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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금성 정무심의 출현 달빛 아래 그 사람은 한 벌의 검은 옷을 걸 치고 머리를 높이 틀어 올린 중년의 아낙이 었다. 그녀는 손에 한 자루의 거무튀튀한 무쇠 지 팡이를 들고, 부르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이 미 삼장을 날아 어느덧 고검남이 쓰러져 있 는 곳으로 뛰어왔다. 몽롱한 달빛 아래 그녀는 멀리서 고검남이 땅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자기가 찾 고 있는 사람인 줄 알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나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는 낭패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소년인 것을 발견하자 그 녀는 물었다. [너는 누구냐?] 고검남은 그 흑삼(黑衫)의 중년 아낙을 바 라보며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저는...] 그러자 그 여인은 화를 벌컥 냈다. [이 녀석, 일어서. 이 은희(銀姬) 앞에서 누 가 감히 앉아서 말을 한다는 것이냐?] 고검남은 자칭 은희라고 불리는 흑삼의 중 년 아낙이 성질이 이렇게 고약할 줄 몰랐다. 황급히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불초는......] 그는 원래 두 손의 힘을 빌어 벌떡 일어나 려고 했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는 순간 몸 안에 마치신비한 힘이 가득 찬 듯, 그의 몸 이 갑자기 이 장이나 높이 솟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이 느닷없이 일어난 변고에 그만 깜짝 놀라 나오던 말을 씹어 삼키고 말았다. 은희라는 중년 아낙 역시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그림자처럼 고검남에 게로 다가가더니 별안간 지팡이를 들어 후려 치며 호통을 내 질렀다. [이 녀석, 알고 보니 너는 노귀(老鬼)의 제자 로구나. 도망가지 말고 내 지팡이의 맛을 한 번 보아라.] 그녀는 지팡이로 고검남의 허리를 후려쳐 왔다. 고검남은 놀란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왼손을 본능적으로 뻗쳐내 지팡 이 끝을 움켜잡았다. 팍! 하는 소리가 나면서 무쇠 지팡이는 그의 왼 손을 후려치게 되었다. 즉시 그의 몸뚱이가 삼장 높이 솟아올랐다가 비스듬히 절벽 쪽으 로 부딪쳐 갔다. 이와 동시에 은희의 손에 들려진 그 무쇠로 만들어진 지팡이는 중간이 뚝 부러지고 말았 다. 은희는 그만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그는 이 미 초라한 소년이 이토록 심오한 공력을 지 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십 년 고된 수련을 쌓아 온 무림 고수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순간 고검남이 괴성을 내지르며 몸이 석 벽에 부딪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고검남의 그 비쩍 마르 고 연약한 몸뚱이는 마치 무쇠로 만들어진 것처럼 그 매끄러운 석벽에 닿아 움푹 구멍 을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닌가? 돌 조각이 마구 튀고 나는 가운데 그의 몸은 석벽을 따라 신속하게 아래로 미끄러졌다. 그는 그만 깜짝 놀라 혼비백산하고 말았고, 황급히 두 손을 뻗쳐서 붙잡을 곳을 찾았다. 열 손가락이 한 번 움켜잡자 푹! 하고 석벽 속으로 박혔다. 마치 석벽이 떡으로 만든 것 같았다. 은희가 볼 때 그와 같은 거동은 바로 무림 고수가 드러낸 상승 무공이었다. 그녀는 대노해서 소리쳤다. [이 녀석, 너는 그까짓 무공으로 단장곡으로 뛰어 들어와 마구 날뛰려고 했더냐? 그렇다 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고검남은 사 장 앞이나 되는 허공에 매달려 땅 바닥을 내려다보았는데, 도대체 어쩌다가 자기가 이토록 높은 곳까지 날라 오르게 되 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는... 나는 내려가지 못하겠네요.] 은희는 날카롭게 소리 쳤다. [이 녀석, 뭐라고?] 고검남은 대답했다. [선배님이 나를 이토록 높은 곳으로 내 졌으 니, 내가 어떻게 내려간단 말이에요?] 은희는 고검남이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 자 기를 약 올린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노갈을 터트렸다. [이 녀석 봐라. 오늘 내가 너를 쳐 죽이지 않는다면 단장곡의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허공으로 솟구 쳐 올라 고검남에게로 덮쳐 들었다. [아이고!] 고검남은 소리내어 외쳤다. 바로 그 때 밤하늘에 갑자기 방울 소리가 들 려왔다. 은희는 갑자기 허공에서 한 번 재주를 넘더 니 석순 뒤로 몸을 날렸다. 