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란 시집, {벚꽃 칸타타로 떨어지는 봄을 본다} 출간
전금란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호서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 과정을 수료했다. 전금란 시인의 첫 번 째 시집인 벚꽃 칸타타로 떨어지는 봄을 본다는 타나토스나 코나투스 중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춘 위치에서 자의식을 인식한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세계는 비관적이나 부정적이지 않고 그가 지닌 개별적인 자의식으로 시를 더 깊고 내밀하게 한다. 이런 그의 시세계는 어둡지만 밝고, 딱딱하지만 부드럽고 거친 부분을 긁어내면 수채화같이 투명하고 맑은 시어들이 곳곳에 산재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전금란 시인의 첫 번 째 시집인 벚꽃 칸타타로 떨어지는 봄을 본다는 타나토스나 코나투스 중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춘 위치에서 자의식을 인식한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세계는 비관적이나 부정적이지 않고 그가 지닌 개별적인 자의식으로 시를 더 깊고 내밀하게 한다. 이런 그의 시세계는 어둡지만 밝고, 딱딱하지만 부드럽고 거친 부분을 긁어내면 수채화같이 투명하고 맑은 시어들이 곳곳에 산재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전금란의 시세계는 무거우면서 가볍고 차가우면서도 따뜻하다. 그의 시선은 사물과 사건에 대한 인식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뱀이라는 특정의 대상으로부터는 자의식과 더불어 그로 인한 독특한 몸짓으로 삶을 통찰함과 동시에 자아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의 이런 부단한 관심은 시를 통해 주조되는 감각과 시편들로 발화된다. 이를 자의식으로 발화되는 시편 혹은 그 몸짓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전금란이 시를 운행하는 방식이 어두운 유화 속에 감춘 밝은 수채화 같은 기술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시세계에는 다양한 시적 기술의 실험적 표현이 곳곳에 산재한다. 이를테면 “벚꽃, 대나무, 고목, 감나무, 동백” 등의 식물적인 것과 “개, 통닭, 거미, 산양, 잠자리, 사슴, 뱀” 등의 동물적인 것에서 개별성을 확장하여 자의식으로 시편을 발화해낸다. 전금란의 시는 사물과 사건에 대한 자의식과 “뱀”이라는 특정의 대상에 대한 두 부류의 자의식이 내재하는 특징을 지닌다. 여타의 시인들이 산문적인 상상력에 기반을 둔 시작법에 치중하였다면, 전금란은 다른 시작법을 시도하려는 초점에 무게를 두고 그만의 세계를 서서히 다져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은유의 과도한 낭비로 인해 시 속을 보지 않고 시 밖만 핥아 온 “과잉 표현”의 시가 있는 반면에 그의 시작 태도와 상상력의 집중은 두꺼운 유화를 걷어낸 순수한 서정의 한 장면으로 일관되게 다가온다. 이 순수한 서정 속에는 일상 속에서 되새기는 자아와 삶에 대한 끝없는 상상력으로 발화하는 자의식이 내장되어 있다. 이러한 자의식은 위안부로 끌려가 “잔뜩 움츠린/ 소녀의 알몸”(「꽃댕기」)이나 “바람이 불 때마다/ 한들한들 흔들리는” “목선이 가느다란 여자아이”(「코스모스 소녀」), 또는 “나뭇가지에 시간을 걸치는 거미”(「거미 DNA」)나 “사진 속에 갇혀 자라지 않는 아이”(「감나무에 걸린 전화기」) 등에서 존재론적 탐색을 하며 드러낸다. 더 나아가서는 “멀어지고 나서야 보이는 뱀의 미끄러운 몸매”(「사랑은 허물을 벗는다」)에서 헤어진 첫사랑을 “등 돌린 낮달”로 파헤쳐내어 늦게나마 깨닫게 되는 “빈 허물”로 아련하게 추적하기도 한다.
창가를 통해 보는 꽃밭/ 유언을 말하는 아내처럼/ 꽃잎 입술이 바람에 떨린다// 자궁을 닮아 부푼 씨방/ 노랗게 익은 씨앗 주머니/ 큰기침 한 번에// 사방으로 튀어나간/ 사리 알 같은/ 작은 씨앗// 마당에 핀 봉선화처럼/ 움직임이 없는/ 병실의 아내/ 여름과 가을/ 계절 옷을 갈아입어// 봉선화 씨앗 주머니가 터지듯/ 아픈 아이들에게/ 씨앗을 나눈 꽃씨 여인// 내 사랑/ 꽃씨 여인 떠난 뒤,/ 내 머리카락에 서리가 내려 하얗다 - 「꽃씨 여인」 전문 전금란은 “마당에 핀 봉선화”에서 “병실의 아내” 그리고 “내 머리카락에 내린 하얀 서리”의 정경을 존재론적 시선으로 자의식을 잘 정치하여 빚어낸다. 특히 “유언을 말하는 아내”에서 “자궁을 닮아 부푼 씨방”의 부분에 이르러서는 아내의 병이 위중함을 의식하게 해준다. 머지않아 아내는 “봉선화 씨앗 주머니가 터지듯” 떠나갈 것이고 화자는 그런 “꽃씨 여인”을 바라보며 삶의 존재를 새삼 되새기는 자의식의 내면과 마주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것은 각자의 가치관이나 사유하는 세계가 다른 데서 관계가 깊은 연유에서다. 화자는 “창가를 통해 보는 꽃밭”에서 봉선화를 보고 있지만 “꽃잎 입술이 바람에” 떨리고 “큰기침 한 번에// 사방으로 튀어 나간/ 사리알 같은” 불안한 징조에 직면하게 된다. “움직임이 없는/ 병실의 아내”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픈 아이들에게/ 씨앗을 나눈 꽃씨 여인”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은 머리카락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이타적인 자의식으로 가득 차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자의식은 “계절 옷을 갈아”입고 “씨앗을 나눈 꽃씨 여인”에서 “내 사랑/ 꽃씨 여인 떠난” 것으로 각인시켜 내고 있다. 바람에 떠는 꽃잎 입술, 노랗게 익은 씨앗, 아픈 아이들, 내 사랑, 꽃씨 여인 등의 이미지들은 화자가 지적하고자 한 궁극적인 자의식의 내면이다. 떨리고, 터지고, 튀어 나간 작은 씨앗 등은 개별성을 가진 자의식으로 화자의 본모습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 실제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이 시가 풍기고 있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바닥에 닿는 순간 야생마처럼”(「사랑은 봄비처럼」) 튀는 봄비 소리나 “빨갛게 터져버린 나팔꽃”(「아가미가 꽃으로 핀다」)을 통해 전봇대를 타고 오르는 생명의 살랑거림을 응시하는 행위나 혹은 “캔버스 안에서 살랑거리는/ 키 큰 가을 상형문자”(「코스모스 소녀」)에서 수채화처럼 활짝 피어 한들한들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몸짓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장면을 환기시켜 자의식에 대한 깊은 성찰과 비애를 감각적으로 들춰내고 있다.
