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이건 항공모함(USS Ronald Reagan, CVN 76)이 3월 22일 부산 3함대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25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RSOI/FE)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태평양함대 소속 10만 톤급 핵추진 항모로서 2003년에 취역한 신형이다. 미국은 현재 12척의 현역 항모와 수척의 예비역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항모는 이동하는 공군기지다. 비행갑판은 332m×78m로 축구장 3개 크기이고 함재기를 80여대 운용할 수 있다. 원자로 2개에서 나오는 26만 마력(馬力) 추진력으로 30노트(시속 55km)로 연료 재보급 없이 20년간 운전이 가능하다. 함정요원 3,200명과 항공요원(조종사 포함) 2,400여명이다. 항공기와 항공요원은 임무에 따라 해군의 각기 다른 항공기지에서 차출되어 탑재된다.
함재기는 FA-18E/F(Super Hornet)전투기와 A-10 공격기가 주류다. 그리고 EA-6B전자전기, E-2C조기경보기, S-3 대잠초계기, SH-60F대잠헬기, HH-60H 구조헬기, C-2수송기 등이다. 여기서 A-10기는 공중급유 임무도 한다. 모든 항공기는 날개가 접힌다. 자유로운 이동과 저장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렇게 큰 항모도 함정내 공간이 부족하여 항공기의 1/3은 하부갑판 정비고에 저장하고, 나머지 2/3은 비행갑판 상에 계류한다. 함재기는 바닷물의 염분에 항시 노출되기 때문에 육상기지 항공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항모는 태풍 속에도 항해가 가능한 크기이나 갑판상의 항공기 안전관계로 갑판을 덮치는 파도는 미리 피한다.
비행갑판에서 활동하는 항공요원은 19~22세 전후의 고도로 숙련된 젊은이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혹독한 외부환경에서 장시간 근무해야 한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에는 30노트 이상의 바람이 항상 필요하다. 그래서 항모는 바람이 오는 방향으로 30노트로 항진한다. 노천갑판에서 작업을 하는 요원에게 바람은 바로 고통이다. 여기에 더해 여름철 걸프해역 비행갑판 온도는 섭씨 50도가 넘고, 북극해에서의 체감온도는 영하40도 정도이다.
항모의 항공작전은 이렇게 한다. 항공기는 항모의 전부갑판 사출기(총 4개)에서 15초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이륙할 수가 있다. 착륙은 후부갑판의 착륙지대로 한번에 한대 씩 1분 30초 간격으로 가능하다.
이륙작전 시에는 모든 항공기를 착륙지대로 옮겨야 한다. 착륙작전 시에는 이륙구역으로 옮겨야 한다. 이·착륙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그 많은 항공기를 신속 정확하게 지정된 위치로 옮기는 것이 훈련수준의 척도다. 한 사람이 한대를 옮긴다. 높은 파도에 의해 갑판이 좌우로 요동치는 경우에도 조금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대당 1~3억불의 항공기다.
이륙은 갑판바닥에 설치된 증기사출기(Steam Catapult)를 이용한다. 정지된 항공기를 밀어서(이 때 항공기도 엔진을 최대로 유지) 약 2초 만에 300Km의 속도로 가속하여 공중으로 내던진다. 조종사는 몸이 갑자기 뒤로 쏠리면서 잠깐 눈앞이 캄캄하고 식은땀이 난다. 항공기의 종류에 따라 내던지는 사출압력이 다르다.
착륙은 더욱 어렵고 위험하다. 후부갑판에 일정한 간격으로 와이어(Wire) 줄이 4열로 깔려있다. 이중 하나에 항공기 후부동체의 걸쇠(Arrester Hook)가 걸리면서 속도가 급속히 감속하게 된다. 조종사는 착륙하기 전에 1차로 300m고도로 항모갑판 상공을 통과하면서 갑판의 요동상황을 먼저 확인한다. 착륙에 자신이 서면 선회하여 항모로 접근한다.
항공기의 종류별로 상이하나 통상 착륙속도는 160노트(300km)이다. 숙련된 조종사는 3번째 줄을 선호한다. 실제 착륙 가능거리는 100m 이내이다. 착륙은 수많은 훈련과 희생이 필요하다. 좌우상하로 움직이는 갑판의 20cm 남짓한 높이로 설치된 와이어에 항공기를 맞추는 고난도의 비행기술이 요구된다. 와이어가 항공기를 잡는 강도는 착륙하는 항공기의 순간중량과 속도에 따라 컴퓨터로 자동으로 제어된다. 와이어는 수시로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착륙의 어려움으로 인해 함재기 조종사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러나 700~1000회 착륙한 경력의 항모강습단장(준장 또는 소장) 경험에 의하면 신체가 받는 척추 충격손상으로 인해 통상 키가 2~3cm 작아진다고 말에 그들만의 남다른 고충이 엿보인다.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r Force)은 통상 함정 10여척으로 구성된다. 이지스 함정과 구축함, 대형 군수지원함, 핵추진 잠수함으로 구성된다. 주위 200~400km 이내 바다의 수상·수중·공중을 통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항모강습단은 움직이는 거대한 국토이고 무소불위의 군사력 그 자체이다.
이지스함정은 항모의 대공위협을 제거하고, 핵추진 잠수함은 수상함/잠수함의 위협을 사전에 제거한다. 호위전투함과 잠수함의 속력은 30노트 이상이다. 항모가 통상 30노트로 작전을 하기 때문이다. 항모를 보유하기 전에 핵추진잠수함을 먼저 보유해야 하는 이유가 그렇다.
2~3만 톤급 소형항모(스페인· 태국 등 보유)에서는 비행갑판이 작아서 사출기 대신에 스키점프(Ski-jump)로 이륙한다. 착륙은 와이어 대신에 수직으로 한다. 탑재항공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항공기의 작전반경이 1/2수준이다.
중국의 항모가 내년에 작전을 개시할 것이며 일본도 항모건조를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이 이어도와 독도에 대한 영토강탈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작금의 안보상황이 너무 걱정스럽다. 항모강습단 정상운영에는 정부의 결정 후 최소 20~30년이 걸린다고 한다.
혹자는 우리의 독도함(14000톤, 대형상륙함)을 ‘소형항모’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함정은 건조 당시에 목적에 따라 건조됨을 알아야 한다. 우리도 점증하는 주변국의 해상위협을 고려하여 정부의 올바른 결정이 시급하다. 중형항모(4~5만 톤)를 건조하여 우리의 영토와 국가이익을 자신 있게 지키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미국 본토(모항: 샌디에이고)에서 온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방한을 환영하고, 한국의 안보를 위해 노력하는 미국국민에게 특별히 감사한다.(konas)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