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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대강의 흐름은 여기에서부터
해동의 외로운 순례자의 발걸음은 호숫가를 좀처럼 떠날 수가 없었다. 그 만큼 그 호수는 신비스러운 그 무언가 불가사의한 분위기에 물들어 있는 듯하였다.
지구별의 중앙안테나에 비유되는 카일라스 산과 역시 지구의 자궁에 해당되는 마나스 호수 일원이 우주의 중심임을 암시하고 있는 상징적인 숫자는 많다. 2, 3, 4, 7, 10, 33 등이 그것들인데, 그 중 특히 4와는 특별히 관계가 밀접하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연적인 산의 모양새가 마치 인공적인 4각형의 피라미드형으로 생겼다는 것 자체가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힌두교나 불교 같은 인류역사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4가지 종교가 모두 이곳을 그들 종교의 발원지로 하고 있다는 것도 이곳이 성스럽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예로 꼽을 수 있다. 또한 근대 지리학에서 밝혀낸 것처럼 이곳에서 4대강이 발원하고 있다는 것과 불교의 우주론에서는 이곳이 4대주의 중심이 된다든지, 4천왕이 지키고 있는 천상의 입구라는 가설들도 그러하다.
앞에서 간략히 살펴보았듯이 인도나 티베트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4대강은동쪽의 공작하(孔雀河), 서쪽의 상천하(象泉河), 남쪽의 마천하(馬泉河), 북쪽의 사천하(獅泉河)이다.
그런데 수천 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 카일라스와 마나스 주위에서 4대강이 발원하고 있다는 것이 지리학적 사실로 판명되어졌다. 그 강들이 바로 지도상에 표시된 갠지스, 인더스, 카르나리, 스투레지 강인 것이다.
더구나 그 중 갠지스나 인더스는 인류문화사적으로 의미가 깊다. 돌도끼나 휘두르면서 산짐승이나 쫓아다니던 원시인류를 깨어나게 하여 문명이라는 것을 이룩하게 한 ‘어머니의 강’이며 신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한 종교나 철학 같은 형이상학적 사상들을 잉태시킨 ‘철학의 강’인 것이니 어찌 예사스럽다 하겠는가?
해동의 나그네 또한 아욕달지에서 발원하는 4대강이 표시된 낡은 목판본 지도, 즉 <남염부주도(南
閻浮州圖:Jambudikā)>1) 한 장을 들고 이곳까지 왔지만, 그런 신화가 사실로 바뀌는 경이로움 앞에서 어찌 이 호숫가에서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있으리…
불교경전에 수 없이 나타나는 아욕달지, 아나바탑다지, 청량호(淸凉湖), 용지(龍池) 라는 곳도 모두 이 호수를 가리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 두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다. 물론 엄밀한 지리학적 고찰에 의하면 4대강이 모두 경전의 묘사처럼 이 호수의 4방에서, 성스러운 4대동물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정확히 발원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4대강들이 카일라스와 마나스 일원에서 발원하는 사실은 이미 현대 지리학에서 확인한 바 있고 필자 또한 그 발원지를 대개 답사한 바도 있다. 혹 궁금한 독자가 있으시다면 중앙아시아 전도를 앞에 펴놓고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동쪽의 공작하는 마나스의 동쪽 언덕 너머에서 ‘얄룽장포[雅魯藏布]’ 2)강이란 이름으로 발원하여 대설산 히말라야를 끼고 동으로 길게 흐르면서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흘러내린 라싸 강을 비롯한 많은 지류들과 합류하여 히말라야가 끝나가는 티베트고원의 동남부에서 남쪽으로 우회하여 마치 폭포수처럼 인도평야로 떨어져 내려와 부라마푸트라(Brahma putra)3) 라는 이름으로 인도동부와 방글라데시를 거쳐 갠지의 본류와 합쳐 벵갈 만으로 들어가게 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북쪽으로 흐른 사천하는 카일라스 북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창탕고원4)을 거쳐 신장공로(新藏公路)5)상의 서부티베트의 요충도시인 응아리(일명 겔, 獅泉河鎭)를 거쳐 카슈미르 를 경유하여 파키스탄을 거쳐 인더스평야에 이르러 인더스 강의 본류가 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남쪽의 마천하는 카르나리 강으로 불리며 네팔을 통과하여 인도 북부에서 갠지스와 합류하게 되고, 서쪽으로 흐른 상천하는 스투레지 강이 되어 히말라야의 낮은 지역을 통과하여 인도 카슈미르 지역으로 들어가 역시 바다에 이르게 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해동의 나그네가 이렇게 간단하게 “4대강이 여기서 운운 ”하는 것은 ‘지도’라는 것이 있음으로 해서 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이 ‘신화의 땅’의 지도는 누가 만들었을까? 