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포대능선
세상의 모든 다툼을 경멸하며
어린이의 호기심 어린 눈길로
생생한 모든 것들을 보기 위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광활한 평원까지
빈민가에서 대자연의 가슴까지
밝게 빛나는 별에서 한 톨의 모래까지
거대한 것에서 지극히 작은 것까지
그 모든 것이 예비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난 그것들을 모두 보려 하노라
――― 로버트 서비스, 『롤링 스톤(The Rolling Stone)』, (딕 배스 외 2, 『불가능한 꿈은
없다』에서 인용)
▶ 산행일시 : 2014년 1월 22일(수), 맑음
▶ 산행인원 : 6명(오기산악회 수요산행)
▶ 산행거리 : 도상 7.2㎞
▶ 산행시간 : 6시간 35분
▶ 교 통 편 : 전철 이용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10 : 15 - 망월사역, 산행시작
11 : 20 - 덕제샘(德濟-)
11 : 36 - 망월사
12 : 05 ~ 13 : 44 - 포대능선 아래 공터, 점심
13 : 50 - 포대능선 649m봉
14 : 45 - △721.3m봉
15 : 28 - 다락능선 538m봉
16 : 34 - 녹야원
16 : 50 - 도봉탐방지원센터, 산행종료
1. 포대능선
▶ 망월사
망월사 역사를 빠져 나와 신한대학교 앞을 지나며 바라보는 도봉산 포대능선의 눈 희끗하
게 쌓인 연봉이 설산의 고산준봉 모습이라 어서 그에 이르고 싶은 충동이 발걸음을 재촉한
다. 전문대학이던 신흥대학이 4년제 종합대학인 신한대학교로 바뀌었다. 캠퍼스와 건물이
굴지의 대학교 못지않게 넓고 크고 번듯하다.
그런데 건물마다 외벽에 커다랗게 플래카드 내걸어 자랑하는 ‘정시모집 13.54 : 1, 전국
최고’가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너른 교정 한가운데 자연석에 새긴 ‘信, 望, 愛’가
어쩐지 모욕당하는 느낌이다. 13.54 : 1. 쓰라린 가슴 삭힐 수많은 젊은이들을 제물로 삼
는 위장한 교육자의 기름 진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처럼. “그런즉 믿
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진대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 13장 13
절)”가 당치나 한가?
대로가 여러 갈래로 뚫려 망월사 가는 길이 헷갈린다. 왼쪽으로 심원사 가는 ┫자 갈림길
에서 직진한다. 입간판과 이정표에 이름 올린 절들이 수두룩하다. 대원사, 법륜사, 원각사,
법화사, 쌍룡사, 봉국사, 지장사, 원효사, 망월사 등이 있다. 이 근처에 제도해야 할 중생들
이 특히 많아서 일까?
예전의 그 이름도 아련한 잉꼬주차장은 울타리 치고 건축공사 중이다. 쌍룡사 입구 지나
원도봉계곡으로 들어간다. 망월사탐방지원센터 직원이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자연과 사
람 모두 행복으로 가는 길’ 북한산 국립공원 둘레길 지도를 나누어 주며 아이젠은 준비하
셨느냐고 겨울 산에서의 낙상을 염려한다.
계류가 동면에 들어간 계곡 오르는 길이다. 대기가 차디차다. 입김이 얼어서인지 눈앞에서
자꾸 어른거린다. 호주머니에 양손 넣고 종종걸음 한다. 불이암(不二菴) 돌아 엄홍길 산악
대장이 살았다는 집터를 지난다. 암장등반훈련의 메카인 바위두꺼비는 아직도 그 큰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두꺼비 앞 벤치 놓인 쉼터에서 탁주 입산주 걸친다.
노광한 님의 느릿한 걸음이 달관한 구도자의 자세다. 늘 뒷배를 보아주던 이영상 님이 나
랏일보다 중요하다는 집안일로 오늘 산행에 나오지 못하고, 여태껏 만만하게 여겼던 자매
장여사님마저 언제부터인가 일취월장한 주력으로 저만치 앞서 가버리니 끈 떨어진 연 모
양 외로운 걸음이다. 산모퉁이 돌 때마다 보이지 않아 불러주고 간다.
등로 살짝 비켜 큰 바위 아래 덕제샘(德濟-)이 두 줄기 파이프 타고 졸졸 흐른다. 음용시험
합격. 물이 미지근하지만 맛은 좋다. Y자 갈림길. 왼쪽은 민초샘 지나 포대능선으로 가고
오른쪽의 가파른 너덜사면이 망월사 경유 포대능선으로 간다. 망월사가 대찰이다. 사찰경
내 안내도와 연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절집에 들어간다.
50여 년 전 이종각(李鍾角)이란 분의 망월사 묘사는 지금도 유효하다.
