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Physalis alkekengi L.
가짓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이죠.
모도 잘 보이게 하려고 꺾어다 잔디밭에 세웠습니다.
전날에 곁님이 몇 차례 근동 마을 무슨 봉사활동을 하던 중
웬 떠꺼머리 아저씨 한테서 억지로? 건네받은 아인데
이것을 또 굳이 지한테 맡깁니다.
화단 가에 심어 바라보는데 자리 대비 관상이 잘 맞지 않습니다.
딱 이맘 때쯤에서부터 꽈리껍질이 딱 '까바질' 때까지가 진짠데
잎은 벌써 누래져 가거나 타져서 아예 거무튀튀해지니
엣다! 대문밖에서 맘껏 놀거라, 숲 가장자리에 오라를 풀어주었죠.
요기가 나 좋고 지 좋은 왈 꽈리 자리라
몇 년만에 어언 밭이 되었답니다. 암암, 그날 잘혔다...
우리 어릴 적 때깔이라고도 했고 꾸아리라고도 불렀죠?
다 익어서 빨개지면 그 모양이 옛 등롱처럼 보여져서 등롱초라고도 한대요.
처마나 기둥에 매달아 밤을 밝혔을 그 청사등 홍사등 말이에요.
전구알 위에 갓을 씌운 골목길 외등도 같은!
꽈리...
누나가 고무줄 놀이 곁에 놓고 입속을 굴리며 꾸왁꾸왁 뽀드득뽀드득 잘도 불던
그 소리를 나는 왜 찍찍 쭉쭉 피씩피씩 시끄러웠는지...
무슨 비밀병기라도 입속에 감췄을까 입 모양을 따지고 혀모양을 뽑아보았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것은
누나의 누나에 의한 누나를 위한 오직 누나만의 장난감이었죠.
훗날에 고무로 만든 요강같은 꽈리장난감이 나왔을 때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고
난 그만 완전히 흥미를 잃고 맙니다.
그 여파는 바야흐로 늙은이로 담을 넘어서도 극복하지 못하여
오늘날 정원마저 쩝쩝거리며 낯을 돌립니다.
다 익은 꽈리의 씨를 열매 구멍이 찢어지지 않게 잘 조물락거리면서
짜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얼매나 어려웠는지...
하여간 누나를 따라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 한둘이어야죠.
봉숭아 물들임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면 누의 손톱은 빨갛고 곱게 잘도 들드만
내 손은 고추장 속 짱아찌였으니!
반딧불이의 불덩이를 눈에 붙여 등롱도 없는 어둔 대문켠에서 날 골리었던 것인데
어찌 내 눈두덩이엔 고것이 잘 붙어지지를 않는 것인지...
먹지고 못하고 구슬처럼 놀것도 아니고
꽃도 영 션찮은 것이니
십년이 넘도록 카페에 사진 한 컷 안 올렸더라니까요글쎼...
식구가 많아졌고 요곳들은 주로 뿌리줄기로 자리를 넓히니
익을 때를 잘 기다렸다 ㅋ.. 약명을 불러 산장초(酸漿)로 데려가야겠어요(열매만).
시다 酸과, 초 漿인데 또 漿은 '미음'이라는 뜻도 담겨있네요.
때깔 안에 든 씨들은 미음처럼 숭늉처럼 주루룩 새나오는 바
그냥 먹어도 되고 잘 말려서 약으로도 쓸 수 있으니 안 잊고 올핸
빨갛게 익을 때를 꼭 찾아가봐야겠다는 맴.
청열 해독 이뇨의 대표 효능으로 해수 부종 황달 등에 응용할 수 있으니
그 성질은 당연히 차겠죠?
열을 다스리고 수도(水道)를 통하게 하여 황달이나 소아의 인후비를 치료할 수 있어요.
꽈리의 타이로신 성분으로 피부의 색소침착과 미백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대요.
그날 그 떠꺼머리 아저씨도 요 내 맴 같아서 그 누이 같은 내 곁님을 보자
고 꽈리 같은 입술이 생각났나? 그 옛집 꽈리밭이 떠올랐나, 어린시절 좋아했던
으떤 소녀가 떠올랐을까... 나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