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첫차를 탔습니다.
요즘 부쩍,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겠단 생각에..
출퇴근 길에 지나치기만 하던 역에 내렸습니다.
(이 동네는 어떤 사람들이 사나.. ?)

손에 든 서울 시내 지도를 보면서,
방향 잡고.. 쭉 걸었습니다.

어? 슈퍼마켓 이름이 ..
"제 남동생의 이름이어서, 반가워서 한컷~!" ^^

역촌역 근처의 새벽 공원이 한가로워서 한컷.

참으로 익숙한 서울풍경입니다.

새벽 6시 무렵인데요.. 오늘 하루도,
또 얼마나 많은 분들의 사연이
이 길을 오고갈까요?

주택가로 접어듭니다.
녹번동 구석구석 중간크기 길(인도가 있는 곳)을 종횡무진
"ㄹ"字 모양으로, "w"字 모양으로.. 지도를 보며 걸어갑니다.

나란히 서있는 아이스크림통 삼총사. ^^
초등학교 땐, 참으로 부러웠던 저 하드 통 삼총사~!!

결혼 12년차 쯤인 저로서는..
저 좌측 반지하쯤 되는 집이 내 집이라면.. 상상해 봅니다.
착한 내 아내는 어떻게든 살아냈을 터고, 순하게 자라는 제 자녀(중1,초5)들은
문열다가 행인과 쿠당하는 일을 주의받느라고.. 어린시절을 보냈을 ..
묵묵히.. 이곳 공무원분의 수고와 한계(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돌보는.. )
에 대해 연민만 고민만.. 그러나 시속 4km 의 속도로 또 지나칩니다.

저 오토바이가 내것 였다면, 가난한 나는 그래도 착했으리라.
내 자녀, 내 아내와 함께 예쁜 추억 많이 쌓고,
씩씩한 아빠의 기억으로 비춰지리라. 오토바이 아빠들 화이팅~!!

그 오토바이 너머로 부지런한 택시 아빠들이 오고 갑니다.
비닐봉지 같은 얇은 주머리를 단단히 차려입은 잠바차림으로
출근길 나서는 아저씨께서 제 곁을 스쳐 지나 갑니다.

녹음이 짙은 플라타너스(한국말, 버즘나무).. 잘 자란 걸 보니, 옛길 같습니다.
속도를 위해 낸 큰 도로가 있고, 서울 시내 곁길은 의외로 세월에 의해 만들어진
옛길이 많습니다. 그래서, 서울 시내가 또 관록이 있고 매력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2시간 쯤이 훌쩍 지나고 아침 8시 5분쯤..
녹번역 초등학교 담벼락 생태공원.. 보리수 나무가 있네요.
보리수나무.. 가 저렇게 생겼구나.. 하면서,
8시 10분에, 녹번역 도착
첫댓글 와~~대단하십니다
남들은 5분도 다투는 출근시간을 이리 넉넉하게 사용하신다니
놀랍습니다
6년째 사용해오던 너덜거리던 서울지도를 잃어버린 후.. 새로 구입한 서울1:10000 지도 한 권.
굵은 길만 쭉 걷자니.. 온갖 것이 쓸쓸해보이더만,
하나의 블럭을 지정한 후 크게 한바퀴 돌고, 그 중앙 쯤에 있는 공원 또는 인도가 있는 길은 두번(갈때한번, 올때한번 식으로) 걷고나니..
그 동내 오래살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10 여년 전의 가난한 신혼생활도 생각났고,
조상 잘만나서 50년은 넘어보이는, 정원딸린 높은 담장의 부잣집도 내집이라 상상하면.. 그것도 되더군요. ^^
시속 4키로의 걷는 속도.. 다시는 안 올길.. 베낭에 뭘 많이 넣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인생의 물질 관점 새로왔습니다.
요사이 글 솜씨가 대단한 분들이 발도행에 많이 보이시네요.
반갑습니다!
한번만난 사람 안 만나는 님...ㅎㅎ
길을 걸으면, 컨닝도 그런 컨닝이 없는 듯.. 사실 그대로를.. 전하고, 개인의 느낌을 덧붙이는 형태..
점점 바빠지고, 시간에 대한 애착(집착 수준..)이 커지다보니 자연스런 결과 같아요.
감정이나 정보를 압축하다보니.. 단단해지고, .. 걷다보니 얻게된 부산물이 참 많은 거 같습니다. ^^
(칭찬 감사드립니다. 기분이 좋더군요. 칭찬하시는 님의 내공이 참 높은 이유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