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청석 임병식]

틀니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얼마 전 치과에 들러 이를 보수했다. 흔들리는 앞니 하나를 빼고 양옆 성한 이를 송곳처럼 갈았다. 이는 그것을 지주 삼아 틀니를 끼우기 위해서였다.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내가 동의한 것이지만 순전히 의사의 판단이었다. 내가 당연히 임플란트 시술을 요구하는 줄 알고서 “몇 개월 걸립니다.”라고 고지를 하기에 “그렇게나 오래요?” 놀라서 반문을 하니 다소 의외라는 듯 차선책으로 권한 시술방법이었다.

 의사선생은 내가 임플란트를 할 의사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틀니로 보철하거나 성한 이에 틀니를 끼우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함께 장단점을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끼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다소 비용 면에서 비싸더라도 번거롭게 자주 빼내어 씻을 필요가 없는 후자를 선택했다.

 방법이 결정되자 작업은 일사철리로 진행되었다. 흔들리는 이를 빼낸 후 한동안 날카로운 금속성이 귀를 찢더니 거울 속에 드러난 공사장은 가관이었다. 이 하나는 휭하니 빠지고 양옆에 지주처럼 버틴 두 이는 마치 드라큐라의 이빨을  연상시켰다. 송곳처럼 날카롭게 갈아놓았는데, 그것이라면 호랑이 하고도 능히 맞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날카로워 보여서 그것으로 물어뜯으면 어느 짐승의 살점인들  뜯어내지 못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것을 보노라니 바로 이해가 갔다. 그렇게 만든 곳에 틀니를 끼우면 안전하게 고정이 될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나중에 틀니를 끼워보니 완벽하게 카버가 되면서 꿈쩍하지 않았다.

  평소에 약간 흔들리던 이는 식사 도중에 문제를 일으켰다. 국물로 입안을 적신 후 밥을 한 수저 떠먹고는  깍두기를 집어서 저작을 하니 평소 부실한 이가 심하게 시큰 거렸다. 그러더니 흔들 임이 급격히 심해져서 더는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차과를 찾아갔던 것이다.

 나는 시술의자에 앉아서 의사선생이 작업을 하는 동안 그간 사용해온 이를 생각해 보았다. 사람은 70세를 기준으로 일생동안 약 7만5천 번의 식사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 끼의 식사를 하는데 일천 번 이상의 저작운동을 한다고 보면 얼마나 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인가. 내 나이 이미 75세를 넘겼으니 그 회수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일이다. 그리 사용해 왔으니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그 생각을 하니 그간 주인을 위해 무한 봉사를 하다 임무를 마치고  뽑혀나간 이가 무척이나 고생 했으리라는 생각에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 했다.

 그런 한편으로 독수리가 떠올려 졌다.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이다. 70년쯤 사는 독수리는 전반생을 지나 40년쯤이 되면 부리와 발톱이 모두 망가지고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단다. 그런데 이때가 되면  극심한 고통을 겪어가며  부리는 돌을 쪼고 발톱은 끊임없이 바위에 갈아서 새로 태어날  시도를 한단다. 그런 과정에서 피가 낭자해진단다.

 그런 후에 보면  새 부리와 새 발톱이 나는데 이때에  새로 무장한 것으로 남은 여생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새롭게, 새로 무장한 이 이빨을 가지고 남은 생을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보아하니 새로 끼어 넣은 틀니는 인공으로 해 넣은 이처럼 보이지도 않고 완벽하다. 손으로 흔들어 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곻  무엇이든지 깨물어도  먹지 못한 것이 없을 것 같다.

 해서 엊그제는 새로 무장한 이를 실험도 할 겸 게장국밥 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누가 보란 듯이 게걸스레 게 다리 하나를 들고  우지끈 물어뜯었다. 그랬더니  옆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이 "뭐 이런 분이 있냐'싶게  흘끔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나이가 70을 넘어 보이는 그런 노인이 이 자랑을 하니 놀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내가 노린 바였다. 그렇지만 대단하다고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을 피하며 나는,

“이정도인지 몰랐지? 나 이런 사람이야” 속으로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오래간만에 가져보는 자신감이었다. 보수를 한 이 하나 때문에  이런  자신감이 붙다니. 앞으로 이런 자신감으로 열심히 남은 생을 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이로 얼마나 저작활동을 할까 가늠해 보았다. 앞으로 건강만 유지되면 능히 10년은 버텨내지 않을까.