라는 의문이 뒤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이 지방의 지도는 백지에 가까운 공백상태였다. 근대지리학의 수준이 모자라서라기보다는 지정학적으로 탐험대의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티베트만 해도 지형적인 요인 이외에도 외국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었기에 대규모 탐험대의 접근은 불가능하였다. 그 결과 이 지역은 ‘신화의 땅’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세상이 되었을 때 몇몇 모험심에 불타는 이들은 목숨을 담보로 하여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다. 물론 과학이나 탐사란 이름으로 포장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자기의 에고를 빛내기 위한 이기적인 목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들은 태고적부터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던 산을 밟고 “누가 먼저 깃발을 꼽는 내기”도 하였고 지도의 빈 공간을 채운다고, 원주민들이 옛부터 부르고 있는 고유한 이름 대신에, 자기네 식 이름으로 갈아치우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 몇몇은 수메르설화와 아욕달지와 4대강의 발원지 같은 신화에 매료되어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물론 19세기 이전에도 여러 명의 순례자나 탐험가가 이름과 기록을 남겼지만 그래도 1907년 이곳에 온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딩(S Hedding, 1865-1952)6)만큼 뚜렷한 과학적 성취를 남긴 이는 드물었다. 그는 지도상의 공백을 채우기 위하여 중앙아시아 지역을 탐사하다가 이곳으로 달려와 4대강의 발원지를 확인하고는 신화적 구절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어서 이태리의 티베트학의 권위자 투치(G Tucci, 1894-1952)와 인도의 순례자 스와미(Swami P) 등도 빼어 놓을 수 없는 이름들로 이런 사람들의 초인적인 노력의 결과로 ‘수미산설’과 ‘4대강의 발원지설’은 현실로 밝혀지게 되었다. 이를 도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방위 | 한자 이름 | 티베트어 이름 | 범어 이름 | 지도상 명칭 |
동 | 마천하(馬泉河) | 탐촉감밥 | 착수(Ckaksu) | 얄룽장포 부라마푸트라(Brama Putra) |
서 | 상천하(象泉河) | 랑첸감밥 | 시타(Sita) | 스투레지(Sutlj) |
남 | 공작하(孔雀河) | 맙차감밥 | 아라카나다 (Alakanada) | 카르나리(Karnali), 갠지스(Gangis) |
북 | 사천하(獅泉河) | 셍게감밥 | 바드라(Bhadra), 신두(Sindhu) | 인더스(Indus) |
실은 이 도표는 누구 한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필자가 정리하였을 뿐이다. 단 해동의 나그네가 오랫동안 확인한 바에 의하면 동양삼국권에서는 고전적이거나 사실적이거나를 막론하고 이에 관하여 한 줄의 쓸 만한 자료를 찿을 수 없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렇듯 신화나 전설의 세계가 현실로 증명되었을 때 누구라도 놀라워하지 않겠는가? 이에 밀라래빠도 놀라워하고 경이롭다고 노래하고 있다.
붓다께서 예언하셨네. 더위를 몰아내는 청량호(淸凉湖)라고.
마팜융초는 4대 강의 근원이요 물고기 수달 노니는 낙원이라네.
천신들이 목욕하는 호수는 팔공덕수의 시원한 감로수라네.
장려한 쟘부디샤 숲은 무성하나니
남쪽 섬을 일컬어 남염부제주(南閻浮堤洲)라 하도다.
이보다 경이로운 호수 어디 있으랴.
이보다 아름다운 호수 어디 있으랴.
언제까지나 감탄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의 갈 길도 멀기 때문이었기에…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사족을 하나 붙여보자. 이 “4대강의 발원설”은 성경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 ‘가설’에 대해서다. 먼저 창세기편을 읽어 보자.
여호아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
강이 에덴에서 발원하여 동산을 적시고 거기서 부터 갈라져 4근원이 되었으니 첫째 강의 이름은 피손(Pison)이라 금이 있는 하윌라 온 땅에 둘렀으며 그 땅의 금은 순금(pure Gold)이요 베델리엄(Badellium)과 홍마노(Onyxstone)도 있으며 둘째 강의 이름은 기혼(Gihon)이라 구스(Cusch)로 온 땅을 둘렀고 셋째 강의 이름은 히데겔(Hiddekel)이라 앗시리아 동편으로 흐르며 넷째 강은 유프라테스(Euphrates)더라.
