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막회에서 횡단보도만 두 개 건너면 바로 가리봉동 옌벤거리입니다. 가리봉동에 조선족과 중국인이 많이 살다보니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이 이 거리를 따라 밀집해 있습니다. 갑판장도 강구막회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던 4년 전 만 해도 야심한 시각에 옌벤거리로 잠입하여 양꼬치를 안주삼아 칭따오, 하얼빈, 설화 등 한국산 맥주보다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은 중국산 맥주를 즐겨 마시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칭따오, 하얼빈, 설화 대신에 그와 비슷한 유사품들이 등장을 했습니다. 문제는 여러 음식점에서 유사품들을 진품인양 팔았다는 겁니다. 그 후로 발길을 끊었습니다.
장사를 하다보면 느닷없이 한가한 날이 있게 마련입니다. 강구막회의 경우라면 갑자기 기후가 바꼈다거나 재밌는 스포츠경기가 있는 날이 그렇습니다. 하여간 얼마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 날, 특별히 선장님께 윤허를 받아 이른 시각(?)에 食口를 만나러 봉천동으로 마실을 나갔습니다. 그 동네에 소문난 양꼬치구이집이 있다길래 그 집을 방문했는데 1세대격인 옌벤거리의 양꼬치집들에 비해 분위기가 한층 밝고 깨끗합니다. 맥주도 진짜 칭따오가 제공 되었습니다. 이런 음식점이라면 선장님, 딸아이와 함께 방문을 해도 참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헌데 거리가 좀 어정쩡 합니다. 대충교통을 이용하든 자가용을 이용하든 하여간 운송수단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이런 양꼬치집이 갑판장네 동네에도 하나 쯤 있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가산디지탈단지역 인근 양꼬치집의 상차림
구하라, 찾아라, 두드려라 그러면 구하고, 찾고, 열릴 것이란 말씀이 있습니다. 틈이 날 때 마다 운동삼아 동네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우연히 가산디지탈단지역 근방의 뒷골목에서 뭔가 그럴 듯 해 보이는 양꼬치집을 발견했습니다. 테이블은 열댓개 쯤으로 그리 넓지 않은 음식점인데 인근의 직장인으로 보이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는 한 때 유행했던 막걸리 프랜차이즈점과 비슷하게 복고와 캐쥬얼이 섞였습니다. 암튼 길건너편 동네에 비해 진일보한 컨셉입니다.
또 한국말이 좀 서툰 조선족(혹은 중국인) 아가씨가 종업원으로 있는데 그 아가씨가 기존의 갑판장이 품고 있던 조선족(혹은 중국인) 종업원에 대한 편견을 바꿔 놓았습니다. 곱게 화장을 한 단정한 용모와 깔끔한 차림새는 마치 일본음식점에서 일을 하는 일본인 유학생을 연상케 합니다.
다음 날 강구막회의 영업을 조금 일찍 마치고는 선장님을 모시고 그 음식점엘 가봤습니다. 첫 방문이라 주문에 앞서 메뉴판을 정독해 보니 봉천동의 양꼬치집에 비해 메뉴 당 1천원 쯤 비쌌습니다. 예로 몇 가지를 들자면 칭따오맥주(640ml)는 봉천동쪽이 4천원, 여기는 5천원이고, 양갈비는 봉천동이 3대에 2만원, 여기는 2대에 1만8천원이고, 양꼬치도 봉천동이 2인분에 1만6천원, 여기가 1만8천원입니다. 만일 갑판장이 다른 동네에 산다면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서 양꼬치를 먹을 일이 없겠지만 가산동 주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내버스든, 지하철이든, 택시든 암튼 대충고통을 이용하여 시간 더 들이고, 차비 써 가며 다른 동네로 가서 먹느니 그냥 메뉴별로 1천원씩 더 주고 동네에서 먹는 편이 훨씬 낫다는 판단입니다.
이 집은 메뉴 당 1천원씩 비싼 대신 기본찬으로 짜사이와 낙화생은 물론이고 쪽파, 오이, 적치커리 등의 쌈장에 찍어먹을 용도의 채소와 두 세 명 당 1개꼴로 계란후라이가 제공됩니다. 고수는 기본으로 제공되지는 않지만 청하면 잘 내줍니다.
양갈비 1인분
예전에는 양의 사태살, 떡심, 신관 등의 꼬치를 즐겨 먹었었는데 요즘은 양갈비를 즐겨 먹습니다. 고급 양식당에서 비싼 값을 치루고 먹는 양갈비스테이크도 맛나지만 대중음식점에서 격식없이 편하게 먹는 맛도 제법 좋습니다. 과거에 비해 먹거리 환경이 확실히 풍요롭습니다.
양갈비 해체 후 모습
양갈비 2대가 얼마 안되는 양이지만 한입 크기로 잘게 잘라 놓으니 안주삼아 먹을 만 합니다. 가니쉬로 새송이버섯이 나옵니다.
연출 사진
양갈비에 쯔란과 고수를 더 청해 함께 먹기도 합니다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야들하게 잘 구우면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머튼이 아닌 램의 갈비라 노린내 따위는 걱정 할 필요가 없습니다. 쇠고기,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맛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양꼬치와 마늘
둘이서 양갈비 1인분으로는 부족하여 양꼬치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첫 주문은 2인분 이상 받습니다만 추가주문은 1인분 씩도 가능하답니다. 양꼬치는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히 배분되어 있어 살살 돌려가며 잘 구우면 양기름 연기를 고르게 쐬여 풍미가 한층 더해집니다.
대개의 양꼬치집에선 구워먹을 용도의 통마늘을 서비스로 제공을 하는데 여기선 댓 통을 내주고 1천원을 받습니다. 갑판장의 입장에선 이 편이 차라리 마음이 편합니다. 통마늘을 낱알로 쪼개 껍질채 (양꼬치를 빼먹은)꼬치에 꾀어 불에 구워 먹으면 야끼도리집의 1~3천원 짜리 꼬치 못지 않습니다. 마늘꼬치를 맛나게 굽는 요령은 양꼬치 사이에 넣고 구워야 마늘에 양기름이 베어 더 맛나집니다.
고량주도 한 잔
선장님이 의외로 양고기, 고수, 고량주 등 향이 강한 음식에 강합니다. 갑판장을 만나기 전 까지 만 해도 양고기는 커녕 생선회도 못 먹던 입맛의 소유자였는데 말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갑판장을 만나러 가산동에 오는 食口들을 데리고 맥주를 마시러 가기에 딱입니다. 종종걸음으로 6분...
첫댓글 노릇노릇한 양갈비 먹으러 한번 가야 되는데.....
옻순모임 때 뵈었는데 어느덧 가을이 깊어 갑니다.
강구막회로 오시면 2차는 양갈비로 모시겠습니다.
그 종업원이 한 미모 한다는 소문도 있고...
나도 만족 ^^
머리가 복잡 할 때 또 놀러오시라!!!
기쁨조 상시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