하나, 과욕은 금물일 것이다. 예로부터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으니 자신감을 가진 것은 좋지만 매사 불여튼튼, 조심하며  아껴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의사선생도 말했듯이  지주를 삼아 고정해 놓은  이도 그리 성하지는 않으니 신경 쓰며 조심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서 새삼 갈아 낀 이를 생각하면서 수명을 다한 이에게는 위로를, 새로 낀 의치에게는 노후의 생을 부탁해본다. 한데, 내 사후에 육신은 진토 되어도 이 틀니만큼은 부패하지 않고 남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나를 증명하는 증표가 된 것은 좋으나, 그 흔적이 그리 좋게 생각되지 않아서 유쾌하지 만은 않고 조금은 씁쓸하다. (2020)

[아찌 소군호]

오랜만에 선생님식 유머가 유쾌해서 읽다가 웃음이 났습니다.

예로부터 신체오복이라하면..
첫째, 이가 튼튼한 것
둘째, 소화가 잘 되는 것
셋째, 눈이 잘 보이는 것
넷째, 귀가 잘 들리는 것
다섯번 째, 소변, 대변 잘 싸는 것
이라 하였는데, 그중에 으뜸이 치아건강이라 여길만큼 중요하지요.
나이고하를 막론하고 치아가 부실하여 고생하는 사람을 더러 보아왔습니다. 전 다행이 신체중 치아가 가장 튼튼해서 치아가 고르진 않지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를 악물고 견뎌할 때가 종종있는데, 치아관리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됩니다.

[청석 임병식]

소선생님의 말씀대로 나다운 유머를 섞어서 한편 써봤습니다. 글방을 열심히 지켜주시지 고맙습니다.

[아찌 소군호]

이런 글도 재밌고 좋아요. 이런 자주 써주세요..^^

[청석 임병식]

열심히 쓰시고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기존에 올린 글도 읽어보시고 느낌이 있는 긇은 댓글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人山 이희순]

저도 어언 보철 두 개에 임플란트 2개를 심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전반적으로 부실한 상태라서 탐탁치 않습니다.
요즘은 치기공술이 발달했다고들 하지만 임플란트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시간도 많이 걸리더군요.
앞니를 새로 해넣으신 기념으로 딱딱한 겟발을 우두둑 깨물어 주위를 놀라게 하셨으니
이 한 개의 역할이 지대하군요.
모처럼의 유쾌한 작품에 절로 웃음이 피어납니다.

[청석 임병식]

보기에는 그렇듯 합니다. 그리고 게발도 깨물어 보니 와직끈하고 바스러지더군요. 한데 나중에 죽어서 명백년 후에 유골을 수습하면 이 틀니만 남을까 걱정입니다. 보아하니 도자기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이것은 쳔년이 가도 부패할 것 같지 않아서 말입니다. ㅎㅎ

[인제 김권섭]

나이가 칠십이 넘으니 아픈데가 생기는데 특히 이가 아프면 큰 고통이듯 싶습니다. 이빨은 뼈로 되어 있는데 뼈를 기계를 통해 갈 때면 고문을 당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말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식사 잘 하시고 건강하게 무병장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청석 임병식]

이가 아프니 또 이처럼 중요한것이 없다 싶더군요. 지금은 이를 조심조심 관리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드니 아픈것이 이곳저곳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지리산]

그래도 게장은 무리입니다. 소중하게 다루십시요.

[청석 임병식]

나이가 드니 여기저기 고장이 생깁니다. 이 치료를 받은 후에 게장을 먹어보았지만 늘 조심합니다.

[청석 임병식]

2021한국수필 5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