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부부’에게 가위가 주는 교훈
솔향 남상선/수필가
내가 전에 살던 대동에는 결혼 적령기에 달한 처녀 총각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개성이 지나치게 강하여 서로 어울리는 게 힘들고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이 자주 있었다. 맞선을 여러 번 봤지만, 인연이 아녔던지 상대방에게 퇴짜만 당하곤 했다. 그러다가 월하빙인(月下氷人)의 측은지심을 사 오기라도 했는지, 시집 장가 못 갈 뻔했던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맞아 속성으로 결혼했다. 연인을 가까이 두고 어려운 세월을 보낸 것이 억울할 것도 같았다. 말도 많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구세주가 된 셈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생활이 평탄치 못했다. 싸우고 다투는 날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부부 일심동체라 했는데, 이 집에서는 그 말이 먼 나라 전설과도 같은 얘기였다. 부부는 자존심이 강해서 서로를 존중하는 게 없고, 배려하는 마음이 십 원어치도 없었다. 두 사람은 개성 탓인지 싸우면 한 번도 져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덕분에”라는 말과‘감사’를 모르는 별종들이었다. 이런 부부이니 이 집에는 싸우는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탓하는‘때문에’를 밥 먹듯이 사용한 후유증이었으리라.
“당신‘때문에’이 번 사업 또 망치게 생겼어.”
“잘난 시어머니‘때문에’나 낯 들고 못 다니겠어.”
“당신의 옷값 카드 빚‘때문에’나 등골 빠지겠어!”
“술주정뱅이 아비‘때문에’애들이 저절로 불량아 되겠어!”
부부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상대방을 탓하는‘때문에’가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그래서 이 집에는 깨고, 부수고, 고함치고, 우는 소리가 그치면 큰 일나는 집이었다. 불협화음의 전당은 다른 데 있지 않고 바로 이 집이었다.‘때문에’를 달고 사는 부부라서 ‛때문에 부부’라는 유명세 호칭까지 달고 다녔다. 운동선수가 어렵게 획득한 금메달과도 같은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 집에서 자주 하는 부부 싸움은‘때문에’가 화근이었다.
부부는 남남끼리 만나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다. 공장주의 제품이 제각기 다르듯 부부로 만난 남녀의 성격도 그렇게 봐야 한다. 내 마음에 100% 만족한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으랴?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부부는 서로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 상대방의 부족한 점은 보듬어 채워주고, 장점은 칭찬과 격려로 기를 살려 줘야 한다.
‛때문에 부부’얘기를 하다 보니 영국의 성직자 토머스 플러의 말이 생각났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라.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는 한 눈을 감아야 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상대를 열심히 관찰하여 자기가 원하는 일생의 반려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일단 서로의 선택으로 결혼이 성립되면 상대방의 장점에만 눈을 뜨고, 단점에는 한 쪽 눈을 감고 사는 의젓함이 있어야 한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결혼 전에 발견 못 했던 상대방의 결점 같은 것이 눈에 띌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서로가 나무란다면 부부로서의 평탄한 생활이 영위될 수 없다. 따라서 어지간한 일에는 한쪽 눈을 감고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때문에 부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토머스 플러의 말처럼 상대방의 장점에만 눈을 뜨고, 단점에는 장님으로 살아야 가정평화가 유지된다. 그러면 당신 네 부부가 입에 달고 살았던‘때문에’가 자동으로‘덕분애’로 바뀔 것이다. ‘때문에’가‘덕분에’로 바뀌는 순간 그 지긋지긋한 부부싸움도 끝이 나고, 살 맛나는 행복한 생활이 전개될 것이다.
“내 반쪽‘덕분에’사업이 번창하고 있어요!”
“당신‘덕분에’여고 동창 모임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왔죠.”
듣기만 해도 부부가 주고받는 훈훈한 대화이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한테 무슨 부부싸움이 일어나겠는가?
티격태격 싸우는 그 알량한 자존심으로
낮출 줄도, 배려할 줄도, 모르고 사는 세인들이여!
‛때문에’는 불행을 안겨주는 악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반면에‘덕분에’는 행복으로 인도하는 천사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때문에 부부’에게 가위가 주는 교훈!
‛때문에 부부’에게 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부는 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몸은 둘이라도 마음은 하나가 되어 상대방의 하는 일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상부상조와 협력(協力), 합력(合力)이 어디 따로 있다던가!
부부는 바느질할 때 쓰는 가위와 같은 삶의 지혜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가위는 좌우양날이 굳게 맺어져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사이에 종이나 천 같은 이물질이 들어오게 되면 좌우의 날이 동시 협력 합력에 의해 다른 물질을 잘라내고 만다. 이같이 부부는 공동의 목적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뛰어난 지혜를 보여 주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
부부라도 한 인격체로서의 인간이다. 싸우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상대를 맞추게 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각기 서로의 개성을 존중해 가는 쪽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상대방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생활이 필요하다. 꾸중이나 단점을 지적하는 열 번의 충고보다는 한 번의 칭찬이 위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애정을 공급하고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파이프가 바로 칭찬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때문에’
우리는 어떤 단어를 많이 즐겨 써 왔는가? 맥을 짚어 볼 일이로다.
존경을 받으려면 낮출 줄도 알아야 한다.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2개의 부싯돌이 필요하다.”는 명언도 있다. 또 일본 속담에 “한 개의 화살은 쉽게 부러진다. 하지만 10개를 뭉친 화살은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말도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로서 2개의 부싯돌처럼 합력하며 살아야 한다.
아니, 10개의 뭉친 화살로 살아야 자랑스러운 부부가 될 수 있다.
묵자(墨子)에 <힘을 합하고 마음을 함께 한다.>는 육력동심(戮力同心)이란 말이 있다.
육력동심(戮力同心) !
이것이 바로‘때문에 부부’에게 가위가 주는 교훈이다.
세상 모든 세인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이 됐으면 좋겠다.
첫댓글 일부러라도 '덕분에'를 입에 달고 살아봐야겠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귀중한 걸 하나 더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
"때문에" 가아닌 " 덕분에"
항상 기억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