수들의 경우 2바운드 3터치다. 네트의 높이는 보통 105㎝. 일반인들이 처음 섰을 땐 생각보다 높은 네트의 위치에 놀라기도 한다.
동네 족구에서 통용되는 것들도 실제 족구 규칙에서와는 다른 것이 많다. 일단 서브를 넣을 때 땅에 튀겨서 넣으면 안된다. 서브를 넣은 공이 네트에 닿고 넘어가도 인정된다. 단 선수의 몸이 네트에 닿거나 몸이 네트를 넘어가도 안된다. 점수는 3세트 15점제다. 글=김봉출기자 kbc78@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박용재 감독 “족구는 가족이자 동반자”
선수로 입문…부상후 감독 전향
2011년 울산 최우수감독상 수상
“저에게 족구는 가족처럼 소중한 영원한 동반자입니다.”
박용재(50) 감독은 지난 1986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지금은 생산관리 1부에서 기술기사를 맡고 있다. 1993년 현대자동차 족구단이 창단된 뒤 선수로 활동했다. 지난
2009년부터 감독을 맡고 있다.
박 감독이 선수에서 감독으로 전향한 것은 부상 때문이다. 2007년 무릎 십자인대파열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전국 최강부인 현대자동차 족구단은 지난해 전국대회 우승 2회, 준우승 1회, 3위 2회 등 내로라하는 실력을 자랑한다.
박 감독의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울산지역 최우수감독상과 전국유공자 시상식에서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그가 이끌고 있는 울산시 청소년 대표들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만 우승 4회, 준우승 4회, 3위 1회를 기록했다. 청소년 족구팀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과 청소년들의 건전한 놀이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
박 감독은 “청소년 대표 육성을 통해 진로문제 해결과 함께, 건전한 운동 문화 정착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봉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