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일(금)
하늘새 마당놀이 행위예술
- 삼국지의 제갈공명 분장 -

날씨가 시원해서 분장하기 좋은 계절. 10월은 문화의 달이라서 많은 분장을 했다.
공원이 더 추워지기 전에 11월에도 열심히 분장할 것이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진 자료를 인터넷 내 카페에 올리면 먼 서울이나 다른 사람들도 함께 볼 수 있기에 좋다. ^^*
공연하러 시외에 가는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 교통비 등 무거운 분장 짐들로 해서 힘들었다. 다녀오면 몸살이 나기도.
인터넷은 예술가와 독자들과의 소통 공간이다. ^^*

오늘은 제갈공명 분장을 했다. 하늘새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

와룡선생이라 불리면서 현자賢人였던 제갈공명. 仙人 같은 노인들도 그를 아끼고 따랐다. 신비감을 주는 존재였다.

한나라 황실 종친인 유비가 가슴속 큰 뜻을 품은 것 외에는 빈손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었을 때 삼고초려로 발탁되어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이 힘을 합쳐서 촉나라를 세우고 선정을 베푸는 것을 두뇌로 이끌어준 군사軍師 제갈공명.

그는 세속을 멀리하고 맑은 산속에 사는 은둔자로 하늘과 자연을 사랑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살았는데...
유비의 삼고초려,
먼 산속을 유비가 관우, 장비를 데리고 찾아가서 두 번을 헛걸음 한 후 다시 세 번째 찾아가서 비로소 제갈선생을 만난다.
그가 먼 여행에서 돌아와 곤하게 낮잠에 든 것을 보고는 깨우겠다는 시종을 극구 만류한다.
스스로 잠이 깰 때까지 기다리다가...., 답답증과 울화통으로 장비가 숲에 불을 질러서 연기로 그를 깨게 만든다.
자기 집에 불이 난 것을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제갈량을 보고 유비는 그를 큰 인물이라고 직감한다.
명사가 주인 없는 집에 세 번이나 찾아와서 헛걸음을 하고 갔음에도
만남을 독촉하거나, 집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잠을 깨우지도 않고 묵묵히 기다린 유비.
두 사람은 깊은 배려와 지성, 남다른 인간미에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
자기보다 훨씬 나이 어린 제갈량에게 엎드려 절하면서... 스승을 대하듯 말 하나하나도 정중하게
마지막에는 뜨거운 눈물로 애원하는 유비의 진실 앞에서... 제갈량의 굳은 마음이 봄눈처럼 녹아버리고 말았다.
유비를 공손하게 일으키고는 서로 마음 다해 공경하면서 맑은 은둔자 생활을 접고 제갈량이 세상으로 나왔다.
그 장면이 참 감동적이었다. 두 사람의 진실에 내 눈동자에도 눈물이 고여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하지 않아서
종말로 가려는 소국들이 유비같은 현명한 지도자를 스스로 원하는데도
침략은 도리가 아니라면서, 형주자사 유표가 유언으로 형주를 맡아달라 간곡히 부탁하는데도
유표의 아들 유기 공자가 있다면서 주변에서 아무리 권해도 맡지 않으려는 유비의 우직한 고집과...
연장자인 관우, 장비의 강한 질투심 앞에서도 제갈공명은 때때로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유비가 오나라에 정락결혼으로 떠나 있을 때는 형주를 지키면서 관우, 장비 형제와 충돌하기도.
주공 유비 군주를 잘 지키려는 충성심 외에는 개인적인 야망이 일체 없는 그였지만,
장비의 난동과 관우의 오해 앞에서는 그의 결벽증이 견딜 수 잆어서
산속으로 떠나갈 결심을 하기도 했다. 유비가 오나라에서 돌아온 그날....
관우는 개인적으로 의리 있고 나도 존경하는 훌륭한 위인이었지만... 제갈공명하고는 불협화음...
두 인물이 타고난 운명이 서로 상극이었나 보다. 사람 사이에는 상생과 상극 관계가 있다.
관우는 서열로 따지면 2인자에 해당하는 자신을 두고, 유비 형님이 제갈 군사를 더욱 가까이 하고 사랑하는데 대한
속 깊은 질투와 불만 때문이었을 것이다. 관우 역시 유달리 자존심이 강하기에.
힘이 장사인 장비는 과거에 소 잡는 백정 출신으로, 무식하고 우직하여
성격이 물불 가릴 줄 모르는 저돌적형이었다.
해서 지성인 제갈공명의 진실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유비가 없거나 틈만 있으면 오해와 완력으로 군사를 누르려고 덤벼들었다.
단순한 성격이라서 군사에게 마구 대드는 잘못을 저질러놓고는, 유비가 돌아와서 호되게 나무라면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하면서 당장 사과하는데도 선수. 그만큼 성격이 순수하고 시원하고 우직했다.
장비는 현시대의 노동자나 노무자 스타일이다. 단순쾌활형. 화를 잘 내지만 뒤끝이 없다.
유비가 오나라에 갈 때 조자룡을 딸려 보내면서 위기 때마다 제갈량은 책략을 미리 준비했다.
오나라 대장군 주유는 하늘이 낸 천재 제갈량을 경배하면서 또 미워하고
자신의 경쟁 상대이고 위험인물로 간주하여 수시로 제거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적벽대전에서 바람의 방향으로 오나라가 패할 위기에 몰리자 주유는 실의에 빠졌고
그때 제갈량이 제안한, 하늘 천신께 7일간 기도하여 동남풍을 불러오는 것을 보고는
귀신처럼 괴력을 가진 무서운 존재라면서 더 죽이려고 안달한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는 누구든지 간에 나서서 제갈공명을 스스로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
주유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으려는 다급한 성격과 제갈공명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질투심으로
결국 36세 젊은 나이로 요절한다. 부나비처럼 스스로 불에 뛰어들어 자신을 불태워 죽이듯....
유비가 정략결혼 후에, 주유와 오나라 병사들의 수많은 저항을 받지만
사고를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오자, 장비의 행동에 염증을 느낀 군사 제갈공명은
군사패 도장을 공중에 걸어놓고 관아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유비가 없는 동안 형주를 지킨 자신의 책임을 다한 후에.
배를 타고 고향으로 떠나려는 제갈공명을, 관우 장비가 달려가 군사를 오해한 잘못을
엎드려 사죄하면서 다시 본래의 군사 자리로 모셔왔다.
자존심이 강하기에 선창에서 그만 떠나겠다고 끝내 마다하는 제갈공명을
관우 장비 둘이서 눈짓으로 동의하고는 군사를 번쩍 들어 메고 가는 장면이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무관인 사나이들의 직선적이고 성급하지만 멋진 화해 장면.

