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을 가다 - 그린마켓과 워터프런트 쇼핑센터 남아공 흑백차별의 상징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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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장을 가다
그린마켓과 워터프런트 쇼핑센터
남아공 흑백차별의 상징
백인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빅토리아 & 알프레드 워터프런트 <출처: (cc) South African Tourism at Flickr.com>
인종차별은 철폐되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경제 불평등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남한의 12배 면적에 약 5천5백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한 국가이다. 남아공은 정치·경제적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선진화된 국가로 아프리카의 유일한 G20 국가이며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를 대표하고 있다.
남아공의 정치·경제는 1994년 민주화가 이뤄지고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폐지된 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면서 크게 변화했다. 아파르트헤이트란 아프리칸스어1)로 ‘분리’, ‘격리’라는 의미로, 1948년 남아공 국민당 정부가 유색인종 차별을 목적으로 입법한 정책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모든 사람을 백인, 흑인, 컬러드(Coloured)2), 인도인 등의 인종 등급으로 나누어, 인종별로 거주지와 출입구역을 분리하고, 통혼을 금지시키는 등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시행된 철저한 분리 정책이었다.
남아공 흑인 거주지역의 판자촌(2005년).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에도 경제적 불평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출처: (cc) Matt-80 at Wikimedia.org>
아파르트헤이트의 철폐 이후 정치적으로는 1994년에 실시된 남아공 최초의 다인종 선거에서 넬슨 만델라가 흑인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현재까지 흑인 대통령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전체 인구의 10%도 되지 않는 백인들이 전체 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남아공은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수준이며,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63(2013년 기준)으로 브라질, 러시아 등과 함께 가장 높다. 2013년 기준으로 백인 가정의 연평균 소득은 흑인 가정보다 6배나 많은 구조로 흑백 간의 경제적 차별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 중심의 남아공 시장
남아공의 흑인 노점상
남아공의 시장은 아프리카의 여타 국가들과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은 백인들이 350년 이상 지배한 국가로 시장 형태가 백인들이 만든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대부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한국에서와 같은 전통시장은 거의 볼 수 없고 장을 본다는 개념은 곧 대형마트에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흑인들의 경우 동네의 노점상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으로 과자나 과일, 식음료 등을 판매하는 정도다. 이로 인해 남아공에는 ‘울워스(Woolworths)’, ‘숍라이트(Shoprite)’, ‘픽앤페이(Pick n Pay)’, ‘매스마트(Massmart)’, ‘스파(Spar)’ 등의 대형유통업체가 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2015년 기준으로 남아공 소매시장의 84%를 차지하는 반면 재래시장은 8%에 불과하다. 한국은 최근에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강제휴무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남아공은 대형마트의 확대와 경쟁력을 통해 남아공뿐 아니라 전체 아프리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아공의 경제적 불평등은 시장 구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즉 흑인들은 아직까지 같은 흑인들을 대상으로 자그마한 구멍가게와 노점상 중심의 장사를 하고 있는 반면, 백인들은 백인과 흑인 중산층, 아시아계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대형마트와 쇼핑센터 중심의 장사를 하고 있다. 이는 백인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오늘날에도 경제 불평등에 기인한 인종차별이 여전히 잔존함을 엿볼 수 있는 시장구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