그녀가 석순 뒤에서 달려나오자마자 첫눈에 고검남을 발견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석순 옆에 쓰러져 있는 문문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반대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자 그녀는 허공에서 문문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발끝이 땅에 닿자 마자 즉시 문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허리를 구부려 문문을 얼싸 안고 소 리쳤다. [아, 누가 너를 때려서 이 모양으로 만들었 느냐?] 문문은 뒤통수가 석수 문에 부딪쳐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핏기 없는 얼굴은 달빛 을 받아 아주 창백했다. 은희는 문문의 모습을 보자 재빨리 그를 부 둥켜안고 가슴까지 끓어오르는 노화를 참지 못해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녀석, 너를 그냥 두지 않겠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밤하늘에서 는 용트림을 하는 듯한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곧 이어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하! 하! 하! 은희, 어째서 그토록 성질을 부 리고 있소?] 은희가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니 맞은편 절 벽 위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녀는 첫눈 에 그가 누구인지 알고 안색이 약간 변했다. [당신의 제자가 우리 문문이를 때려서 상처 를 입혔소...] 그 사람은 말속에 강렬한 의아함과 놀라움 을 드러냈다. [나의 제자라니? 노부에게 무슨 제자가 있단 말이오?] 은희는 한 맺힌 소리로 말했다. [이 녀석이 당신의 제자가 아니라면 누구란 말이에요?] 그 사람은 말했다.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노부는 그가 누구인지 한 번 보아야겠군!] 고검남은 두 손을 석벽에 꽃은 채, 위로 오 르지도 못하고 아래로 내려오지도 못하고 있 었다. 그는 가파른 석벽에 매달려 있었는데 말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쳐들고 소리가 나는 쪽을 보려고 했으나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별안간 머리 위에서 그 사람의 말소리가 들 려왔다. [이것 봐! 너는 누구냐? 왜 그곳에 매달려 있는 것이냐?] 고검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절벽의 끝쪽에 사람의 상반신이 앞으로 내밀어져 자 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상에 저렇게도 못난 사람이 있을까?] 그 사람은 기다란 머리카락을 드리우고 있 었고 온몸에 걸치고 있는 옷은 무슨 물건으 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번쩍거렸다. 그가 달빛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검남은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살펴볼 수는 없었 으나 절벽 밖으로 상체를 내민 모습에 고검 남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두 발을 마치 못 박은 듯, 몸뚱이를 수평으로 뻗어내고 있었는데 벼랑 밖으로 상반신을 내밀고 있는데도 떨어 지지 않고 있었다. 이와 같은 재간은 정말 간단하지 않은 것이었다. 고검남이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큰 소리로 불렀다. [이봐! 누가 너를시켜서 이곳에 와서 내 제 자로 사칭하라고 했냐? 너는 혹시 내 좋은 일을 망가트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그의 음성은 목이 쉬어 깨진 징소리 같았 다. 느닷없이 부르짖는 호통 소리에 검남은 가슴속이 흠칫한 충격을 받고 하마터면 두 손으로 절벽을 잘 붙잡지 못하고 아래로 떨 어질 뻔했다. 그러나 그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으 로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 나는 선배님의 제자를 사칭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그 사람은 호통을 질렀다. [퉤! 누가 너의 선배란 말이냐? 나의 나이는 아직 젊은데 네가 그렇게 부른다면 나 역시 늙은이가 되는 것이 아니냐?] 바로 이 때에 한차례 은방울 소리가 어두운 골짜기 안 쪽에서 들려왔다. 은희는 그 방울 소리를 듣자 뾰족한 소리로 부르짖었다. [노귀, 기다려 봐요. 우리 소저가 당신에게 따질 일이 있어요.] 금삼(金衫)을 걸친 사람은 은희의 그 소저 라는 말을 듣자 두려운 듯 말했다. [은희, 소저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 그 녀석은 나의 제자가 아니오!] 