제갈공명 옆에는 충성심으로 무장된 조자룡이 있었고, 두뇌가 명석한 제자 마속이 있었다.
조자룡의 충성심도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 역시 정신력이 빼어난 영웅이었다.
조조군과의 전쟁터에서 다급하게 피난을 가던 유비의 처 감부인이 몸을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어린아기를 데리고 도망가는 것이 불가함을 느끼고는 아기를 내려놓고 혼자 우물로 뛰어들었다.
조자룡이 달려와 감부인을 찾다가 아기만 땅바닥에 있는 것을 보고는 우물을 들여다보면서 애통해한다.
유비의 어린 아들 아두를 품속에 안고 조조군과의 싸움에서 수많은 위기를 당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전쟁터를 동서남북 바람처럼 누비면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와서는 아두 아기를 주공께 눈물로 바치지만...
유비는 아두 때문에 사랑하는 장수 조자룡을 전쟁터에서 잃을 뻔했다면서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땅바닥에 냅다 집어던진다.
어린아기가 살아 돌아온 것이 왜 반갑지 않을까만 그 순간은 뜨거운 동지애로...
보통 사람들의 행동과는 다른 위대한 영웅들의 세계,
그래서 삼국지가 재미있다.

삼국지에는 위인들의 지혜와 가지가지 전략이 있다. 조조는 한나라를 교묘한 수단으로 취하려는 역적이지만
배포가 큰 위인. 서쪽으로 지는 해처럼 기울어 가는 한나라를 조씨 천하로 만들려는 야심가였다.

삼국지 극 속에 제갈공명과 함께 출연하는 공작새털 부채를 직접 만들어 모양새만 갖추었다. 흰 새의 깃털로 생각하면서.

하늘새는 중국 왕실(순 임금)의 후예이기에 유독 과거세의 중국 위인을 좋아하나 보다.

내 전생이 그 시대에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시대 사람들에게 몹시도 애착이 가는 것을 보면...
제갈공명은, 어진 군자이고 주공인 유비를 인의를 중시하는 사람으로 존경하고 섬겼다.
너무 도리에만 매달려 앞으로 나아가는 발전성과 융통성이 없는 그를 때로는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해서 좋은 기회가 도래해도 새로운 나라 건국이 번번이 실패하고 늦어졌다.
유비를 따라 피난길에 오른 힘없는 백성들을 거느리고 가느라 뒤쳐져서... 조조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기도 한 유비.
어버이처럼 불쌍한 민초들을 먼저 생각하는 유비는... 패배를 억울해하거나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다.

제갈공명은 유비가 죽으면서 제갈량에게 당신이 임금이 되라는 유비의 유언을 마다하고...
유비의 아들 나이 어린 유선을 즉위시켜 그 아들에게까지 충성을 다하였다. 유선은 그릇이 작고 어리석었다.

인간의 도리를 우선하고 인의를 지키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주공 유비에게서 배웠을까?

제갈공명 하면 생각나는 <삼고초려>와 <적벽대전의 동남풍 만들기> <출사표>

하늘의 별자리를 긴 세월 관찰해온 그는 풍수지리에 능했고 인간의 운명을 점치기도 했다.
빼어난 가지가지 전략과 앞날을 미리 예상하는 천리안은 선인이나 신神의 경지였다.
하늘은 빼어난 인물들에게 특별한 임무를 어깨에 지워서 세상에 내려 보냈다.
송나라 시대 대쪽 관리로 청천하늘을 닮은 <포청천>도 역시 그런 인물이다.

제갈공명 분장을 하기위해 미색 도포도 직접 천을 떠서 재단하고 손바느질로 만들었다. 녹색 전포도...

세상을 바르게 세운 사람 중의 한 사람인 제갈공명. 역사 속의 그를 존경하면서 맑고 빼어난 삶을 배운다. ().... ^^*

아름답게 지는 저녁 노을처럼 삶이 아름다웠던 사람들
2012년 11월 2일 / 하늘새
My Restless L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