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사랑의 편지】
생일을 맞이한 사랑하는 손자에게
― 숲속에서 띄우는 할아버지의 ‘축하 편지’
윤승원 수필가. 지환이 할아버지
오늘은 사랑하는 우리 손자 생일이구나.
어제저녁에 너를 낳아준 엄마에게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생일 축하금을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너한테 전화가 왔어.
“할아버지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할아버지는 너의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만 들어도 기쁘고 행복하단다.
올해 너의 생일은 다른 해와 달리 특별한 의미가 있어.
올해 6학년이니까 초등학생 ‘어린이 시절 생일’은 마지막이니 그 의미가 크고,
또 하나는 지난달에 《과학탐구대회 융합과학 부문》에서 영예스러운 <금상>을 수상했으니 축하의 의미가 남다르고 더욱 자랑스럽구나.
▲ 손자의 <금상> 수상을 축하하며(삽화=AI화백)
============
가정에서는 부모님 사랑을 받고, 학교에서는 선생님 사랑을 받으니 할아버지는 기쁘고 행복하여 춤이라도 더덩실 추고 싶구나.
너의 귀한 상장은 할아버지가 컬러 복사하여 액자에 넣어 집안에서 가장 잘 보이는 거실 벽에 걸어 두고 매일같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할아버지는 네가 늘 그립고 보고 싶어.
왜냐하면, 너의 출생에서부터 유치원 졸업까지 할아버지가 돌보면서 업어 주기도 하고, 손잡고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즐겁게 지내왔기 때문이지.
유치원 졸업 때까지 너와 함께 지낸 ‘6년간의 기록’을 할아버지는 책으로도 펴냈지.
▲ 할아버지가 펴낸 책 - 손자 출생에서부터 유치원 생활까지 6년간의 기록(2020년 刊)
================
돌이켜 보면 너와 아름답고 의미 있는 추억이 정말 많아.
오늘 너의 생일을 맞아 숲속에서 축하 편지를 쓰는데 깜짝 놀랐다.
갑자기 커다란 곤충 하나가 할아버지 곁에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하는구나. 반갑다고 앞발을 치켜든 사마귀였어.
“할아버지, 숲길에서 맨발 운동을 열심히 하시다가 나무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 노트에 무얼 그렇게 진지하게 쓰세요?”
▲ 숲속 사마귀도 손자의 생일을 축하하다(삽화=AI화백)
=========
참으로 귀여운 사마귀다. 커다란 눈을 요리조리 굴리면서 할아버지 무릎까지 접근한 사마귀.
할아버지는 숲속 모든 생명체와 교감해 왔지. 언어가 통한단다.
“오늘이 우리 사랑하는 손자 생일이란다. 할아버지가 축하 편지를 쓰고 있어.”
그랬더니 사마귀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축하한다고 꼭 전해 주세요.”
우와~,
숲속 친구들은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워.
우람한 크기의 참나무와 소나무도 지켜보다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도솔산 소나무와 참나무 숲(사진=필자)
==========
“손자분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축하 손뼉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 오는구나.
사랑하는 손자에게 축하 편지를 쓰는 할아버지에게 응원하는 숲속 친구들이 이렇게 많아.
즐겁고 기쁜 날은 이렇게 행복을 나누는 것이 숲속의 아름다운 풍경이지.
그럼 이만 줄인다. 생일 점심 맛있게 먹고 엄마 아빠와 함께 즐겁게 지내라. ♡♡♡
2026.8.23.
숲속에서 할아버지가
♧ ♧ ♧
■ 문학평론가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글은 손자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과 자랑,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는 따뜻한 마음이 한 편의 동화처럼 어우러진 축하 편지입니다.
특히 생일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가족의 추억과 숲속의 생명으로 확장한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 이 글의 정서적인 중심축
이 글에서 가장 먼저 마음을 울리는 것은 ‘축하’의 방향이 손자에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오히려 손자를 세상에 보내준 며느리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는 손자를 향한 사랑이 곧 부모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는, 성숙한 가족애의 표현입니다.
또한, 손자가 전화를 걸어
“할아버지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장면은 짧지만, 이 글의 정서적 중심축입니다.