은희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문을 안 고 저쪽으로 사라졌다. 금삼인은 어리둥절해졌으나 즉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네 녀석의 잘못이다. 네가 이십 년 동 안 정성을 들여 단장곡에 초막을 짓고 살아 왔는데 너 때문에....] 고검남은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그 금삼 인의 벼랑 밖으로 내밀었던 상반신은 이미 움츠려든 후였다. 그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속으로 미안한 감 을 느끼고 말했다. [선배님, 불초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그 금삼인은 노갈을 터트렸다. [이 녀석, 네가 무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라면 어째서 이 정무심의 규칙을 모른단 말 이냐?] 그는 무겁게 발을 한 번 굴렀다. 그러자 그 벼랑가에 불거져 있던 큰 바위가 한차례 흔 들거리더니 부서지고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고검남은 열 손가락을 벽에 꽂아 놓고 허공 에 매달려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우 르릉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흙모래들이 우수 수 떨어졌다. 고검남은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 다. 그 비처럼 쏟아지는 흙모래 먼지를 보고 실로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골짜기 바 다까지는 예닐곱 장이나 되었다. 그는 자기 가 떨어진다면 틀림없이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몸을 새우처럼 움츠리고 머리와 몸을 석벽에 바짝 붙이면서 여전히 석벽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두 손을 절벽에 푹 꽃은 채 돌멩이와 모래들이 그의 머리에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 랐다. 몸에 떨어지는 것은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흙모래와 돌 조각에 얻어맞아 상처를 입는 것이 자기가 아래로 떨어져 두 다리가 부러 지거나 목숨을 잃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 각한 것이었다. 다음 순간 정무심이라는 금삼인의 거칠고도 목쉰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 녀석 봐라, 목숨이 끈질기구나!] 고검남의 몸과 머리 위는 깨끗해서 근본적 으로 모래와 돌조각에 얻어맞은 흔적이 없었 다.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일까? 그렇게 많은 돌 조각과 흙모래들이 하나도 나의 몸 에 맞지 않다니, 설마하니...설마하니... 아버 님의 영령이 나를 보호해 주시는 것일까?] 그는 부친이 자기를 여러모로 보호해 주던 사실을 떠 올렸다. 금삼인도 속으로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혹시 현문의 강기나 혹은 불문의 금강불괴신공을 연마한 것이 아닐까?) 이와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곧 실소했 다. (설사 저 녀석이 어머니 뱃속에서 무공을 연 마했다 해도 저 나이에 그토록 고강한 공력 을 지닐 수는 없다.) 그는 고검남에 대해서 잔득 골이 나 있었기 때문에 당장 달려 내려가 일 장으로 고검남 을 후려쳐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자기가 골짜기에 은거하고 있는 주 인과 한 약속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약속은 단장곡의 땅바닥에 한 걸음도 내 려서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궁리했다. (내가 허공에서 손을 쓰면 거리가 너무 멀어 서 저 녀석을 쳐 죽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 나 내가 잔금지조(殘琴之操)를 이용한다면... 소소(素素)가 화를 낼지도 모르겠고...] 그는 궁리를 거듭한 끝에 자기가 명성을 떨 친 반현신장(般玄神掌)으로 고검남을 죽이리 라 작정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두 손을 비볐 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하얀 연기가 피 어올랐다. 삽시간에 두 손은 옥과 같이 윤기 가 나면서 깨끗해졌다. 이 때 하늘에는 뜬구름이 흘러가고 있었고 한 조각의 커다란 구름 송이가 달빛을 가려 온누리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정무심은 바로 이 찰나, 호통 소리를 지르 며 상반신을 갑자기 벼랑 밖으로 내밀고 두 손을 수평으로 뻗쳐서 아래의 고검남이 매달 려 있는 곳을 향해 장력을 쏟아냈다. 그가 일 장을 쏟아내자 어느덧 침침한 골짜 기 안의 고검남이 매달려 있는 곳에 한 무더 기의 푸르스름한 빛무리가 피어올랐다. 