이번에 상재 한 전금란의 시집 벚꽃 칸타타로 떨어지는 봄을 본다는 타나토스나 코나투스 중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춘 위치에서 자의식을 인식한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세계는 비관적이나 부정적이지 않고 그가 지닌 개별적인 자의식으로 시를 더 깊고 내밀하게 한다. 화자나 시인이 이러한 세계관이나 사유하는 인식의 폭에 따라 시를 대하는 방식이나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전금란의 시에서는 세상의 모습이 문명의 이기나 폐해로 얼룩지는 면도 없지 않게 지적하고 있으나 거개의 작품은 화자로 전이된 대상을 통해 살갑고 진정성 있는 내밀성으로 통찰하기도 한다. 그 일례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이 「어머니 항아리」이다.
어머니 돌아가신 날부터/ 매일 항아리를 닦는다// 함박꽃 무더기 옆 장독대/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주신/ 씨간장을 품은 항아리// 안개와 뒤엉킨 먼지 묻은 표면/ 알몸의 항아리 아침마다 닦으면/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 투박한 손등 같은 뚜껑을 열자/ 항아리 속 깊은 눈매/ 동그랗고 새까만 눈동자/ 어머니 눈동자와 마주친다// 어머니 눈동자가 ‘간장 주랴’라고 말한다 - 「어머니 항아리」 전문
화자가 바라보는 “어머니 항아리”는 안타까운 외할머니의 죽음과 매일 항아리를 닦는 어머니 사이에서 비롯되는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이 사람과 맺는 관계는 많은 대화와 몸짓에서 우러나는 소통에서 이루어진다. 시는 시인의 감각과 정서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화자의 메시지나 코드를 독자에게 전달하여 감동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자나 사물에서 비롯된 사유를 획득하는 기능을 갖게 해준다. 전금란의 시에서는 시의 미학보다는 정서나 사건으로 인한 비애나 회한을 자의식으로 잘 걸러내고 있다. 「어머니의 항아리」는 시의 슬픈 전개가 애잔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시 속의 이미지를 진지하게 그려내어 배치시켜 놓는다. 그런데 이 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머니”가 중의적인 의미로 존재하는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어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인 외할머니이고 다른 하나의 어머니는 화자가 부르는 어머니이다. “어머니 돌아가신 날부터/ 매일 항아리를 닦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화자는 어머니의 어머니인 즉, 씨간장을 어머니에게 주신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그리고 “안개와 뒤엉킨 먼지 묻은 표면”을 아침마다 닦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외할머니의 얼굴과 어머니의 얼굴을 동시에 연상시킨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와 사유는 항아리 뚜껑을 열자 “동그랗고 새까만 눈동자/ 어머니 눈동자와 마주”치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 정경으로 나타난다. 머지않아 잠재적인 어머니가 될 화자 자신의 눈동자와 어머니의 눈동자가 마주치는 서정을 아슬한 자의식으로 잘 획득해낸다.
그대와의 만남을 아는지 마른 가지에 스치는 봄바람 닿는 곳마다 전주를 알리는 음이 조금씩 열린다
리듬을 머금은 둥근 음표가 꽃잎 샹들리에로 펼쳐지는 봄날 바람의 손가락이 하얀 건반을 건드리자 시작된 봄 변주곡
나뭇가지 오선지에서 나비같이 가벼운 칸타타로 내려앉는 벚꽃, 꽃잎 음표 한 장 한 장 향기 머금은 숨결로 노래를 부르는 거리
사이렌 목소리를 닮은 걸까 지나는 발걸음 멈춰 귀 기울이는 유혹의 칸타타 흩날리는 벚꽃 선율 따라 흐드러진 향기 허공에서 스텝으로 눈꽃 같은 춤을 춘다 --[벚꽃 칸타타] 전문
---전금란 시집, {벚꽃 칸타타로 떨어지는 봄을 본다}, 도서출판 지혜, 값 1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