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토세공항에 도착 후 미나미치토세역에서 특급 호쿠토 기차로 갈아타고 하코다테역으로 향한다. 3시간 10분이 조금 넘는 거리. 기차는 도마코마이에서부터 노보리베츠, 오샤만베를 거쳐 모리역에 이르기까지 쓰가루해협의 바람이 불어대는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바다 건너로는 일본 본토의 아오모리현 땅이다. 이처럼 신치토세공항에서 하코다테까지 찾아가는 여정은 바다와 붙어 달리는 기차여행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하코다테역에 닿자마자 하코다테 시내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서 하코다테야마(334m) 정상으로 부랴부랴 찾아간다. 산 꼭대기까지 관광객들이 접근하는 방법은 로프웨이를 타도 되고 하코다테역 앞 4번 정류장에서 하코다테야마 등산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서서히 해가 지고 시내에 불이 들어오는 시각, 관광객들은 경쟁적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하코다테 시가지 지형은 장구처럼 양쪽이 오목하게 들어갔다. 먼저 가로등이 불을 밝히면 그 다음으로 빌딩들의 창문이 환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하코다테의 야경이다!'하고 스스로를 감탄의 세계로 밀어넣는다.
하코다테야마에서 야경 감상을 마치고 한 사람의 열정을 되새긴다. 그의 기념비가 이곳 로프웨이 종착역 외벽에 조용히 붙어 있다. 1800년 이노 타다타카라는 측량가는 하코다테산에 올랐다. 이 지점은 바로 홋카이도 측량 역사의 시발점이 되었다. 일본 전 국토의 22%를 차지하는 홋카이도. 그처럼 광대한 땅이 한 사나이의 열정에 의해 일본인들은 자국 영토의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홋카이도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을 측량하고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제작한 장본인이다.
▲ (시계반대방향으로) 1 하코다테의 쥬지가이 전차역. 2 하코다테역 앞에서 안내판을 보는 여행객들. 3 높이 107m의 고료카쿠타워
하코다테 시내여행에는 '시전1일 승차권'(600엔)이 유용하다. 2개 노선의 전차를 하루 종일 횟수에 상관 없이 탑승할 수 있다. 승차권에는 노선도와 역 주변 명소까지 그림으로 그려낸 '시전안내' 지도가 첨부돼 큰 도움이 된다. 하코다테 도쿠마에와 유노카와(5번), 야치가시라와 유노카와(2번)를 잇는 두 개의 노선은 쥬지가이역에서부터 하코다테역전을 거쳐 유노카와까지는 같은 궤도를 사용한다.
하코다테역전에서 유노카와 방면으로 8정거장 거리인 고료카쿠코엔마에(고료카쿠공원역전)는 필수 방문지이다. 이 역에서 북쪽으로 700m 떨어진 곳에 고료카쿠공원과 타워, 도립하코다테미술관과 북양자료관이 밀집, 볼거리가 풍성하다. 고료카쿠타워(107m) 전망대는 입장료(840엔)가 아깝지 않다. 고료카쿠 성, 하코다테야마, 하코다테항구 등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아울러 별처럼 아름다운 형태의 고료카쿠성에서 벌어진 개화기의 생활상, 구 막부군과 신정부군 간의 전투도 모형을 곁들여 실감나게 해설하고 있어 하코다테시의 역사를 이해하기에 좋다. 봄날, 오각형 형태의 별 모양을 한 고료카쿠성 공원 전역에 벚꽃이 만발한 광경은 하코다테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 대형 쇼핑몰로 변신한 엣날의 붉은 창고건물들
하코다테 역전에서 하코다테 도쿠마에 방면 전차를 타고 스에히로초역에서 내리면 모토이언덕을 걸어올라 모토마치공원에 갈 수 있다. 언덕길에서 문득 뒤를 돌아다보면 바다가 보이는 모습이 샌프란시스코의 언덕을 연상케 한다. 조경이 잘 된 모토마치공원에는 구 하코다테구 공회당, 하코다테시 사진역사관 건물, 구 영국영사관 등 근대문화유산이 다수 남아 있다. 2개의 전차 노선이 갈라지는 쥬지가이역도 관광객이 많이 오르내리는 역이다. 이 전차역에서 북쪽 부둣가로 350m 걸어가면 '붉은 벽돌 창고군'이라는 여행지가 나타난다. 과거에는 물자를 보관하던 창고 건물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대형 쇼핑센터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카페, 비어홀, 유람선 승선장 등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 하코다테 아침시장
하코다테역 서쪽 출입구 바로 앞은 아침시장으로 이어진다. 생선, 건어물 상점과 식당들 약 300여 개가 한 자리에 모여서 새벽 5시부터 영업을 한다. 시장 구경 후 카이센동(해산물덮밥), 덴푸라 등 해산물로 식사를 하기에 좋다. 하코다테시는 삿포로시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쇼핑가가 화려하진 않다. 하코다테역 앞의 보니모리야, 고료카쿠코엔역 앞의 마루이이마이백화점 정도를 추천한다. 온천욕을 하고 싶다면 유노카와온천역에서 하차한다. 이곳의 많은 온천탕들은 바다를 보면서 온천욕을 즐기도록 시설을 갖추었다. 전차역 인근의 무료족탕시설에서는 부담 없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다.
