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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선비 유영은 수성궁 터에서 노닐다가 취몽 중에 이승의 사람이 아닌 운영과 김 진사를 만나 그들의 사연을 전해 듣는다. 안평 대군의 궁녀인 운영은 문객(文客)인 김 진사와 사랑에 빠져 남몰래 만나며 도망갈 계획을 세우지만 안평 대군에게 발각된다. 진노한 안평 대군은 운영을 죽이려 하고, 궁녀들은 운영을 변호한다.
“자란(紫鸞)이 초사(招辭) 에 왈,
[가] [‘금일의 일에 죄가 측량할 수 없는 지경이라 심중의 소회(所懷)를 어찌 차마 숨기리이꼬. 첩등(妾等)이 다 여항(閭巷)에 생장(生長)한 계집이라, 아비 대순(大舜) 아니요, 어미 이비(二妃)가 아닌즉, 남녀 정욕이 어찌 없사오리이꼬. 주(周)나라 목왕(穆王)은 천자로서 매양 요대(瑤臺)의 즐김을 생각하였고, 항우(項羽)는 영웅이로되 군막에서 눈물 흘림을 금치 못한지라, 주군이 어찌 운영으로 하여금 홀로 운우(雲雨)의 정을 없다 하시나이꼬. 김생(金生)은 또한 당세 가운데 영걸(英傑)이어늘, 유인하여 내당에 들임이 주군의 일이요, 운영을 명하사 벼루를 받들림도 또한 주군의 영이라. 운영이 심궁(深宮)의 원녀(寃女)로서 한번 미남자를 보매, 상심실성(傷心失性)하여 골수에 병이 든지라. 비록 장생(長生)하는 약과 편작(扁鵲)의 수단이라도 효험 보기 어려운지라, 하루아침에 이슬같이 스러지면 주군이 비록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어도 진실로 무엇이 유익함이 있사오며 오륙 년 애휼(愛恤)하시던 뜻이 헛곳에 돌아갈지라, 첩의 어린 뜻은 운영으로 하여금 한 번 김생을 뵈어 양인의 원통함을 풀어 주시면 주군의 적선이 이보다 큼이 없사오리이다. 전일 운영의 훼절함은 그 죄가 첩에게 있고 운영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 첩이 드린 말씀이 위로 주군을 속임이 아니요, 아래로 제배(儕輩)를 저버림이 아님이라. 금일의 일로 죽으니 또한 영행(榮幸)이로소이다. 원컨대 주군은 첩의 몸으로써 운영의 명을 대신하게 하여 주옵소서.’]
첩의 초사에 왈,
[나] [‘주군의 은혜 산 같고 바다 같거늘 능히 그 정절을 지키지 못하오니 그 죄 하나요, 전일 지은 바 글에 의심됨을 주군께 뵈오나 마침내 직고(直告)치 아니하오니 그 죄 둘이요, 서궁의 무죄한 사람이 첩의 연고(緣故)로써 죄를 한가지로 입게 하니 그 죄 셋이라. 이 세 가지 죄를 짓고 살아 무슨 면목으로 사람을 대하리이꼬. 만일 혹시 아니 죽이셔도 첩이 마땅히 자결하리이다. 다만 서궁의 궁녀들은 과연 무죄하오니, 억울지탄(抑鬱之嘆)이 없게 하소서.’]
대군이 모든 초사를 보기를 마치매, 자란의 초사를 다시 살펴 익히 보시고 노색(怒色)이 적이 덜리신지라, 소옥(小玉)이 꿇어 울며 왈,
‘전일 빨래를 하러 성내(城內)로 가지 말자 하기는 첩의 의논(議論)이더니 자란이 밤에 남궁(南宮)에 이르러 청하옴이 심히 간절하온지라 첩이 그 뜻을 불쌍히 여겨 뭇 의논을 물리치고 좇았더니 운영의 훼절함은 그 죄 첩에게 있고 운영에게 있지 않은지라 운영은 무죄하여이다. 복원(伏願) 주군은 첩의 몸으로써 운영의 명을 대신하여지이다.’
대군의 노기가 점점 풀어져 이로 인하여 첩을 별당에 가두고 그 나머지는 다 풀어 주시더라. 그 밤에 첩이 수건으로써 스스로 목매어 죽었나이다.”
김 진사가 붓을 잡고 운영의 이르는 대로 세세히 기록함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지라 붓을 던지고 서로 대하여 슬픔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더라. 운영이 진사더러 일러 왈,
“이 아래는 낭군이 말씀하소서.”
진사 이어 가로되,
“운영이 자결한 후에는 궁내의 사람 중 서럽게 울지 않을 이 없어 부모의 상사(喪事)를 만남과 같은지라, 곡성이 궁문 밖을 나가매 나 또한 듣고 기절한 지 오래더니 집안사람이 초혼(招魂)에 발상(發喪)까지 하고 한편으로는 구활(救活)하여 저물 무렵에 이르러 비로소 깨어난지라. 바야흐로 정신을 정하고 스스로 생각하되 일이 이미 엎친 물이 된지라 장차 어찌하리오.”
