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사님 안녕하세요? 제가 따님의 초등학교 4학년 수학개념 공부에 대한 답변글을 썼는데 벌써 중학생이 되었군요. 답변글이 늦어져서 죄송해요. 이번 상담글과 댓글, 초등학교 4학년 때 상담, 답변글을 보고 저 역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10년 넘게 초등, 중등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많은 아이들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성향과 학습 태도의 아이들을 만나며 느끼고 알게 된 것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 아무리 똑똑한 아이라도 자기가 공부하고자 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 가르치는 선생님, 좋은 방법도 소용없다는 거예요. 특히 중등에서는요. 그리고 학습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아요. 습관은 부정적으로, 누가 이끌 때는 생기지 않고요. 자신이 스스로 즐겁게 지속적으로 할 때 생겨나는 것이 자기주도성이고 습관이에요.
‘그날그날 배운 거 짚고 넘어가는 게 목표’라고 하셨는데 이건 누구의 목표인가요? 따님의 목표는 아닌 거죠? 공부에 대한 목표는 공부하는 당사자가 세워야 해요. 공부보다는 외모와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이건 보통 중1 아이들의 모습이에요. 핸드폰, 화장, 친구... 이 나이에 외모는 어찌보면 지상 최대의 목표일 수 있어요. 이걸 인정해주세요. 모두 나만 보는 것 같고 뚱뚱하지 않아도 뚱뚱하다고 해요. 지극히 정상이에요.
둘째, 일반적으로 자기 자식은 가르칠 수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최수일 선생님께서 수학강좌에서 부모와 같이 하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무슨 소리냐 하실 거예요. 강좌에서 알려준 것은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고 같이 하는 것인데 자칫하다가는 가르치게 되고 아이도 점검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방법에는 부모 자녀 관계가 좋을 때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은 관계가 좋아도 사실 쉽지 않아요. 아니 어려워요. 부모는 자식이기에 욕심이 생기고 옆집 아이처럼 대하지 않고, 아이도 엄마이지 선생님이 아닌 걸 잘 알아요. 저 역시 제 아들을 못 가르쳐서 다른 분께 맡겼어요.
‘엄마랑 하면 소리치고 싫다고... 재미나게 할 때도 드물게 있었는데...’ 이 두 문장에서 엄마와 하는 복습이 재미없고 싫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공부는 끈기와 노력으로 하는 것 같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정서에요.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만들어요. 뇌가 미리 차단해버리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 수학, 영어가 바탕이 되어야 중등을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먼저라고 보여요. 다행히 중학교 1학년은 자유학기제라 시험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초등수학과 영어를 다져주세요. 할사님이 하시는 것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인강도 있고 과외도 있고 그 방법도 따님과 이야기해서 찾아보세요. ‘학원가거나 복습하거나 둘 중 택하지 않으면 나가라’가 아니라 정말 따님이 원하는 공부방법은 무엇인지, ‘지금 자기에게 중요한 건 다이어트밖에 없고 공부는 당장 중요하지 않다’면 다이어트 먼저 하고 외모에 자신감도 갖고 천천히 공부를 해도 되겠죠.
저와 공부했던 여중생의 사례를 말씀드리고 답변을 마무리할게요. 그 아이는 오랫동안 저와 공부했어요. 중학교 때 갖은 핑계와 거짓말로 영어 공부를 안 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학교에서 연기 동아리에 가입하고 열심히 해서 입상도 하더니 연출로 진로를 정했어요. 연출은 국어, 문학은 기본이고 영어도 잘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정말 엄청 시간을 들여 공부하더군요. 그러면서 영어 어휘가 딸려서 힘들다며 중학교 때 영어 공부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어요. 그럼 제가 그 아이 중학교 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아니요. 분명히 했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안 하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어요. 그런데 하자고 하니 또 하더군요.
부모기에 걱정되고 자꾸 끌어가려고 하죠. 중학생에게 왜 공부하냐고 물었더니 60% 이상이 엄마를 위해 공부한다고 답했다고 해요. 공부는 학생이 해야 하고,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두 아이의 몫이에요. 우리는 아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어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잘 살고 싶어해요. 분명 따님도 스스로 기준과 목표가 있을 거예요. 검도를 꾸준히 하는 것을 보면 당장 다이어트 때문만은 아니고 검도에 소질이 있을 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시면 어떨까요? 이번 기회에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따님과 진지하게 삶의 목표,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