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학기를 마무리하며 / 이미옥
며칠 전 2024년 달력을 선물 받았다. 첫 장이 2023년 12월이었다. 한 해를 시작하려면 마무리부터라는 뜻일까? 한참을 곧 사라질 한 장을 들여다보았다. 올해 어떤 일이 있었지? 3월부터 시작한 ‘일상의 글쓰기’, 여름내 함께한 도서관 시 수업, 요즘 공연 중인 학부모 동극, 거기다 일까지 늘었다. 그 와중에 울릉도 여행이 버킷리스트 상위권인 지인과 여름 휴가를 그곳에서 보냈다. 가을에는 한라산 등반을 늘 노래하던 친구를 위해 10시간을 동행했다. 그리고 자잘한 사건들. 참 바빴네.
올해는 일상의 글쓰기 수업 덕분에 글도 많이 썼다. 처음에는 딱딱한 수업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았다. 글감에 맞춰 한 주에 한 편씩 글을 쓰는 일도 버겁긴 마찬가지였다. 한 학기를 어떻게 마쳤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끝났다. 다음 학기 등록 때 잠시 고민하다 다시 신청했다. 첫 학기 때는 낯설었던 선생님들과 교수님을 화면으로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내가 쓴 글에 선생님들이 달아 준 댓글은 큰 힘이 되었다. 집안일 하지 않는 남편을 한동안 당당히 미워했고 늘 나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시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김장을 함께하면서 날려 버렸다. 너만 잘못한 게 아니라 말해 준 그 공간의 모든 이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특히 큰아이 일은 자꾸 가슴을 눌렀다. 글로 쓰는 게 망설여졌다. 하지만 답답해서 쓰고 싶기도 했다. 글을 올리고는 수업 때까지 카페에 들어가지 않았다. 두려웠다. 내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점을 지적 받을까봐.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냉철한 말을 듣고 선생님들의 댓글을 보며 아이에게 이유 없이 미안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는 고민이 많은 이들을 만나면 글을 써 보라고 권하곤 한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치유되는 이들을 여럿 봤다. 그 경험을 올해는 내가 겪었다. 일상의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한 해를 시작하려면 마무리부터" 멋진 의미네요.
하늘이 큰 일을 맡기려 할 때 정신을 고통스럽게 하고, 육체를 고달프게 하고, 굶주림의 고통을 주고, 처지를 불우하게 하고,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게 한다고 합니다.
크게 쓰려고 하는 과정인가 봅니다.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응원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것이 다인 듯 합니다.
글쓰기를 같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글이 주는 위로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잘 견디셨습니다. 응원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쓰는 건 힘들어도 남는 건 글뿐이더라고요.
한해 정말 알차게 보냈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글 읽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항상 웃는 선생님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우와. 울릉도에도 다녀오고, 한라산까지.
잊지 못 할 한 해겠어요.
우리가 가늠하지 못 할 고민과 아픔이 있으셨군요.
선생님 제가 좋아하는 것 알죠? 헤헤.
뭉클하네요. 진짜.
부지런히 사셨군요.
글은 치유의 문학이라지요.
우리 글쓰기 오래 같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