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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용인시 전역에 디지털 먹구름이 드리웠다. 교통약자 장애인 콜 전산이 마비된 것이다. 콜센터는 아비규환이 됐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고스란히 전했다.
많은 장애인은 발이 묶였다. 콜센터 직원들은 비 오듯 쏟아지는 전화에 정신없이 수기로 예약을 받았다. 평소 도로 위를 누비던 다량의 바우처 택시는 그저 도로 위에 멈춰 서 있을 뿐이었다. 이러다 보니 장애인들은 평소보다 한두 시간 더 기다려야 했다. 시간은 흐르는데, 차는 오지 않고, 답답함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2일 아침 필자는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오늘 장애인콜 전산이 안 되어 용인에서 차 타기가 어려워." 듣는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실제로 용인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에 전화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서버가 해킹을 당해 바우처 택시 배차가 먹통이 됐다는 한 직원의 답변을 받았다. 그 목소리에서 피로와 무력감이 느껴졌다.
2일, 용인시 교통약자 이동지원 센터에서 문자가 왔다. 이후로 별다른 안내는 없었다. ⓒ 조현대
필자는 서울에 거주하지만, 용인을 주 3번 방문한다. 특히 수지구청에서 용인의 한 시골 마을로 들어갈 때 바우처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교통약자 차량은 기본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배차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당황스러웠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빨리 용인 장애인 콜을 호출했다. 용인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이었다. 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손바닥에 땀이 배었다.
다행히도 운 좋게 수지구청에서 딱 맞게 차가 도착해 기다림 없이 차를 탑승했다. 차에 오르는 순간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허나 시골에서 다시 수지구청을 가기란 더욱 힘들었다. 볼일을 다 보고 올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차가 안 잡힐 것을 대비해, 한 시간 반 전에 불렀다. 그러자 차는 예상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탑승해야만 했다. 마음은 급해지고, 움직임은 서툴러졌다. 그날 이후로 항상 이동할 시 조마조마한 상태에 있다. 전화를 걸 때마다 마음이 한 켠이 불편하다.
용인 지역에서 교통 약자 차량을 이용하는 자에게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고, 때로는 배차를 포기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원래는 교통 약자 차량의 적은 차량을 보완하기 위해 바우처 택시가 존재했었지만, 그것이 말짱 도루묵이 된 것이다.
031-6193-2114는 용인시청 대표 번호이다. ⓒ 조현대
7일, 용인 시청에 전화를 해봤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시청 공무원의 목소리는 무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공무원은 “정확한 기간은 모르지만, 수요일에는 될 것이다,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남겼다. 언제 복구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말은 공허하게만 들렸다. 답답함이 목까지 차올랐다. 서울에서도 복지콜이 가끔 전산이 안 되는 경우가 있지만, 서버 복구 시간에 10시간을 안 넘기곤 했다. 막막하기만 하다.
용인 장애인콜은 이미 일주일 넘게 서버 복구에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용인시 교통약자 차량 이용자나 용인을 방문하는 장애인들에게 너무나 힘든 일주일이 되고 있다. 매일 아침 월수금이 되면 '오늘은 시스템이 복구됐을까?' 하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이 문제를 용인 시청과 용인 장애인콜 센터에서 조속히 해결해 많은 용인 장애인이 예전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때까지 용인을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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