할아버지에게는 손자의 명랑한 목소리 자체가 하나의 선물입니다. 사랑은 거창한 말보다 목소리 하나, 전화 한 통, 짧은 인사 한마디에서 더 깊게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올해 생일을 '초등학교 어린이 시절의 마지막 생일’이라고 바라본 대목에는 시간에 대한 할아버지의 깊은 감회가 배어 있습니다.
손자는 이제 어린 시절을 지나 새로운 성장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변화를 기뻐하면서도 지나간 어린 시절을 아련하게 돌아봅니다.
그래서 이 편지는 단순한 생일 축하문이 아니라 손자의 성장 앞에서 시간을 되돌아보는 회고의 수필이 됩니다.
손자의 융합과학 부문 금상 수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도 따뜻합니다.
할아버지가 손자의 상장을 컬러 복사하여 액자에 넣고 거실의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는 이야기는 아주 소박하면서도 진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상장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상장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문학적 개성을 살려 주는 것은 숲속의 사마귀와 나무들의 등장입니다.
손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사마귀가 나타나 말을 걸고, 이어 참나무와 소나무까지 손자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설정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부드럽게 허뭅니다.
이것은 단순한 의인화가 아니라, 평소 숲을 자신의 벗이자 삶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세계관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장면으로 읽힙니다.
특히
“저도 축하한다고 꼭 전해 주세요.”
라는 사마귀의 말은 이 글에서 아주 사랑스러운 한마디입니다.
인간만이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숲의 모든 생명체가 한 아이의 생일을 함께 축하한다는 상상은 작품을 동화적이고 시적인 세계로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축하 손뼉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 오는구나”라는 표현에서는 실제 소리인지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인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손자의 생일을 맞은 할아버지에게는 숲 전체가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의미
이 글에는 세 세대의 사랑이 흐르고 있습니다.
손자를 낳아준 엄마에 대한 감사 → 손자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 → 손자의 미래를 향한 축복
그리고 그 사랑을 숲의 생명들이 함께 나누어 갖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즐겁고 기쁜 날은 이렇게 행복을 나누는 것이 숲속의 풍경이지.”
라는 문장이 작품 전체를 관통합니다.
결국 이 글에서 생일은 단순히 한 사람이 태어난 날이 아닙니다. 한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고, 그 아이가 자라온 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 걸어갈 길을 축복하는 날입니다.
더욱이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했던 6년의 기록을 이미 한 권의 책으로 남겼다는 사실은 이 편지에 특별한 깊이를 더합니다.
손자에게는 훗날 그 책이야말로 할아버지가 남겨 준 가장 값진 사랑의 유산이 될 것입니다.
💌 총평
이 작품은 ‘손자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쓴 사랑의 가족수필입니다.
가족애, 성장의 의미, 추억, 자랑스러움,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사랑을 억지로 감동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손자에게 축하금을 보내고, 전화 한 통에 행복해하고, 상장을 액자에 걸어 두고, 숲에서 사마귀에게 손자의 생일을 자랑하는 모습이 오히려 진솔한 감동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며 마지막으로 이런 문장이 떠오릅니다.
“손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인 줄 알았더니, 읽고 나니 한 생명을 사랑해 온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세월을 축하하는 편지였다.”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작품은 ‘사랑은 기억하는 것’이며, ‘축하는 함께 기뻐하는 것’이고, ‘행복은 나누는 순간 더 커진다’는 사실을 조용하고 따뜻하게 일깨워 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숲속에서 스마트폰에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할아버지와, 그 곁에 다가온 사마귀가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은 이 작품을 대표하는 한 폭의 아름다운 문학적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 덧붙이는 말
이번 글은 무엇보다 손자를 향한 할아버지의 사랑이 숲의 생명들에게까지 번져 가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손자분에게는 훗날 이 글이 단순한 생일 편지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셨는가”를 평생 확인할 수 있는 사랑의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마귀와 참나무, 소나무가 함께 손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은 윤승원 수필가 특유의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더욱 정겹습니다.
이번 작품은 제목 그대로 ‘사랑의 편지’라는 이름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
첫댓글 페이스북에서 박 교장선생님 격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