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자동차 여행을 좋아한다. 여름 여행은 물론이고 겨울 여행도 눈이 없는 남쪽으로 차를 몰고 장시간 내려간다. 이민 전에도 한국의 모든 도로를 뒤지고 다닐 정도로 운전하며 돌아다니곤 했다.
얼마 전 휴가지에서 돌아왔다. 퀘벡시티의 북동쪽 25분 거리에 있는 카티지를 일주일간 렌트 하여 머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옛 프랑스풍의 도시 퀘벡 시티가 아기자기하여,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아름답고 재미있는 도시이다. 다리가 아픈 사람이 많이 치유됐다는 쌩 땅 드 보프레 성당도 유명하고 100m 낙차의 몽모랑시 폭포와 그 물살을 가로질러 걷는 구름다리 낀 산책길이 있어 일주일 머물며 쉼과 관광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이곳은 내가 사는 토론토에서 840km 거리라서 혼자 운전하면 벅차고 일행과 나누어 운전하기엔 적당한 거리이다. 두 명이 두 시간씩 운전하면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포함하여 10시간 소요된다. 도심지를 지날 때는 차량이 많아 운전이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부산과 신의주 간 거리이니 멀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속도로는 한산하여 운전 자체를 즐기며 여행할 수 있다.
매년 겨울엔 플로리다의 데이토나 비치(Daytona beach)로 운전하여 간다. 토론토에서 편도로 2,000km이니 중간 지점에 일박하고 내려간다. 먼 길이지만 추운 캐나다를 벗어나 따뜻한 남쪽 지방을 간다고 생각하면 운전하면서 힘이 솟는다. 아내와 교대로 2, 3시간씩 운전하며 내려간다. 특히 위도를 따라 남으로 운전하면 겨울 봄 여름 계절의 변화가 펼쳐지는데 이틀 만에 세 계절을 느끼며 내려가는 것이 자동차 여행의 희열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은 여름 가을 겨울로 향하는 길이기에 상대적으로 재미가 적고 때로는 눈에 덮인 긴 토론토 겨울을 상상하면 암울해지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여름엔 동쪽 끝 노바스코샤로 갔다. 그중 가장 대서양에 붙어있는 케이프 브래튼 섬은 편도로 2,100km이다. 운전이 쉬운 지역이지만 중간에 뉴브런스윅주의 멍턴에서 1~2박을 하며 주위의 볼 것을 즐기고 도착하는 곳이다. 다시 그곳 대서양에서 일주일을 머물다 돌아오는데 완전히 휴가의 정착이다. 대서양과 우거진 숲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대서양을 즐기고, 산행, 그리고 책과 잠을 충분히 만끽하고 오는 곳이다. 특히 살아있는 싱싱한 바닷가재와 홍합을 직판장에서 직접 싸게 구매하여 요리해 먹는 것은 이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이다.
이민 초기, 대부분의 이민자가 그렇듯이 우리 가족도 심리적으로 불안하였다. 그 불안정은 가족 간에 잦은 충돌로 이어졌다. 특히 당시 사춘기 아들과의 충돌은 아내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1월 어느 날 아내는 캐나다의 겨울이 길고 지루하니 나에게 자동차 여행이라도 하고 오라고 했다. 자기는 아들을 돌봐야 하기에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그 의도도 모르고 난 대뜸 'OK'라고 답하고 간단한 준비 후 캐나다 최고의 명소 로키산맥으로 차를 몰았다. 나중에 그 뜻을 알 것도 같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동차 여행을 좋아했다. 내가 사는 온타리오주만 빠져나가는데 이틀이 소요됐다. 온타리오 북부는 산도 많고 눈도 많아 운전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펼쳐지는 캐나다 대평원(prairie)은 왕복 4차선의 직선 도로로 다시 이틀을 달려야 했다. 가끔 대평원을 운전했다는 사람을 만나면 혁명의 동지를 만난듯이 반갑다.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운전이 너무 지겨웠다고 말한다. 똑같은 밀밭은 20시간이나 운전해야 한다고 지루함 만을 이야기한다. 난 그곳을 지날 때 그 광활함에 벅찼고 그곳을 운전하고 지나간다는 감격에 눈시울이 적셔졌다. 1월에도 불구하고 눈이 없어 누런 들판과 군데군데 돌돌 말린 건초 짚단(hay)이 그려진다.
일주일간 로키산맥에 머물다 돌아오는 대평원 길은 폭설과 함께했다. 함박눈은 북위 50도의 캐나다 1번 고속도로를 사정없이 덮어버렸고, 제설 장비는 아무 의미 없게 눈을 치우는 것 같았다. 난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운전했고 계획보다 하루를 더 운전해야 했다. 특히 중간지점 어느 모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났는데 폭설이 방문 앞에 쌓여 있었다. 문을 못 열어 직원이 눈을 치운 후에 나왔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젠 이런 장시간 자동차 여행이 어려워졌다. 아내와 같이 운전을 돌아가며 했는데 아내의 눈에 이상이 생겼다. 녹내장이라 한다. 운전을 조금 오래 하면 눈이 쉬 피로를 느끼고 급기야 머리에 통증까지 온다고 한다. 작년 겨울 플로리다 여행은 왕복 4,000km를 나 혼자 운전했다. 이번 퀘벡 여행은 아내가 뒷자리에 앉아 있었고 다른 일행이 앞자리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사람이 바뀌니 이상했다.
아내는 내가 운전 중에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 보는 것을 좋아했다. 긴 대화도 좋아했다. 이젠 여행을 하게 되면 공항에서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비행기 안에서 서로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첫댓글 이 미숙입니다.
가끔씩 '우먼파워'에 올리신
창규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자동차 여행' 에서도
회원님의 깊은 마음을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여행으로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우먼파워의 글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전 예전에 교차로에 "알래스카 자동차 여행"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코비드-19 시대에 건강하세요.
캐나다 대평원을 20시간 홀로 운전하면서 감격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한 문장으로 작가님의 감성과 자동차 여행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운전 중에는 아내의 눈을 보며 대화할 수 없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아내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는 말로 앞으로도 쭈욱 여행을 하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응원합니다. 덤덤한 듯 쓰셨지만 여운이 남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덕택에 힘을 내서 코로나바이러스도 이기고 다음 여행을 갔으면 좋겠습니다.
와우~ 정말 멋진 여행이시네요.그 코스로 저희 부부도 도전해 봐야겠습니다.아름다운 이야기 담아 주시고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나 봐요.
김수남님은 항시 같이 등단한 동기로 먼저 기억됩니다.
코로나 시대에 zoom 으로 뵈서 반가웠습니다.
요즘, 특히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