PART2 / 비밀의 숲인 홋카이도대학식물원을 숨겨둔 삿포로 하코다테에서 노보리베츠와 미나미치토세를 경유, 삿포로역까지 가는 특급열차는 하루 9회 운행된다. 기차에 오르기 전 역에서 에키벤(도시락) 하나, 녹차 한 병을 고른다. '하코다테 야경이야기'라는 이름의 도시락은 5가지 해물을 하코다테야마에서 내려다본 야경처럼 밥 위에 배열해놓았다. 기차여행의 맛은 에키벤을 까먹는데 있다고 했던가. 물론 기차 안에서도 승무원들이 수레를 밀고 다니면서 도시락이며 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판다.
일본에서는 어느 도시를 가든 메인 역을 중심으로 교통망이 어떻게 뻗어나가는지를 살피는 것이 급선무이다. 삿포로시내에는 3개의 지하철 노선(난보쿠선, 도호선, 도자이선)이 뻗어 있다. 삿포로역에서는 난보쿠선과 도호선이, 삿포로역에서 남쪽으로 1 정거장 떨어진 오도리역에서는 3개의 노선이 모두 만난다.
삿포로시의 전차(총 연장 길이 8.4km, 정거장 23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오도리역 인근 니시욘초메역과 스스키노역을 직사각형 형태의 노선으로 운행하는 시전(전차)을 이용해본다. 니시주고초메역에서는 도립근대미술관, 미기시 고타로 미술관이 가깝고 로프웨이 이리구치역에서 내리면 로프웨이를 탄 후 삿포로 시내 전경 감상지인 모이와야마(531m) 산정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나카지마코엔도리에서 하차하면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관, 북해도립문학관 관람과 나카지마공원 산책이 가능하다. 단 삿포로맥주원과 맥주박물관에 가려면 삿포로역 앞 도큐백화점이나 북쪽 출구에서 버스를 타도록 한다. 택시를 타도 요금이 그리 비싸지 않다.
▲ 홋카이도대학식물원의 숲길과 아카렌가 청사의 연못
여름철에 삿포로시를 방문한다면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 연못, 홋카이도대학식물원, 오도리공원, 나카지마공원 산책을 추천한다.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일명 아카렌가 청사) 건물은 1888년 붉은 벽돌로 지어졌는데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근엄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실내 2층에는 홋카이도 역사갤러리, 사할린자료관, 아카렌가 북방영토관, 국제교류‧도산품전시실 등이 들어섰다. 무료로 개방되는 이 시설들을 관람하고 밖으로 나와 수양버들과 연못이 잘 어울린 정원을 산책하는 것이 삿포로 여름 여행의 소소한 기쁨이다.
아카렌가 청사 뒤로 돌아가서 경찰본부청사를 왼쪽에 끼고 한 블록을 더 가면 홋카이도대학 식물원 정문에 닿는다. '도심에 숨은 비밀의 숲'이라고 말하고 싶다. 홋카이도의 자생식물을 포함해서 약 4천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숲이다. 홋카이도 선주민족의 생활문화자료를 전시한 북방민족자료실과 초대 원장이었던 미야베 킨고 기념관, 홋카이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과 메이지시대의 역사적 건축물들을 차례로 둘러보고 여러 갈래로 뻗은 숲길을 걷는다. 라일락 가로수길, 벚나무숲, 북방민족 식물표본원, 초본분과원, 장미원, 캐나디언 록가든, 고산식물원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온실에 들어가본다. 바쁘기만한 여행길 중에 모처럼 휴식을 취하면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행지인 식물원은 외측 루트를 따르면 1시간 30분, 내측 루트를 걸으면 45분 소요되고 곳곳에 통나무벤치가 마련돼 쉬어가기에도 좋다.
<트래블 팁> 오타루시 여행 : 홋카이도 여행에서 오타루시 방문이 빠질 수 없다. 삿포로역에서 기차가 수시로 운행된다. 약 32분 소요. 하루 동안 도보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오타루시는 산책버스를 이용하면 더욱 편하다. 오타루 역전터미널에서 오전 9시 40분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오타루운하터미널, 오르골판매점이 많은 메르헨교차로, 베네치아미술관, 오타루운하 등이 주요 정거장이다. 1회 승차요금은 220엔, 1일 승차권은 750엔. 오타루시종합박물관 운하관에 들어가면 오타루항 창고와 운하의 등장, 개화기의 생활상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