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슬본 가첩(金約瑟本 歌帖)』은 표제가 『성가』로 된 것과 『ᄌᆞ가』로 된 것 두 권이 있으며, 김약슬(1913~1971) 교수가 수집하여 그의 사후 고려대학교 도서관(신암문고)에서 소장하고 있다.
『성가(聖歌)』로 된 것은 가로 12cm 세로 17.5cm의 비교적 조그마한 가첩으로, 일제 강점기 주로 사용된 붉은 선이 처진 괘지(罫紙)로 되어 있고, 1면에 10행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의 망실이 심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책의 뒤편에 있는 “대한국탁덕 최도마져술”이라는 기록과 “대한국승지”라는 기록이다. 이는 천주가사의 여러 작품이 최양업 신부의 작(作)이라는 주장의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 가첩에는 「삼셰대의」, 「텬당강론」, 「디옥강론」, 「십계강론」, 「령셰」, 「견진」, 「고ᄒᆡ」, 「셩톄」, 「죵부」, 「신픔」, 「칠극」, 「혼ᄇᆡ」, 「졔셩」, 「ᄒᆡᆼ션」, 「ᄋᆡ덕」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삼셰대의>는 로마 교황청에 보내기 위해 1885년 성 민극가(스테파노)의 시복 조서를 작성할 때 김보록(金保祿, Robert) 신부가 정서한 것으로, 앞서 『시복자료본(諡福資料本)』을 통해 살핀 바 있다.
본 자료는 『김약슬본 가첩(金約瑟本 歌帖)』에 실린 이본(異本)으로 내용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 자료는 『천주가사 자료집 上』(하성래 감수․김영수 엮음,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0, pp.407~417)을 옮겨 적었음
○ 자료집에는 한글 가사체로 되어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아래 줄에 현대어 번역 및 한자(漢字)를 병기(倂記)하였음
삼세대의(三世大義)
<1-앞>
삼셰대의
남녀교우 형님네야 이내말ᄉᆞᆷ 드르보쇼
(남녀교우男女敎友 형님네야 이내 말씀 들어보소)
역려갓ᄒᆞᆫ 이세상에 쵸로갓치 스러지니
(역려逆旅: 나그네 같은 이 세상에 초로草露: 풀에 달린 이슬같이 사라지니/죽어 없어지니)
쥭엄에ᄂᆞᆫ 노쇼업고 쥭ᄂᆞᆫ긔한 모로ᄂᆞᆫ다
(죽음에는 노소老少: 늙은이와 젊은이 없고 죽는 기한期限 모르는구나)
보ᄇᆡ갓ᄒᆞᆫ 이세상에 엇지ᄒᆞ야 허송ᄒᆞᆯ가
(보배寶貝 같은 이 세상에 어찌하여 허송虛送: 헛되이 보냄 할까)
만물즁의 엇듬되여 알본분 업단말가
(만물중萬物中: 온갖 무리 가운데에 으뜸되어 알[實, 알맹이, 실질] 본분本分: 근본이 되는 직분이 없단 말인가)
하ᄂᆞᆯ내여 덥흐시고 ᄄᆞ흘내여 슬으시고
(하늘을 내어 덮으시고 땅을 내어 실으시고[載])
일월내여 조림ᄒᆞ고 만물내여 양육ᄒᆞ니
(일월日月: 해와 달을 내어 조림照臨: 해와 달이 위에서 비춤하고 만물萬物 내어 양육養育: 보살펴 자라게 함 하니)
엇지ᄒᆞ야 쥬ᄌᆡ업고 우리상벌 업슬소냐
(어찌하여 주재主宰: 중심이 되어 처리함, 또는 그 사람 없고 우리 상벌賞罰 없을쏘냐)
<1-뒤>
트미ᄒᆞᆯ사 사ᄅᆞᆷ이여 아득히도 모로ᄂᆞᆫ가
(투미: 어리석고 둔함할사 사람이여 아득히도 모르는가)
무시지종 오주계서 무형무샹 슌신으로
(무시지종無始之終: 처음과 끝이 없음*의미미상 오 주님께서 무형무상無形無狀: 형체와 모습이 없는 순신純神: 흠결없는 하느님으로)
젼능젼지 젼션이오 호ᄉᆡᆼ호시 ᄒᆞ옵시니
