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푸파페제주] 농촌융복합산업 국제포럼 개최, 푸드테크 도입방안 논의
2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회의장에서 열린 '2023 농촌융복합산업 국제포럼'. ⓒ제주의소리
농촌융복합산업이 미래를 담보할 신성장 산업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적극 접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1차산업 전문가들은 저마다의 사례를 제시하며 이른바 '푸드테크(Food Tech)'로의 전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는 '농촌융복합산업 국제포럼'이 22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제5회 농촌융복합산업 제주국제박람회-푸파페 제주' 연계 행사로 마련됐다.
스가와라 치하루(Sugawara Chiharu) 델리시키친 대표와 이기원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 가운데, 종합토론은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환경연구본부장이 좌장을 맡고, 강경심 공주대학교 외식상품학과 교수, 안병일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호드리고(Rodrigo) 브라질 국제농업유통 컨설턴트, 앤서니 밀리컨(Anthony Milliken) 미국 푸드페스티벌·파머스 마켓 기획자, 김한상 농업회사법인 제우스 대표이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 일본 밥상 레시피 점령한 어플, "데이터 축적으로 보다 나은 솔루션 제공"
주식회사 에브리의 공동설립자이자 델리시 키친(DELISH KITCHEN) 대표를 맡고 있는 스가와라 치하루 대표는 '농촌융복합산업, 디지털 기술로 성장하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델리시 키친은 요리 레시피 동영상 어플리케이션으로, 월 이용자 수만 5600만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 동영상'을 모토로 누적된 콘텐츠의 수만 5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와라 대표는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은 집에서 식사를 준비해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라며 "주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매일 무슨 음식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라는 과제가 가장 많았고, 이 과제가 해결된다면 식탁이 더욱 즐겁고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스가와라 치하루 델리시키친 대표. ⓒ제주의소리
앱 이용자들의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의 마케팅, 소매업체 간의 협업 등을 지원하는 것 또한 특징이다. 데이터를 단순 온라인에서만 머물게 하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스기와라 대표는 이와 같이 식품산업과 테크놀로지를 연계해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식품과 관련 과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 산업에 기반한 농촌융복합 산업에도 푸드테크와의 연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050년 세계의 식량수요는 2010년 대비 1.7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백질원 등의 수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양불량의 이중 부담' 또한 중요한 과제다. 경제적 빈부 격차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영양부족과 영양과잉 문제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건강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스가와라 대표는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과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취득한 데이터를 추가로 축적해 보다 나은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팜노트'로 명명된 목장 경영 디지털화 프로세스를 통해 소의 몸에 스마트 전자기기를 부착, 소의 건강·번식 관리, 개체 식별 등을 가능토록 했다. 소의 데이터를 축적해 이상 유무를 탐지하는 일을 고도화 한 사례다. 또 드론을 활용한 '핀포인트 타임 농약 살포' 기술은 농업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사례로 남아있다. 양식 산업에 있어서도 무어분 사료로의 대체 과정에서 스마트 자동급사기를 활용하는 성공적인 전례가 소개됐다.
2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회의장에서 열린 '2023 농촌융복합산업 국제포럼'. ⓒ제주의소리
◇ "남이 시도하지 않는 '창발적' 접근 필요, 기술 활용 콘텐츠가 곧 경쟁력"
이기원 교수는 농촌융복합산업에 있어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거나 이뤄내는 '창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지금 세대의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선진국의 특징은 남의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닌,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떻게 사회에 가치 창출을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는 것"이라며 "코리안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남이 하지 않은 것을 먼저 도전하는 '퍼스트'가 중요하고 이를 '베스트'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농촌융복합산업에 접근함에 있어서는 "전국의 대표적인 6차산업 사업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당시 나왔던 답은 '개인 단위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며 "지역 단위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푸드테크를 이야기 할 때 흔히 나오는 반응이 '푸드테크는 기존의 농업과 정반대되는 개념 아니냐', '거대자본이 들어와 기존의 농업을 하는 분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것 아니냐'고들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럼 지금까지의 농업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도 농업을 하려하지 않고, 아무도 농촌에 가려고 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결국 산업도 편해져야 한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푸드테크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청년층이라는 것"이라며 "청년들은 플랫폼과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소수의 독점적인 기술 회사들을 제외하고는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개별적 콘텐츠의 경쟁력 밖에 없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제주의 브랜드가 더욱 특수성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제 '한국에서 제주가 제일 먹을게 많고 즐길게 많다'는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제주도가 아니면 안되는 먹거리와 놀거리'를 찾아가야 한다. 세계를 지향하면서 첨단 기술을 붙일 수 있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제주도라든지 특정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제안하는 과정에 있다면 민간이 해야할 것과 정부·지자체가 해야할 것, 연구기관이나 학계가 해야 할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며 "결국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농촌융복합산업 체계적 육성할 정부-지자체 차원 정책-지원 필요"
토론자로 나선 강경심 교수는 "농촌융복합산업을 추진하고 계신 분들에게 '푸드테크'가 과연 체감할 수 있는 용어인가 고민이 많았다"며 "지역내 상당히 많은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업체들이 있는데, 이 업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농촌융복합산업이 초기에는 2차 가공상품 중심이었지만, 2차 산업에서도 전처리 반가공식품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3차 산업은 체험 교육과 온오프라인 유통, 외식산업까지 외연을 확대하면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성장하고 있다"며 "제주의 여건을 반영해 푸드테크를 접목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회의장에서 열린 '2023 농촌융복합산업 국제포럼'. ⓒ제주의소리
안병일 교수는 농촌융복합산업의 성장에 있어 정부 등 공공의 책임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농촌융복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농산물이든 제품이든, 유통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생산자에게 더 많은 몫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을 선별해내고 접목하는 것은 개인 생산자 입장에서 접근하기 상당히 어렵기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안 교수는 "일부 개별적으로 성공하는 농민들은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농가는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농가는 단일 품목으로 대량 생산을 하기를 원하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소량으로 다양한 품목을 생산해 기호에 맞추는 생산은 할 수 없다"며 "이것들을 연결할 수 있는 단초로서 푸드테크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정부의 정책과 투자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의 호드리고 컨설턴트는 "브라질과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생산과 유통에서의 푸드테크 적용이 중요하다"며 "각 국의 공통된 목적을 찾아 공공기관이나 대학교, 연구소 등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밀리컨씨는 "한국에 돌아다니다보면 제주도와 문화 차이는 있는데 더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제주에서 할 수 있다고 굳이 찾아오겠나"라며 "제주가 앞서나가고 싶다면 '이건 우리거다' 하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 사람들이 한번 찾아오는게 아니라 여러번 올 수 있게, 지역의 특수성을 지닌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상 대표는 "푸드테크의 기본적인 기반은 '동행'이 돼야 한다. 국가의 정책이나 지원이 농민들에게 미쳤다면 푸드테크를 활용한 산업에서는 기업을 통해 농업의 가치를 더하게끔 해야 한다. 농민과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고, 맞춤형 데이터 수집이 산업 육성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17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