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의 특징과 제목
시는 언어를 함축적으로 사용하는 문학 갈래이다. 따라서 시어 하나하나에는 특별한 시적 의미가 담겨 있고, 시인이 염두에 둔 표현 의도가 숨어 있다. 제목은 이러한 시의 특징과 관련하여 작품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제목이 작품의 의미나 내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문을 대하기 전에 제목을 먼저 감상 대상으로 삼아 시 해석의 물꼬를 터나가야 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또한 제목은 시의 내용과 유기적인 연관성을 맺으므로써 시의 여러 가지 요소, 즉 상황․화자의 태도․어조 등과 연결 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제목의 유형에 따른 내용 파악 방법
(1) 소재가 제목에 드러나는 경우
소재는 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품 속에서 주제를 직접적으로 실현하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은 시의 소재를 작품의 제목으로 직접 제시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소재가 제목이 되는 경우 그 소제는 작품의 핵심 시어인 것이 많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예] 불놀이(주요한, 가는 길 ․ 산유화․진달래꽃(김소월), 여승(백석), 교목 ․ 광야(이육사), 십자가(윤동주), 바위(유치환), 눈․풀(김수영)
(2) 주제가 제목에 드러나는 경우
주제나 요지를 제목으로 삼는 것 역시 일반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주제가 제목에 드러나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시 속에 함축적, 은유적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경우는 제목이 문장(어구)이나 명사(형)으로 제시될 때가 많으므로 이와의 연관성에 유의해야 한다.
문장(어구)형
| 가난한 사랑의 노래(신경림), 가을의 기도(김현승), 못 잊어(김소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김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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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형)
| 그리움(이용악), 복종(한용운), 참회록(윤동주), 향수(정지용), 행복(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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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 ․ 공간적 배경이 제목에 드러나는 경우
시인은 작품의 주제와 관련해 작품 속에서 시 ․ 공간적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배경을 제목 속에 직접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시의 시간적 배경을 압축해서 표현하거나 특정 장소, 지역 등의 공간적 배경 등이 제목 속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은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므로 이를 유의하면서 읽는 것이 좋다.
시간적 배경
| 추일 서정(김광균), 설일(김남조), 설날 아침에(김종길), 가을의 기도(김현승), 아침 이미지(박남수), 윤사월(박목월), 별 헤는 밤(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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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적 배경
| 산 너머 남촌에는(김광균),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이용악), 들길에 서서(신석정), 초토의 시8-적군의 묘지 앞에서(구상), 목계장터(신경림), 사평역에서(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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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물이 제목 속에 등장하는 경우
제목에는 ‘나’라는 1인칭 대명사와 ‘너’라는 2인칭 대명사, 혹은 ‘우리’라는 복수형 대명사, 3인칭 인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제목 속의 ‘나’는 시인 또는 화자를 가리키고, ‘너’ 혹은 3인칭 인물은 시의 청자나 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지칭한다. 이처럼 어떤 시의 제목에 인물이 등장하면 화자와 인물 간의 관계가 중요한 내용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인물이 제목에 등장하면 작품을 읽을 때 화자와 그 인물간의 관계에 유의해야 한다.
[예] 너를 위하여(김남조), 내가 만난 이중섭(김춘수), 너에게(신동엽), 나의 침실로(이상화),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이용악),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우리가 눈물이라면(안도현) 머슴 대길이(고은)
(5) 부제가 따로 제시되어 있는 경우
제목 중에서 ‘부제’가 달려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부제는 작품의 표제(제목)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능을 하므로 이에 유의하면서 작품을 읽으면 해석이 좀더 쉬워질 수 있다.
[예] 해바리기의 비명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함형수), 초토의 시 8 - 적군의 묘지 앞에서(구상),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신경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