여기서 ‘수미산설’과 ‘창세기편’을 비교해보면 여러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4대강의 발원, 보석으로 이루어진 땅, 동산의 생명수 등은 거의 같은 상징체계를 보여준다.
‘노아의 홍수’나 ‘천지와 인간의 창조’ 등의 구약의 내용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생한 인류최고의 수메르 문명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7)이라 한다. 근래에 수메르 유적의 흙벽돌에 새겨진 그들의 글자의 해독에 의하면 그들은 “검고 곧은 머리를 가진 사람”8)이라고 하며 또 그들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학자 엘리아드(M Eliade)9)의 견해처럼 인도나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공통되는 우주관인 신목(神木) 또는 생명수의 상징체계가 팔레스티나의 우주적인 산, 타보르(Tabor)신앙과 연관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많다고 보인다. 이 우주수(宇宙樹)신앙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우리의 화두 '수미산설'에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니까.
1) <1-본서-5 <남염부주도(南閻浮州圖):Jambudikā>
이 지도는 “만력정미(萬曆丁未,1608년) 중추(仲秋)에 사문인호(沙門仁潮)가 천목사에서 모아서 편찬하다”라는 서문이 붙어 있는『법계안립도(法界安立圖)』라는 3권짜리 지리책 상권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그 내용은 인도대륙을 중심으로 서역과 중국의 지리를 한 장의 지도로 표시한 것이다.
이 지도의 편찬자인 인호사문의 인적사항은 알려진 것이 별로 않으나, 대략 명 신종(神宗) 연간에 절강성 천목산(天目山)에 주석하였던, 지리학에 조예가 깊었던 승려로 옛적부터 전해 내려온 불교쪽 고지도들을 수집하여 설명을 부처 책으로 편찬하였다고 자서에 기록하고 있다.
이 지도의 중앙에는 향산(香山:須彌山/현 Kailas)과 아나달지(阿那達池:현 Manasarova)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항하(恒河; Gengis R)와 신두하(信度河,Indus R)를 비롯한 4대강이 흘러내려 바다에 이르고 있는 모양새이다.
2) 티베트서부의 마니사로바호수에서 시작해 히말라야산맥과 같이 서에서 동으로 티베트를 관통하며 흐르다가 남체바르와(7756m)봉을 끼고 급선회하여 남으로 내려가 인도의 벵갈지방으로 내려가 부라마푸트라로 이름을 바꾸어 바다로 들어간다. 이 지역은 지구 마지막 밀림의 비경이라고 일컬어지지만 험한 지형으로 인해 인간은 접근할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3) ‘브라흐만신의 아들’이란 뜻이다.
4) 티베트의 북서쪽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발 5천미터 이상의 광할한 고원으로 북으로는 쿤룬산맥, 남으로 탕구라산맥과 강디쓰산맥 사이에 위치하고 북서로는 1,300km, 남북으로는 480km 정도 되는 크기이다.
5) 신장자치구와 티베트 서부 응아리를 잇는 하늘길로 사실상 신강(新疆) 이에청현(葉城縣)에서 시작하여 푸랑현(普蘭縣)까지 이어져 있으며, 전체길이는 1459㎞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운송차량은 대부분 아리(阿里)를 종점역 으로 하고 있다.
6)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중앙아시아를 탐험한 지리학자로 1893년부터 1930년까지 네 번에 걸쳐 중앙아시아를 탐사하였다. 이 탐사 과정에서 중앙아시아의 타림 분지 동부에서 고대 왕국 누란(樓蘭)의 유적을 발굴해 지리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중앙아시아를 탐사하면서 그 당시 서양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타클라마칸 사막과 티베트를 탐사하고 지도를 제작하였고 수많은 다양한 주제의 과학 논문과 여행기 전기 선언문 소설 등의 65권의 책을 출판하였다.
7) 박시인, <알타이신화>, 청노루, 1994,
8) 범스(Burms), <이란의 신화>, 상동
9) 루마니아 태생의(Mircea Eliade, 1907년~1986년) 비교종교학자이자 작가였다. 그는 8개국어(루마니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영어, 히브리어, 페르시아어, 산스크리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하며 종교사에 대한 그의 작업 가운데, 샤머니즘과 요가, 우주적 신화에 대한 글이 주로 평가받고 있다.
첫댓글 그 옛날 그 곳을 친히 답사하고, 4대강의 발원지(임을) 상정했던 고대인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신비함니다. 7세기의 목판본이 저 정도로 사실적이었다니.....
사대강... 결국 인더스와 갠지스의 발원지군요.
구약에도 영향을 키쳤다니.....어메이징합니다
어메이징 에 한표
놀람에 2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