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박봉영, 권용득
박봉영 대장님과 단둘이 오붓하게 도봉산 선인봉 다녀왔습니다. 다들 이 좋은 날씨에 어디들 가셨는지 선인봉은 마치 평일처럼 한적했습니다.
박대장님은 경송a를, 저는 은벽길을 각각 선등으로 올랐습니다. 경송a는 예전에 영도 선배님 덕분에 후등으로 한 번 가봤던 길인데도 정말 까다로웠습니다. 아무렇게나 밟고 아무거나 잡고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비비고 다녔는지 어지간한 발자리는 다 도자기 같았습니다. 닥터링처럼 생긴 미세한 홀드를 찾지 못하면 등반이 아예 진행이 안 되더군요. 그나마 저는 후등이니까 여유롭게 알맞는 홀드와 동작 찾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는데 만일 선등으로 오르면 당황해서 신나게 오토바이를 탈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볼트 간격은 또 왜 그렇게 살벌한지...
은벽길은 네 번째 피치 크랙까지 먼저 오르던 등반팀이 있어서 방해가 안 되려고 날등 슬랩으로 우회해서 진행했습니다. 경송a로 몸을 제대로 풀었는지 평소 슬랩은 젬병이던 저한테도 무척 수월했습니다. 네 번째 피치 크랙도 손자리와 발자리가 너무 좋고 째밍도 잘돼서 저 같은 초보한테는 기본적인 크랙 등반 자세를 몸에 익히기에 딱 좋았습니다. 네 번째 피치 크랙은 볼트가 확보점 가까운 상단에 떨렁 한 개뿐이지만 박대장님이 챙겨온 트랑고 캠 한 조로 충분했습니다.
잠시 행동식 먹는 시간 빼고는 둘이 번갈아가며 등반을 이어가니까 두 판했는데도 오후 3시가 채 안 됐습니다. 한 판 더 할까 했습니다만 막걸리 한잔 마시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랬습니다만 지하철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내려야 할 정거장을 한참 지나쳐서 결국 한 판 더한 거나 다름없이 늦게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동안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코로나까지 다시 걸려서 운동도 일절 못 하고 집과 사무실 말고는 외출도 삼가했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등반 마음껏 하고 나니까 스트레스가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코로나는 언제 다시 걸렸나 싶고요. 역시 등반이 최고의 힐링이자 안식 같습니다.
*선인이나 인수에서 2인 1조/로프 한 동로 등반할 때는 60자보다 70자가 안전할 것 같더군요. 하강 시 중간 확보점이 60자로는 간당간당하거나 모자라서 자칫 노가다 등강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아서요. 특히 이번 경송a와 은벽길은 등반루트로 그대로 하강하면 70자로도 꽉 찼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첫댓글 벌초하러 다녀와서 등반참석을 누를까하다 피로를 풀자는 생각에 그냥 쉬었는데 날씨가 열일을 했더라구요. 좋은 날 등반하시느라 두 분 모두 즐거우셨겠어요. 역시 선인은 하산주가 으뜸이죠. 수고하셨습니다.
즐거웠지. 주변이 소란스럽지도 않고 날씨까지 끝내줘서 모처럼 등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영조도 같이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구먼!
진정한 탐험가들^^
중간에 하나 빠졌네. 진정한 하산주 전문 탐험가들...
@권용득 점점더 나아지고 있다 그러케 조금씩 좋와지는 거야 너가 원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