“아 참으로 山水는 奇絶하고 樹木은 茂盛한데 흐르는 溪水는 거울보다도 맑으며 솟은 봉
우리는 神奇롭기 限없구나. 나는 또다시 道峰山水 最奇奇奇奇深處 又奇奇라는 詩의 一句
를 읊으며 疊疊히 쌓인 怪石을 밟으며 蒼蒼한 樹木 사이를 벗어나 望月寺 앞을 다달으매
泰然하고도 무겁게 자리 잡은 巨岩은 古寺의 千年歷史를 隱然히 象徵한다.”(경향신문,
1957.8.30.)
망월사(望月寺)를 이름 그대로 풀이하여 달맞이 명소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639년(신
라 선덕여왕 8년)에 이 절을 창건한 해호선사(海浩禪師)가 도봉산에서 수도인 경주(옛 이
름 月城)를 바라보며, 삼국통일과 왕실의 융성을 기원한 데에서 절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신라 말 경순왕의 태자(마의태자?)는 이곳에서 은거하였다고 한다.
망월사의 본전은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신 낙가보전(洛迦寶殿)이다. 그 앞을 지나 금강문
을 나서면 포대능선으로 가는 등로와 만난다. 금강문 아래 해우소 앞은 도봉산의 제1경을
다툼직한 경점이다. 절 뒤로 병풍처럼 두른 포대능선의 험준한 암봉군은 물론 산릉 너머
얼핏 만장봉의 모습은 이곳이 속세와 단절한 천중(天中)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2. 망월사 역사 나오면서 바라본 포대능선
3. 심원사 뒤 다락능선 암봉
4. 두꺼비바위
5. 덕제샘 고드름
6. 망월사 해우소 앞에서
7. 포대능선의 암봉, 망월사 해우소 앞에서
8. 포대능선
9. 망월사 금강문 앞에서
10. 앞은 포대능선 645m봉
11. 포대능선
12. 포대능선
▶ 포대능선, 녹야원
산허리 돌고 돌아 포대능선 아래 양지바른 공터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점심시간이
다. 노광한 님이 돼지갈비김치찌개를 마련하여 직접 지고 왔다. 자글자글 끓이니 삼삼한
게 산중진미다. 하나 흠은 마침내 술이 술을 마시게 되어 술이 부족한 것이다. 하긴 술도가
말술인들 넉넉할까 싶다. 이런즉 산에 다니면서 몸이 불지 않을 수 없다.
비칠대며 가파른 설사면 기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649m봉을 오른다. 눈부시도록 우기기
(又奇奇)한 아이맥스 설경이 펼쳐진다. 앞은 자운봉으로 뒤는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장쾌
무비한 장릉을 한참 바라보다 바위 싸안거나 쇠줄 잡고 내린다. 645m봉은 서투른 수작하
지 아니하고 얌전히 등로 따라 오른쪽 골로 돌아 넘는다.
헬기장 지나고 ╋자 갈림길. 직진하여 대슬랩 덮은 데크계단 오르며 계단참에서 걸음 멈추
고 뒤돌아보는 가경에 숨 가쁜 줄 모른다. 포대 정상인 △721.3m봉. Y자 계곡 가까이 다
가가 까마귀골 건너 자운봉과 만장봉, 신선대를 향하여 읍한다.
하산. 다락능선으로 내린다. 데크계단 내렸다가 ┣자 갈림길 지나고 바위턱 넘어 난이도
상중하인 3단계 암릉구간이다. 지금은 쇠줄을 달아 예전의 짜릿한 손맛 보는 재미가 없어
졌지만 이나마 눈이 있어 낫다. ┣자 갈림길인 야트막한 안부는 만월고개다. 직진. 538m
봉에서 다락능선 벗어나 남릉 탄다. 선인봉의 옆모습과 앞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서다.
전망 좋은 노송 숲 암반은 여느 때와 달리 텅 비었다. 쭉쭉 내리다 출입금지 안내판에 막히
고 왼쪽으로 방향 틀어 청룡사 터다. 지금은 쓸쓸한 폐사지이지만 한때는 자운봉 오르는
길목의 쉼터로 포장마차가 성업이었다. 지능선 연속하여 갈아탄다. 너럭바위 슬랩 내리고
솔숲 길 이슥하니 지나 냉골 입구에서 능선은 맥을 놓는다.
이제 등로는 대로다. 녹야원이 조용하다. 도봉계곡 주등로와 만난다. 여기서 색소폰 불던
사람은 어찌되었을까? 지전으로 잔돈 준비했는데……. 도봉탐방지원센터 계수기 통과하
고 등산장비점 기웃거리다 먹자골목으로 간다.
15. 포대능선 645m봉
16. 포대능선 가다가 뒤돌아본 암봉
17. 맨 왼쪽은 사패산
18. 포대능선
19. 포대 정상과 뒤 흐릿한 산은 만경대와 백운대
20. 자운봉
21. 자운봉과 신선대(오른쪽)
22. 맨 왼쪽이 만장봉
24. 선인봉
25. 멀리는 백운대
26. 수락산
27. 은석봉(455m)
28. 선인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