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외 1편
강빛나
미루다 겁먹은 발표순서가 쫀득하게 기다리고 있다
지금 번쩍일 때 개미들을 긁어모아
밤을 하얗게 공글리며 밀린 과제물을 해결해야 한다
단자는 개미의 무성한 발자국이 찍혀
코끼리 발자국으로 쌓이고
크고 헐렁한 것은
때로 작고 단단한 것을 좋아해서
몸 좁혀 납작 엎드린다
너로 인해 가볍게 연결되는 창끝 세상
그곳에서 완전 도킹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염려는 확신에 뒤지기에 언제 그랬냐는 듯
폼을 잡긴 하겠지만
입은 너를 닮아
최대한 무게감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비상을 준비하는 우리는 쌍방향이다
서로 주면서 채우는 건지
받으면서 비우는 건지
어질어질 태풍급으로 번쩍이던 머리가 삐딱선을 탄다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 문장을 생각하다가 오늘도
꼴딱,
새벽이 창가에 눈발로 붙어 있는 날
쌓아 올린 걸음들 알맞게 옮겨졌나 확인하고
아이가 별사탕에 기대어 새벽을 기다리듯
조그마한 삼지창*에 기대어
코끼리 발자국을 대방출하려는 나, 실망은 없다
*usb의 심벌 5볼트 전력 공급, 직렬 데이터, 접지를 말한다.
문어
내 높은 지능이 연체동물 중 최고라고 했다
머리만 좋을 뿐
나는 천애고아다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사는 습성인즉
겨울 바다 밑바닥을 헤매며 바닥의 맛을 너무 일찍 알았다
가끔 어른들은 집안을 봐야 그 사람을 안다고 했다 먹물을 뿌리고 싶었다
매일 웃는 연습을 했다
그들은 나를 바다의 현자라 불렀지만 바다에서 훨훨 떠도는 무념은 알지 못했다
먹고 사는 일에는 몸 쓰는 것이 중요해서 발바닥이 아려왔다
바위에 몸 비빌 형제 하나 없이 홀로 선다는 것
뼈대 없는 가문이란 게
마땅히 후광 받을 곳이 없다는 게
이렇게 눈시울을 붉히는 일인 줄 몰랐다
짧게 살더라도
단 한 번 눈멀었던 내 사랑 지워지지 않도록
文魚가 文語로 바뀔 수는 없을까
그 질문의 답을 듣기 위해 나는 칠흑 같은 심연을 떠돈다
강빛나
2017년 미네르바로 등단.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박사 통합 수료.
제2회 예천내성천문예공모 대상 수상. 현 계간 미네르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