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부서진 / 조수경 / 문학과지성사
8개의 소설이 묶인 소설집이다.
유리
마르첼리노, 마리안느
젤리피시
떨어지다
할로윈-런, 런, 런
사슬
지느러미
오아시스
보통의 소설집은 엮인 소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책의 제목으로 한다. 8개의 소설 중에 "모두가 부서진"은 없다.
몇 편을 읽자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8편을 다 읽고 '그러네! 모두 부서졌네'라고 말하고 말았다. 부서진 인생의 이야기다.
유리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서유리". 딱 보면 귀티 나는 사람이 있다. 아우라라고 하나. 유리는 그것이 있었다. '의사/의사' 유리가 적은 가족란의 부모님의 직업이었다. 유리는 주인공 송의 단짝이 되었다. 모든 것을 나누는 초등학교 6학년, 로맨스 소설을 함께 읽었던 사이, 송이 어른이 되면 작가가 될 것이라 이야기하던 친구 사이. 그러나 유리에게는 비밀이 있었고, 송은 유리의 비밀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리고 유리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도 네 소설 잘 지켜볼게." 으리으리한 대문을 가진 집의 쪽 대문을 이용하던 유리가 결혼 후에는 그와 같은 으리으리한 집의 주인으로 사는 것일까?
마르첼리노, 마리안느
수녀가 되기로 한 직원 마리안느, 발달장애 아이를 둔 사장 마르첼리노. 이들의 사랑은 사랑일까? 무엇이 욕망의 사슬을 끊지 못하게 할까?
젤리피시
성인용품 가게를 하는 하반신 마비의 여인. 그 여인을 딸처럼 돌보는 노부부. 여인은 노인의 노리개인가. 여인을 옆에 두고 기구를 이용한 자위행위를 하는 남자. 저녁에 올 것만 같았던 옆집 남자의 침실의 창문은 왜 열렸으며, 그의 다리와 엉긴 다리는 무엇인가.
떨어지다
불알친구 세 명. 운석을 주어 삼 분의 일로 나누자던 친구. 돈 앞에서는 남남이 될 수밖에 없는가.
할로윈-런, 런, 런
아르바이트로 좀비 역할을 하다가 진짜 좀비가 되는 것은 아닌가.
사슬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은 항상 '알아서 기는 놈들' 분류되는 자였으나, 이면에는 누군가의 생사를 관장하는 악마와 같은 자였다.
지느러미
어항에 너무 많은 물고기가 있어 뜰채로 떠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린다. 남편이 아닌 자에게서 생긴 아이를 지운다. 남편과는 몇 년째 관계를 갖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손주를 보기 위해 수년 동안 갖은 보약을 제공한다.
오아시스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는 여인을 떠나 미국에 거주한다. 10년 만에 여인이 찾아온다. 그녀와 짧은 여행을 한다. 자신만이 그녀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는 꿈에 계속 K를 부른다. 그녀는 홀로 떠난다. 자신을 거쳐 갔던 모은 여자들이 그녀가 벗어 놓은 허물로 느껴진다.
모두가 부서졌다. 사랑도 우정도 부부도 부모 자식 관계도 망가졌다. 무엇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 서너 번 더 읽어보면 알 수 있을까. 작가가 직간접으로 이유를 전하지 않았어도, 누구나 하나의 이유는 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8개의 이야기가 그저 평범한 이야기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Early Adopter,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남들보다 먼저 구매하여 쓰는 사람도 있으니 누군가 하지 않은 행동을 창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게 가능한 배경은 무엇일까. 자유와 돈의 힘이 아닐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가 가지는 부작용이 낳은 현상과 무엇이나 할 수 있는 돈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결과가 낳는 현상이 아닐까.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면서도 그 속성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과 그 사회가 낳은 결과가 "모두가 부서진"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8편의 소설 모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관계가 부서진 이야기, 사랑이 부서진 이야기이다. 작가의 장편 소설이 궁금하다. (2017.11.16 평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