- 작자 미상, 「운영전」 -
✽초사: 조선 시대에 죄인이 범죄 사실을 진술하던 일.
✽운우의 정: 남녀가 서로 즐기는 애정.
✽제배: 동료들의 무리.
39. 윗글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토론의 형식을 통해 여러 인물의 의견 대립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② 두 주인공이 이동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사건들을 인과적으로 엮어서 보여 주고 있다.
③ 독백과 대화를 교체해 가면서 대립하고 있는 두 인물의 갈등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④ 이야기꾼의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차례대로 전달하고 있다.
⑤ 작가가 작품 속에 직접 개입하여 중심인물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노출하면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40. 윗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안평 대군은 뜻하지 않게, 김 진사와 운영이 인연을 맺는 계기를 제공했다.
② 운영은 어떤 글을 썼다가 김 진사를 향한 마음에 대해 안평 대군의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③ 김 진사는 안평 대군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운영과의 만남을 회피한 적이 있다.
④ 운영은 빨래를 핑계로 궁 밖으로 나가 김 진사를 만난 적이 있다.
⑤ 소옥이 자란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운영과 김 진사의 상봉을 도와준 셈이 되었다.
41. [가]와 [나]에 나타난 설득 방식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글쓴이는 고사 속의 인물들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처지를 옹호하고 있다.
② [가]의 글쓴이는 문제 상황의 발생 원인에 청자의 책임도 있음을 환기하고 있다.
③ [가]의 글쓴이는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며 청자가 결정을 번복하도록 하고 있다.
④ [나]의 글쓴이는 잘못을 열거하며 자신이 스스로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강조하고 있다.
⑤ [나]의 글쓴이는 자신의 잘못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함을 밝히며 청자의 관용을 구하고 있다.
4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3점]
<보기>
「운영전」의 여성 인물들은 자신들의 욕망과 의지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비록 이들의 도전은 제도적·사회적 장벽에 막혀 좌절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그 도전이 지닌 사회적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① 안평 대군은 여성의 욕망을 억압하는 사회 제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해석할 수 있겠군.
② 운영의 자결은 여성의 욕망이 제도적·사회적 장벽에 막혀 좌절된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③ 자란의 초사에는 타고난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는 사회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보이는군.
④ 운영의 자결에 대한 김 진사의 반응은 제도적 장벽을 타파하고자 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드러내는 것이겠군.
⑤ 운영의 주변 여성들이 대군 앞에서 운영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것은 여성들 간의 연대감을 보여 준 것이라 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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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2]고전 소설
작자 미상, 「운영전」
http://commentary.tistory.com/275
http://freeodyssey.blog.me/220745284936
http://snustudy.com/220493477372
http://blog.naver.com/ahnsony88?Redirect=Log&logNo=80024272967
해제 이 작품은 안평 대군의 궁궐인 수성궁에서 벌어진 운영과 김 진사의 금지된 사랑을 다룬 애정 소설이다. 몽유록계 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흔히 「수성궁몽유록」이라고도 한다. 유영의 꿈에 운영과 김 진사가 나타나 자신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유영이 꿈에서 깨어나는 서사 구조를 통해 사랑이 인간의 본성임을 비극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주제 운영과 김 진사의 신분을 초월한 비극적인 사랑
전체 줄거리 선비 유영은 안평 대군의 옛집인 수성궁에 놀러 가서 홀로 술을 마시다 잠이 들고, 취몽 중에 김 진사와 운영을 만나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운영은 본래 안평 대군의 궁녀였는데, 어느 해 가을 수성궁에 대군을 찾아온 김 진사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운영은 궁녀이기 때문에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하지만 둘은 죽음을 무릅쓰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담을 넘어 만나기도 하며 밀애를 나눈다. 결국 김 진사는 운영과 둘이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안평 대군은 궁녀가 외부인과 내통한다는 소문을 듣고 대로하여 궁녀들을 문책하니, 운영은 자책감 때문에 자결한다. 이에 슬픔을 이기지 못한 김 진사 또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염라대왕은 이들을 불쌍히 여겨 다시 하늘나라로 올려 보내 주었다. 이들은 하늘나라로 올라가기 전, 수성궁에 들러 유영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인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유영이 깨어 보니, 김 진사와 운영의 일을 기록한 책이 놓여 있었다. 유영 은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장 속에 감추어 두고 때때로 꺼내 보고 망연자실하고, 후에 명산을 두루 찾아다니다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쳤다.
39 서술상 특징 파악 답 ④
| 정답이 정답인 이유 |
④ 확인 이야기꾼의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들
‘김 진사가 붓을 잡고 운영의 이르는 대로 ~’ 이전 부분은 운영이, ‘진사 이어 가로되’ 이하는 김 진사가 각각 유영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두 주인공이 이야기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형식임을 알 수 있다. 운영과 김 진사 두 인물이 유영에게 자신들의 과거사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이 작품의 전체적인 특징이다.
|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확인 토론의 형식, 의견 대립
인물들 간에 찬성과 반대의 의견으로 나누어져 대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토론 장면이라 할 수 없으며, 여러 인물이 운영을 변호할 뿐 구체적인 의견의 대립이 나타나지 않는다.