그 빛은 마치 가을밤의 개똥벌레 반딧불과 같은 광채를 쏟아내 알맞게 고검남의 온 몸 을 뒤덮는 것이었다. 정무심은 그와 같은 기이한 광경을 보자 속 으로 깜짝 놀랐다. (저것은 어떤 영문일까? 몸에서 저와 같은 빛무리를 쏟아내다니!) 그는 내력을 밖으로 쏟아 빛무리를 이룰 수 있었던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가 조 금 전 고검남이 모래와 돌멩이에 얻어맞지 않는 광경까지 목격했었다. 그는 이와 같은 괴이한 일을 보자 속으로 이 상하게 생각했고 고검남이 그가 알지 못하는 신공을 터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무학은 깊고 넓어 끝이 없을 정도였 다. 팔황사야(八荒四野)에서 많은 기인이사들 이 상상할 수 없는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정무심은 고검남의 몸을 감싼 빛무리가 일 종의 호체신공(護體神功)이라고 생각하자, 자 기가 반현신장을 쏟아 내게 된 후에 상대방 의 호체신공에 반격당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자신은 이 때에 두 발을 땅 속에 박고 있었다. 바로 묘강의 일주경천(一柱擎天)이라 는 무공이었다. 만약 그가 장력을 쏟아 냈다가 상대방의 반 격을 받게 된다면 그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하 고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와 같은 높이에서 떨어진다 해도 상 처를 입지 않겠지만 자기가 상대방이 펼쳐낸 호체신공의 반격을 받은 후에 무사히 땅바닥 에 내려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정무심은 재빨리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방의 기이한 신공을 시 험해 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허공에서 맴을 한 번 돌고 석 자 뒤쪽 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근본적으로 자기의 옷 속에 갈무리되 어 있는 네 알의 명주가 이 찰나에 기이한 광채를 빛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 다. 왜냐하면 허공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 고 곧 이어 한줄기의 광풍 노도와 같은 세찬 기운이 머리 위에서부터 덮쳐 눌렀기 때문이 었다. 그는 그 소리를 듣자 즉시 금삼인이 벽공 장력을 쏟아낸 것이라 생각했다. 대뜸 두려움이 마음속에서부터 솟아올랐다. (이제 죽었구나!) 그러나 그는 결코 옛날처럼 발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두 발은 이제 더 이상 마비되지 않았다. 본능적인 반응으로 숨쉬기가 어지러워지고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고 온몸의 피가 거 의 얼어붙게 되었을 적에, 자연히 두 손을 휘둘러 그 엄청난 압력에 항거하고 자기 자 신을 보호하고자 했다. 그는 두 손의 열 손가락을 줄곧 석벽 속에 꽂아 놓고 있었으나 이 때 와락 뽑아내어 조 금도 힘들이지 않고 돌 조각을 뜯어낼 수 있 었다. 그는 다짜고짜 손에 잡힌 두 조각의 돌 조각 을 힘주어 위로 던졌다. 두 알의 돌 조각이 마치 유성처럼 세차게 쏘아져 올라가게 되었고, 그의 몸뚱이는 의 지할 힘을 잃고 신속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고검남은 몸뚱이가 급히 떨어졌으나 조금 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 때 뜬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었고 골짜기가어두움에 휩싸 여 있었기 때문에 숫제 자기가 얼마만큼 높 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는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움을 몰랐던 것이었다. 그의 귓가에 바람 소리가 세차게 울려 퍼지 게 되었을 적에 그는 두 손으로 돌멩이를 던 져 낸 후에 자기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속으로 막 두려움이 왈칵 치밀었을 때 그의 두 발은 이미 땅 바닥에 닿아 있었다. 고검남은 몸뚱이가 땅바닥에서 한 번 뒹굴었 을 뿐, 어느덧 무사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 다, 그는 멍 하니 서 있었다. 정말어떻게 뛰어 내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몸을 어루만져 보았으나 전혀 상처난 곳이 없어서 그는 놀 랐다. [이게...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일까?] 뜬구름이 천천히 하늘에서 움직여 가렸던 달이 다시 휘영청 밝게 얼굴을 내밀었다. 골짜기 안은 고요해졌다.... 고검남은 고개를 들어 높이가 육 장이나 되 고 조금 전 자기가 매달렸던 석벽이 있는 곳 을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다. [이것은 정말 기적이다. 