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잡으려 美·日 합동결혼식…문선명, 바다 위 ‘왕국’ 세웠다
통일교 없으면 미국 미쉐린 스시 레스토랑에 초밥 없다 〈下〉
#뉴욕타임스, 통일교를 때리다
미국 전역의 스시 식당에
신선한 날생선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트루 월드 푸드’.
그 뒤에는 통일교가 있었습니다.
2021년 뉴욕타임스에 심층 탐사보도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미국 초밥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The Untold Story of Sushi in America)’.
대니얼 프롬슨이란 기자가 수개월에 걸친 취재 끝에 탐사 보도를 했습니다.
‘트루 월드 푸드’가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총재의 지시로 설립됐고,
통일교 신도들의 헌신을 발판으로 거대한 독점 기업으로 성장해 온 과정을 폭로했습니다.
이 기사는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언뜻 소문으로만 알던 요식 업계 종사자들도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보고
“정말, 그렇구나”라며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자신들과 거래하는 공급처가 통일교의 자금줄과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 겁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가 보도됐을 때,
‘트루 월드 푸드’의 장악력이 어느 정도였을까요?
미국과 캐나다의 무려 8300개가 넘는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수산물 시장에서 독점적 유통 제국을 건설한 셈이었습니다.
#종교적 신념인가, 아니면 식자재인가
일부 셰프들은 난감했습니다.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스시의 이미지는 건강하고 세련된 ‘힐링 푸드’에 가까웠거든요.
그런데 신흥 종교 단체가 배후에 있다고 하니까 무언가 찜찜해진 겁니다.
물론 ‘트루 월드 푸드’ 측은 자신들이 종교 단체와 분리된,
독립적인 영리 기업이라고 뉴욕타임스에 해명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찜찜함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실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거래처를 바꾸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맞습니다.
완전한 실패였습니다.
‘트루 월드 푸드’가 구축한 냉장 물류 시스템은 그만큼 독보적이었습니다.
생선의 품질, 시간을 맞추는 칼 같은 배송,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폭넓은 배송망.
그걸 따라잡을 거래처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적지 않은 유명 세프와 요식 업계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나의 신념을 위해 식당의 품질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종교적 배경에 눈을 감고 최고급 생선을 공급 받을 것인가.”
다들 후자를 택했습니다.
제 아무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트루 월드 푸드’와 거래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 불가였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트루 월드 푸드’라는 기업의 지배 구조와 수익 흐름이
통일교 관련 단체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폭로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널리즘적 찬사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트루 월드 푸드’의 대체 불가능한 품질과 유통망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바다 위에 세운 왕국
통일교가 수산업에 나설 때
미국 정부는 외국 어선에 대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그었습니다.
미국인이 아니라면 고기를 잡을 수 없다는 조업 제한을 둔 겁니다.
통일교에서 참치잡이에 나선 이들은 대부분 일본인 신도들이었습니다.
당시 문선명 총재는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외국 배들의 근해 어업에 200해리 제한을 두었다.
그러나 일본인 신도들을 미국인 신도들과 짝지어(결혼시켜) 주면,
우리는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다.
미국인과 맺어진 일본인 형제들은 미국 시민이 되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다.”
놀랍지 않습니까?
통일교가 참치잡이 사업에 얼마나 전략적으로 뛰어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 총재는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나는 정부와 종교계가 우리를 핍박할 것을 알았기에
천일국(Kingdom of Heaven)을 건설하기 위한 대안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는 먼저 바다 위에 왕국을 세우고 그것을 육지로 가져올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그러니 통일교의 바다 사업은
땅 위에 통일교 왕국을 세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사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했습니다.
‘트루 월드 푸드’가 없었다면
미국에서 이렇게 스시가 대중적인 음식이 되기도 힘들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많은 미국인이 궁금하게 여깁니다.
‘트루 월드 푸드’의 기업 이익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혹시 통일교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자금 흐름의 투명성에 대해 물음표를 다는 이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출처:중앙일보]백성호: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