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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품격을 높이는 단 한 권의 책
독일 최고의 철학 부문 에세이상 ‘트락타투스상’ 2014년 수상작
독일의 저명 철학자이자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인 페터 비에리 교수의 신작 《삶의 격: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이하 《삶의 격》)이 일상 인문학 시리즈로 출간됐다. ‘트락타투스상’(독일 최고의 철학 부문 에세이상) 2014년 수상작인 《삶의 격》은 인간의 존엄성 문제에 주목한 역작이다. 인간의 가장 큰 정신적 자산이지만 삶 속에서 가장 위협받기 쉬운 가치이기도 한 존엄성. 과연 어떻게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저자는 이 주제를 관찰자와 문제 제기자로서 접근하면서 일상생활과 문학 작품, 영화 등에서의 여러 사례를 근거로, 존엄성이란 어떤 절대적인 속성이 아니라 삶의 방식, 즉 ‘삶의 격’이며, 우리가 자립성, 진실성,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기준을 바로 세워나갈 때 드러난다는 것을 밝힌다.
지역의 성직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프랑케 부인은 주택을 배정하는 문제에서 부부를 도와주기는 커녕 방해를 한다. 사회에서 낙오한 보그너는 진실이 결여된 불공평한 사회에서 권태와 좌절을 느끼며 그 사회에 동참하기를 거부함으로써 탈락자이자 국외자가 된다. 아이를 많이 갖지 말라는 사회적 권유를 묵살하고 네 번째 아이를 가진 캐테 역시 사회 부적응자라 할 수 있다. 뵐은 원래 프레드 보그너의 귀향을 묘사하는 14장을 구상했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았다. 가난은 사회적 책임이란 사실이 작품에서 분명히 제시되었는데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하고 집에 돌아온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적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뵐은 이 작품으로 독일 비평가 협회 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고 47년 그룹에서도 작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로 가톨릭 교계로부터는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에 대해 동시대의 독자들은 주로 내용에 대한 토론을 했지만 오늘 날의 독자들은 형식적인 면에서 부족한 면, 그 중 가난한 자와 부자를 보는 도덕적인 시각, 모티프의 투명성 문제, 부분적으로 판에 박힌 서술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인리히 뵐이 이 소설로 서독의 여론에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도 전쟁과 가난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이 시공간에서, 뵐의 소설은 여전히 살아 숨쉬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