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삶터의 주인으로서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존엄한 권리를 보장하고 공동체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존재합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것은 민족 공동체의 총화인 국가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난 세기 권위주의적 정권하에서 국가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계층적 이유로 특정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행위를 자행해왔습니다. 불교계에서도 1980년, 제5공화국 출범을 앞두고 정권을 장악해 나가던 신군부 세력이 불교계 정화를 추진한다는 명목아래 전국의 사찰과 암자 6천여 곳이 강제 수색을 하였고 조계종 승려 등 불교계 인사 153명을 강제로 연행, 무차별 폭력과 고문을 자행한 바 있습니다.
국가폭력은 여타...의 다른 폭력과 달리, 그 근본주체가 국가라는 하나의 거대한 권력기관인 만큼 그 폭력의 정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상처를 남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교적 관점, 즉 연기적 관점에서 볼 때도 뭇 생명과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을 고양해야 할 국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야만적인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본 릴레이 강연과 현장 순례 그리고 치유 워크샵은 그동안 명백하게 국가폭력이라고 할 만한 사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되어온 소외, 차별받아온 장애인, 군인, 기지촌 성매매 여성, 성적 소수자 등, 이들이 국가로부터 어떤 차별과 폭력을 받고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는 자리, 그리고 그 고통들을 극복하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혜를 모으고 불교적 치유의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