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8. <배제된 유격 훈련>
교육 도중, 하나의 중요한 소식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유격 훈련>에 관한 것이었다. 군에서 유격훈련이 시작 된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안전 조치가 완전하게 취해지지 않아서 희생도 많았다는 소식도 들려 왔다. 교육생 대표 몇 명이 포대장 면담을 요청하였다. 비록 단기 복무이지만 우리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만약 형편상 전원이 교육을 받을 여건이 안된다면, 지원자나 혹은 일부 선발을 하여서라도 유격 훈련을 받을 기회를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김헌세 포대장(육사 13기)은 자기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나, 상부에 보고해 보겠다고 하였다.
이튿날, 포대장은 즉각적으로 교육생 대표들을 불렀다. 그리고 상부로부터 안된다는 회답을 받았다고 전하였다. 우리들의 실망을 컷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초창기라 시설 자체의 수용능력의 한계가 이유가 될 수도 있었다. 그 때만 하여도 유격 훈련은 보편화 되어 있지 못하고, 전군에서 극히 소수의 병력만 선발하여, 교육 훈련을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 교육 그 자체보다도, 선발되는 그 자체가 커다란 특권, 특혜로 간주될 수도 있었다. 장기 복무자에게도 혜택을 다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단기 복무자인 ROTC 출신에게까지 동일한 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때 까지만 하여도, 초창기라 ROTC 교육 과정의 특성과 성격이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못하였다는 것도 의미한다. 우리로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지 않었다.
그러나, 2년후 50%의 장기 복무자 확보를 예상, 계획하고 있었다며는 ROTC 첫기인 1기1차에게도 부분적이나마,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선배가 없고, 우리의 의견을 적기에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또 이를 강력하게 반영하여 줄 아무런 공식, 비공식 라인이 없었다는데도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우리 또한 군에 대한 약간의 상식이나, 경험이 있었다면, 우리의 유일한 대변 기관이 될 수 있는 각 대학교 ROTC 교관단을 통하여 우리의 의사를 상부에 전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1기1차가 비상 계엄과 같은 교육 훈련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이를 진지하게 연구, 검토할 환경과 통신 수단, 기초적인 연락망이 조성되어 있지 못하였다는데 아쉬운 점이 있었다.
지금도 지나간 일이지만, 좀 더 상부에서 군의 장기적, 그리고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심도있는 연구, 검토가 한번이라도 있었다며는, 1기1차에서부터 많은 장기 복무 지원자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해서 개척자의 사명을 가지고, ROTC의 장구한 앞날과 계속해서 배출될 유능한 후배들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저 하였던 1기1차의 희망과 꿈은 사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