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4대강 개발 저지를 위해 "평화와 치유를 비는" 낙동강 순례에 나섰다. 지난 4월 19일, 200여 명의 남녀 수도자들이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출발해 창녕 남지 19공구를 거쳐 우포까지 하루 순례일정을 마쳤다. 이들은 4대강사업을 반대하며, 훼손된 산천과 삶의 터전을 잃은 뭇생명들, 그리고 피폐해진 인간의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지향을 두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길을 걸었다.
이번 수도자들의 낙동강순례에는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제안에 응답해 고성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서울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등이 뜻을 함께 했으며, 이 순례는 4월 19일부터 22일 ‘지구의 날’까지 십여 개의 댐이 건설될 예정인 낙동강을 하구 을숙도에서 시작하여 경남 지역을 거쳐 경북 안동 상주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순례길 안내는 낙동강 지킴이로 작년부터 안동 상주 지역 ‘1박2일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를 주관하고 있는 지율스님이 맡았다.
이번 순례를 진행하고 있는 조성옥 수녀(에노스,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는 "수녀회 생태보전모임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그리스도인으로 베네딕도회 수도자로 우리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의논하는 과정에서 강 순례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생태보전모임에서는 우선 에너지 과소비에 중독된 우리의 생활태도와 습관을 바꾸기 위해 작은 일부터 실천하여 ‘즐거운 불편으로 지구를 시원하게’ 하는데 힘쓰기로 하였고, 또한 작년부터 실행한대로 수녀회의 모든 지원에서 텃밭 가꾸기와 음식물 쓰레기의 생태적 처리를 꾸준히 실천하기로 했다. 이 연장선에서 "우리나라 국토 전역에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 파괴가 예상되는 4대강사업을 걱정하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미 많은 부분 공사가 진척된 낙동강 전구간을 순례하기로 하였다"고 조성옥 수녀는 말했다.
강 순례는 준비 과정에서 다른 베네딕도 수도회들이 뜻을 같이 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한국의 모든 베네딕도회가 함께 모이는 연대와 친교의 자리가 된 셈이다. 대부분 한국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자신들의 수도공동체가 터를 잡고 뿌리내리며 성장한 경남과 경북 지역을 관통하는 낙동강을 순례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를 조성옥 수녀는 "이제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자연과 생명을 섬기고 보호하는 청지기의 마음으로 우리와 뭇생명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생명의 강을 찾아가려고 한다.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 때문에 상처입고 아파하는 강을 만나 강의 소리를 듣고 강을 위로하며 참회하는 우리의 마음을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봉헌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순례에서는 알뜰하고 소박하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즐거운 불편'을 실천할 예정이다. 순례에 참가하는 수도자들은 개인 물통과 컵, 개인 수저를 사용하고 나무젓가락, 종이냅킨을 쓰지 않기로 했으며, 인스탄트 간식과 음료를 먹지 않고, 물을 아껴쓰고, 최소한의 쓰레기를 만들기로 했다. 구간 사이를 이동하는 차량 이용도 최소로 하면서, 가는 곳마다 생명의 강을 새기며 기도를 바칠 생각이다.
순례 첫날인 4월 19일에는 을숙도 철새도래지, 하단, 삼랑진, 함안보, 남지를 거쳐 우포에 도착해 '그륵꿈는집'(폐교 도자기 캠프장)에서 여장을 풀었다. 저녁에는 지율스님이 낙동강 사진을 보여주며 강 이야기를 나눴다. 지율 스님은 개발 이전의 강과 개발 이후의 공사현장을 비교하며 자연스런 곡선의 물길을 재단하고 직선으로 된 인공적인 물길을 쌓는 것은 '일종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와 했다.
순례에 참여한 수도자들은 한결같이 마구 파헤쳐진 강을 바라보며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으며, 이번 참에 우리 국민들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게 되었다면서, 4대강 사업이 중단되고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강이 제 모습을 회복하는 동안에 충분히 우리 자신의 탐욕과 개발주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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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율 스님은 강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 한편 지율 스님은 정부가 인적이 없는 곳을 골라서 비밀스러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현장을 가보기만 하면 진실을 알 수 있다며, 좀더 많은 이들이 공사현장에 와서 보기를 간청했다. "애타는 마음"을 가눌 길 없다는 스님은 "이 사업은 절대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다행히 낙동강 지역 주민들도, 처음엔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환영했지만 요즘은 강을 너무 심하게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으며, 예전엔 경상도의 지역정서 때문에 비난받을까봐 침묵하던 이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4대강 개발의 발원지는 결국 우리 자신"이라며, 우리 자신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물을 함부로 쓰는 습관이 시스템으로 드러난 게 4대강 개발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지금 우리나라는 장삿꾼들에게 맡겨져 있다"며 "이런 사기 전문가들에게 우리 땅과 강을 다시 돌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순례의 둘째날인 20일에는 '강의 소리를 듣는' 차원에서 우포에서 출발해 합천보, 달성보, 강정보, 칠곡보, 구미보(해평)까지 보고 왜관 수도원에 여장을 푼다. 이날 저녁엔 “4대강 사업은 왜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박창근 교수 (관동대 토목공학과, 시민환경연구소장)가 강의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상주보를 거쳐 경천대 모래사장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22일 오전 집결지 :사벌 퇴강 성당/ 사제관 (퇴강): 054-536-3789 수녀원 (사벌): 054-532-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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