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없는 지휘자는 있어도 실력 없는 오케스트라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지휘자는 지휘봉으로 박자를 알리고 악기와 각 파트들이 연주에 들어오는 부분을 지적합니다. 곡의 뉘앙스나 감정도 표현하지요. 지휘봉을 든 오른손은 박자를, 왼손은 강약과 악상 표현, 호흡, 정지 등을 지시한답니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지휘봉을 직접 만들어 씁니다. 프랑스 프로방스의 자택에서 기르는 올리브나무의 가지를 잘라 틈틈이 샌드페이퍼로 갈아서 제작합니다.
정 감독은 3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에 참가한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오늘 공연을 보고 편지를 보내면 가장 잘 쓴 어린이에게 직접 만든 지휘봉을 선물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환호가 대단했지요. 지난해 2월 자선 경매에서 이 올리브 나무 지휘봉이 5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어요. 지휘자 여자경 씨는 직접 제작을 하다 이제는 기성품을 사용합니다. 바이올린 브리지를 만드는 단풍나무와 와인 코르크 마개를 연결해서 썼는데 손잡이 부분이 잘 빠져 결국 사서 쓰게 되었다는군요. 음악칼럼니스트 유혁준 씨는 “균형이 잘 맞아야 좋은 지휘봉”이라고 했습니다. 중심이 잘 잡혀야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제대로 난다는 설명입니다.
합창곡을 지휘할 때는 맨손으로 지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합창단의 규모가 오케스트라보다 작고 단원들이 지휘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서죠. 서울모테트합창단의 김형수 부지휘자는 “손가락을 모두 써야 노랫말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휘봉의 몸통은 궤적을 그리는 케인(cane)과 손으로 쥐는 핸들(handle)로 나뉩니다. 차이는 있지만 케인의 길이를 기준으로 보통 12∼16인치(30∼40cm)입니다. 재질과 완성도에 따라 1만 원대부터 15만 원을 넘는 것도 있습니다. 케인은 카본(탄소섬유)이 가장 비싸고 나무, 플라스틱 순입니다. 핸들은 알루미늄이 고가이고 나무, 코르크, 플라스틱 순이랍니다.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