② 확인 두 주인공이 이동하는 공간
주인공인 운영이 궁내에서 궁 밖으로 빨래하러 간 것, 별당에 갇힌 것은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진사가 공간을 이동하는 장면은 없다.
③ 확인 독백과 대화를 교체
정답지인 ④에 대한 설명에서 밝힌 대로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운영과 김 진사가 유영이라는 선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대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시된 지문에서도 독백은 나타나지 않는다. 자란과 운영이 말한 바도 ‘초사’라는 형식의 글로 적혀 있고, 이를 운영이 말로 옮긴 것이다.
⑤ 확인 중심인물에 대해 비판적 시선
‘김 진사가 붓을 잡고 ~ 이기지 못하더라.’는 서술자의 목소리가 직접 드러난 부분으로, 작가의 개입이 약하게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인물에 대해 동정적 시선을 보이고 있으므로 비판적 시선으로 볼 수 없다.
40 사건의 전개 과정 이해 답 ③
| 정답이 정답인 이유 |
③ 확인 미안함, 운영과의 만남을 회피
자란의 초사에서 안평 대군이 당세의 영걸인 김생을 유인하여 내당에 들였다고 했으므로, 안평 대군이 김 진사를 총애했음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김 진사가 운영을 만나는 데 대해 안평 대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단서도 없고, 운영과의 만남을 회피한 적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단서도 없다.
|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확인 인연을 맺는 계기
자란의 초사에서 안평 대군이 김 진사를 불러들이고 그가 글을 쓸 때 운영에게 벼루를 받들게 했다고 한 내용으로 미루어, 두 사람이 인연을 맺는 데 대군이 빌미를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해 크게 노하는 것으로 보아 그것이 대군의 의도가 아니었음도 알 수 있다.
② 확인 안평 대군의 의심
운영의 초사에서 ‘전일 지은 바 글에 의심됨을 주군께 뵈오나’ 라는 구절을 통해 김 진사를 향한 마음에 대해 안평 대군의 의심을 받은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⑤ 확인 빨래를 핑계로, 운영과 김 진사의 상봉
소옥은 처음에 빨래를 성내(城內), 곧 궁(수성궁)의 밖이 아닌 궁 안에서 하자고 했으나, 자란의 요청을 받아들여 궁녀 일행과 함께 궁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이 ‘운영의 훼절’의 계기인 것처럼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빨래하러 나간 틈에 운영과 김 진사의 상봉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41 대화의 특징 이해 답 ⑤
| 정답이 정답인 이유 |
⑤ 확인 본인의 의지와 무관함
[나]에서 ‘직고치 아니하오니’를 보면 글쓴이가 자신의 잘못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함을 밝힌다고 보기 어려우며, ‘만일 혹시 아니 죽이셔도 첩이 마땅히 자결하리이다.’를 보면 청자의 관용을 구하고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확인 고사 속의 인물들을 동원, 자신들의 처지를 옹호
[가]에서 자란은 대순과 이비, 목왕과 항우와 같은 고사 속의 인물들을 동원하여 자신들에게도 남녀의 정욕이 있음을 말하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옹호하고 있다.
② 확인 문제 상황의 발생 원인, 청자의 책임
[가]에서 자란은 문제 상황의 발생 원인으로 청자인 주군이 김생을 내당으로 들이고 운영에게 벼루를 받들게 했음을 들며 주군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환기하고 있다.
③ 확인 부정적인 결과, 결정을 번복
[가]에서 자란은 운영이 죽게 되면 주군에게도 유익함이 없으며 오륙 년 동안 애휼(愛恤)하시던 뜻이 헛것이 될 것임을 들어 주군이 결정을 번복하도록 하고 있다.
④ 확인 잘못을 열거, 책임의 무게를 강조
[나]에서 운영은 잘못을 세 가지로 목록화하여 제시하고 있으며 그 죄들로 인하여 스스로 죽어야 마땅하다고 말할 만큼 책임의 무게를 강조하고 있다.
4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답 ④
| 정답이 정답인 이유 |
④ 확인 제도적 장벽을 타파하고자 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지
운영이 제도적 금기를 위반하여 사랑을 나누기는 했지만, 이를 제도적 장벽을 타파하고자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김 진사의 슬픔은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서, 이를 억압받는 여성의 도전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확장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확인 여성의 욕망을 억압, 사회 제도를 대표
대군은 여성이 가지는 사랑의 욕망을 억압할 수 있는 신분을 가진 인물이므로 사회 제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해석할 수 있다.
② 확인 여성의 욕망이 제도적·사회적 장벽에 막혀
운영의 자결은 궁궐의 법도와 당대의 윤리 제도에 가로막혀 일어난 일이므로, 이는 여성의 욕망이 제도적·사회적 장벽에 막혀 좌절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확인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는 사회 제도, 비판적 시각
자란의 초사에는 타고난 개인의 욕망인 남녀의 정욕마저 억압하는 사회 제도로서의 궁궐 윤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⑤ 확인 여성들 간의 연대감
운영의 주변 여성들이 함께 대군에 맞서 운영을 변호하는 것은 여성들 간의 연대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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