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월간어린이와문학>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장주식이라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있어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제 아들이 올해 경상남도 산청의 간디학교에 입학을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2월말에 경찰이 이 학교의 교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역사를 가르치시는 최보경선생님의
컴퓨터 하드를 가져갔다고 합니다. 최보경샘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산청지회장이고 경남의 여러
시민단체에서 중추적인 역활을 하는 분입니다. 아울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뿐 아니라
동료교사들에게도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분입니다.
이런 분을 압수수색하다니요.
마치 지난날 엄혹하던 군사정권시대를 다시 보는듯 억장이 무너집니다.
지금 간디학교에서는 학부모회, 교사회, 학생회가 대책위를 꾸리고 활동하고 있답니다.
참, 간디학교 교사회의 대표를 맡고 계신분은 다들 잘 아시는
시인 남호섭선생님입니다. 최근에 <놀아요 선생님>이라는 동시집을 창비에서 출간하셨지요.
남호섭선생님은 요즘, 최보경선생님의 일에 대책을 꾸리시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쁘시더군요.
아래에 간디학교 교사회의 입장을 올려봅니다. 이땅의 양심있는 모든 분의 관심을 기대해봅니다.
최보경 선생님 압수수색에 대한 간디학교 교사들의 입장
지난 2월 24일 일요일 아침, 우리 간디학교에 경상남도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역사교사인 최보경 선생님의 컴퓨터와 수업자료 등을 압수수색해갔다.
당시 학교에는 당직교사 한 명과 기숙사에서 식사하러 학교에 내려와 있던 학생들도 여러 명 있었다. 더욱이 당사자인 최보경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통일교육을 목적으로 교육부에서 주관한 금강산 체험학습에 참가해서 이박삼일 학교와 집을 비운 상태였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최보경 선생님의 집 또한 압수수색을 당했다.
생각해 보라,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을 즐겨야 할 우리 학생들은 경찰 호송버스를 타고 학교에 들이닥친 경찰들로 인해 영문도 모른 채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어렴풋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버린 학생들이 자기들의 선생님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얼마나 걱정할 것인가?
또한 집에서는 함께 살고 있는 연로하신 장인, 장모와 어린 두 딸(6살, 7살)이 늦잠을 채 깨기도 전에 들이닥친 경찰 6~7명을 어떻게 감당했겠는가. 특히 병환 중인 장모님은 이 일로 더욱 병이 깊어지셨다.
우리 교사들 또한 바로 옆자리 동료의 난데없는 일에 마치 자신의 컴퓨터와 수업자료가 압수당한 듯, 아니 우리 학교 전체가 압수당한 듯 놀라움과 두려움에 가슴 한가운데가 휑하니 뚫려 버렸다.
과연 우리 최보경 선생님은 그렇게 큰 죄를 지었는가?
경남도경 보안수사대는 간디학교 진입에 대해 사과하라
학교는 진리를 밝히는 배움의 전당이며, 학생들의 꿈을 키워나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배움의 공간에 그것도 학생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공권력이 투입된 것에 대해 우리는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대한민국사회에 대한 서글픔을 느낀다.
경찰은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교무실에 들어왔다가 당직교사의 연락으로 그때서야 학교장에게 통보가 되었으며, 당사자인 최보경 선생님에게 직접 영장을 제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에 간 틈을 이용해 압수수색을 하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경상남도경찰청은 배움의 공간에서 일어난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행위에 대해 마땅히 간디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성의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간디학교 교사들은 학습권 침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교무실 및 가택 수색을 통해 가져간 대부분의 자료는 다름 아닌 수업자료였다.
최보경 선생님은 이 일로 개학을 맞이하여 당장 수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가고 있다.
경찰은 수업자료로 쓰고 있는 EBS의 ‘지식채녈e’나 KBS의 ‘VJ특공대’ 등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자료도 가져가고, 학생들이 제출한 수행평가서, 교무수첩까지 막무가내식으로 압수해갔다. 불법성이 없는 자료들마저 쓸어가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런 일은 공권력을 휘두름으로 해서 당사자를 위협하고, 동료나 가족들에게 최보경 선생님을 큰 범죄나 저지른 인물로 만들려는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
사회․역사과 교사들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통일교육 관련 연수나 계기수업 자료들을 항상 수업 장면에서 풀어내는 것이 업무가 된지 오래이다. 이런 다양한 자료를 이용하는 교육이 감시당하고 압수수색 당한다면 우리 교사들은 과연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하란 말인가.
이것은 명백한 교사의 수업권 침해이며, 우리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박탈하는 짓이다.
이번 사건은 최보경 선생님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우리나라는 두 번이나 남북의 정상이 만나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라는 통일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금강산과 개성을 관광할 수 있고, 개성공단에는 남쪽의 기업들이 진출해 남북간 경제협력을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다.
우리 민족 앞에 통일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이때에 최보경 선생님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1925년 항일투사들을 잡아 가두기 위한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한 법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해방된 후에 사라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1948년 이름을 바꿔 명맥을 유지하더니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이제 우리 바로 곁의 동료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속 시원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언제 소환조사를 할지, 기간이 얼마가 될지, 당사자가 자기 일에 몰두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그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늘 불안 속에 떨게 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을 끌면서 자신들의 편의대로 압수수색하고 조사하려 드는 것은 엄연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거기에 오래 전부터 최보경 선생님을 내사해온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는 것을 보면 이번 사건이 명백한 표적수사라는 의심도 지울 수가 없다.
우리의 요구
우리 간디학교 교사들은 경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은 자칫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으로 한 개인을 범죄자로 몰거나, 10년 경력의 교사를 의식화교사 운운하면서 반교육자적인 사람으로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사의 말과 행동은 그가 가르치거나 가르쳤던 학생들을 통해 정당성을 얻는 것이다. 당장 우리 간디학교 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물어보라. 그가 어떤 교사였는지.
이에 우리 간디학교 교사들은 경상남도경찰청 보안수사대에 강력히 요청한다.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보경 선생님에 대한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
혐의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명백히 밝혀라.
당장 압수 물품을 최보경 선생님에게 돌려달라.
2008년 3월 10일
간 디 학 교 교 사 회
첫댓글 우리가 한꺼번에 타임머쉰을 탄 건가요? 어떻게 한순간에 세월이 20년 30년을 거슬러 가 있는 거지요? 애들이 무척 놀랐겠다...식구들도 그렇고...
거 참 네... ㅠㅠ 이노무 경찰, 정권 우째야쓰까요...
이유가 뭘까. 대체...??
썩을 놈들! 정말 두 눈 와짝 떠야겠는데요... 우리의 와짝 뜬 두 눈이 서로를 지켜줄 수 있겠지요...
여전히 우리는 싸우지 않으면 아무 것도 없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달으니 이가 갈리고, 한편 이런 일을 생각할수록 잠깐 안일했던 제자신이 부끄럽습니다.
..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어요... 정말 세상 살맛이 떨어지는군여.. 이 썩을 정권 병자들!! 언제나 정신을 차려주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