내가 저토록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도 죽지 않았을 뿐 아니 라,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으니... 이게 무 슨 까닭일까?] 그의 뇌리에는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 다. [혹시 또 아버님의 음영이 암암리에 나를 보 호에 주신 것이 아닐까?] 그는 다른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 자신이 이 짧은 시각에 그토록 큰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버님께서는 영원히 이 남아에게서 떨어지 지 않으셨구나... 나는...] 눈앞이 흐릿해졌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동 자에 고명원의그 우람한 체구가 나타났다. 그 낙관적인 얼굴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고.... 고검남은 자기도 모르게 두어 걸음 앞으로 내달으며 불렀다. [아버지!] 눈동자에 맺혀 있던 눈물이 뚝 떨어지자 그 의 눈앞에 나타났던 부친의 모습은 이미 사 라지고 말았다. 허공 어디에 고명원이 있겠는가? 몇 송이의 뜬구름밖에는 밝은 달만 있을 뿐이었다. 고검남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안 간 그의 시선에 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 났다. 벼랑 위의 그 사람은 바로 그 금산을 입은 정무심이었다. 정무심은 고검남이 마치 아무 거리낌도 없 이 자기를 올려다 보고 있자 발끈했다. [이 녀석, 감히 이 정무심을 능멸하다니, 사 문의 내력을 아뢰어라!] 그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 한번도 어떤 이치나 원칙을 따지지 않았 다. 더군다나 무슨 문파니 우정이니 하는 것 은 돌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젊었을 적에 한 여자에게 연정을 품게 되지 않았다면 이 곳에서 십삼 년 동안이나 살지 않았을 것이 고, 그렇게 됐다면 강호에 얼마나 많은 풍파 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금성(琴聖) 정무심의 이름은 온 세상이 다 알고 있을 정도였고 그의 칠현금을 퉁기는 재주는 더욱 절세적인 무공이었다. 과거 금성 정무심은 금루천향금(金鏤天香 琴) 하나로 제칠차 남북 녹림회맹(綠林會盟) 에서 칠현금을 퉁겨 내는 가락으로 흑산십삼 요(黑山十三妖)와 구루삼괴(勾漏三怪)에게 충 격을 주어 죽도록 만들었었다.... 이런 이음살적(以音殺敵)의 재간은 적엽비 화(摘葉飛花)같은 수법보다 더욱 신묘했으 니... 따라서 금성은 천하 칠대 절정고수 가운데 끼었고 십여 년 동안 강호에 나서지 않았지 만 무림의 인사들은 아직도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비단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가 강호에서 사라진 것에 대하여 오히려 더욱 신비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검남은 무림세가의 출신이고 혈수천마 역 시 천하 칠대 정정 고수 가운데 한 사람이었 다. 고검남은 어릴적부터 불구의 몸으로 무림의 일에 대해 묻지 않았기 때문에 검성(劍聖)이 니 금성(琴聖) 또는 고해난리인(苦海亂離人) 같은 무림 절정 고수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 가 없었다. 그가 어떻게 지금 자기에게 말하 는사람이 금성 정무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 겠는가?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문의 내력이라고요? 무슨 사문의 내력 말 입니까? 불초는 사문이 없습니다.] 정무심은 고검남이 기이한 호체신공을 익힌 것을 보고 약간 꺼리는 점이 있어서 상대방 에게 사문의 내력을 물은 것이었다. 이때 상대방이 그와 같은 대답을 하자 자기 를 능멸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미간에 한 가닥 살기를 떠올리며 흉측 하게 웃었다. [정말 무지한 녀석이구나. 정녕 살기가 귀찮 아진 게로군!] 고검남은 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선배님은 어찌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지요? 불초는 결코 선배님에게 죄를 지은 바가 없 는데, 선배님은 어째서 굳이 불초의 목숨을 빼앗겠다고 하시는지요?] 정무심은 자기가 풍류적이고 잘났다고 생각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를 늙은이 대접 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의 이와 같은 성격을 강호에서 거의 모르 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고검남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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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