(전능전지全能全知: 온전히 능하고 온전히 앎 전선全善: 온전한 선善 하심이오 후생厚生何時: 어느 때라도 넉넉하고 윤택하게 함 하옵시니)
무ᄉᆞᆷ일을 모르시며 무ᄉᆞᆷ권이 업슬쏘냐
(무슨 일을 모르시며 무슨 권한이 없을쏘냐)
텬디만물 일월셩신 륙일죠셩 ᄒᆞ신후에
(천지만물天地萬物: 세상의 모든 것 일월성신日月星辰: 해와 달, 그리고 뭇별 육일六日: 엿새 동안 조성造成 하신 후後에)
하ᄂᆞᆯ내여 궁궐삼아 구즁텬의 ᄌᆞ립ᄒᆞ니
(하늘을 내어 궁궐 삼아 구중천九重天: 아홉 둘레 하늘 *‘구중궁궐’과 같은 표현에 자립自立: 홀로 섦 하니)
구픔텬신 호위ᄒᆞ야 영영세에 죠신되니
(구품천신九品天神: 아홉 품계의 천사 호위護衛하여 영영세永永世: 끝이 없는 세대에 조신朝臣: 조정의 신하되니)
륙복지은 ᄉᆞ긔지은 원만무결 자죡이라
(육복지은六福之恩: 여섯-마음의 가난, 애통, 온유, 의, 궁휼, 청결 등-가지 복을 주신 은혜 사기지은四奇之恩: 선한 사람이 부활한 뒤에 받는다는 네 가지의 신기한 은혜. 곧, 썩지 않으며, 빛나고, 강하며, 영적인 몸으로 살아나는 것을 이름 원만무결圓滿無缺: 두루 가득차고 결함이 없음 자족自足: 스스로 만족함이라)
놉고놉흔 텬신이여 흠션ᄒᆞᆷ도 ᄒᆞᆫ이업다
(높고 높은 천신天神이여 흠선欽羨: 우러러 공경하고 부러워함 함도 한限: 끝이 없다)
무ᄉᆞᆷ락이 부죡ᄒᆞ여 반시ᄀᆡᆨ의 범명ᄒᆞ노
(무슨 낙樂이 부족하여 반시각半時刻: 얼마 되지 않은 시각에 범명犯命: 명을 어김하나)
<2-앞>
ᄋᆡᄃᆞ랄손 텬신이여 저형벌을 엇지ᄒᆞᆯ고
(애 닳을 쏜 천신天神: 천사이여 저 형벌刑罰을 어찌할까)
쥬의의노 혁혁ᄒᆞ샤 텬당밧긔 내치시니
(주님의 의노義怒: 의로운 화를 내심 혁혁赫赫: 밝게 빛나는 모양 하시어 천당 밖으로 내치시니)
텬신휘ᄂᆞᆫ 혁파ᄒᆞ고 누지ᄲᅮ리 마귀ᄉᆞᆷ아
(천신天神: 천사 위位: 자리는 혁파革罷: 법령이나 제도 따위를 없앰 하고 누지陋地: 누추한 곳 뿌리 마귀魔鬼 삼아)
영고즁의 더지시니 모든형구 갓쵸앗다
(영고永苦: 영원한 고통 속에 던지시니 모든 형구刑具: 형벌에 쓰이는 도구 갖추었다)
ᄆᆡᆼ슈독츙 옹위ᄒᆞ고 악ᄎᆔ무궁 쵹비ᄒᆞ니
(맹수독충猛獸毒蟲: 사나운 짐승과 독이 있는 벌레 옹위擁圍: 둘러쌈 하고 악취惡臭: 나쁜 냄새 무궁無窮: 끝이 없음 촉비觸鼻: 냄새가 코를 찌름 하니)
ᄭᅳᆯ코ᄭᅳᆯᄂᆞᆫ 불바ᄃᆞ가 ᄲᅮᆷᄂᆞᆫ거시 불ᄭᅩᆺ치라
(끓고 끓는 불바다에 뿜는 것이 불꽃이라)
ᄋᆡ고답답 설움이여 무ᄉᆞᆷ일노 범명인고
(애고 답답 설움이여 무슨 일로 범명犯命: 명령을 어김인가)
텬신위ᄂᆞᆫ 어디가고 마귀탈이 무ᄉᆞᆷ이며
(천신天神: 천사 위位: 자리는 어디 가고 마귀탈이 무엇이며)
션과락은 어ᄃᆡ가고 악과고ᄂᆞᆫ 무ᄉᆞᆷ이며
(선과락善果樂: 선한 행동에 따른 결과와 즐거움은 어디 가고 악과고惡果苦: 악한 행동에 따른 결과의 고통은 무엇이며)
찬찬영광 어ᄃᆡ가고 침침야ᄉᆡᆨ 무ᄉᆞᆷ일고
(찬찬영광燦燦榮光: 빛나는 영광 어디가고 침침야색浸沈夜色: 어둠이 물드는 밤 무슨 일인가)
<2-뒤>
한을ᄒᆞ고 원을ᄒᆞᆫ들 엇지ᄒᆞ야 갑흘소냐
(한恨: 억울함 하고 원怨: 원망을 한들 어찌하여 갚을쏘냐)
억년만년 무궁셰에 불ᄉᆞ불멸 어이ᄒᆞᆯ고
(억년만년億年萬年: 오랜 시간 무궁세無窮世: 끝이 없는 세대에 불사불멸不死不滅: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음 어이할까)
텬쥬젼능 무한ᄒᆞ샤 삼분지일 뷘ᄌᆞ리ᄅᆞᆯ
(천주님의 전능全能: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 무한無限: 한계가 없음 하시어 삼분지일三分之一: 셋으로 나눈 것의 하나 빈자리를)
사ᄅᆞᆷ으로 졍ᄒᆞ시니 디당셰계 ᄇᆡ포ᄒᆞ야
(사람으로 정하시고 지당地堂: 아담과 이브가 쫓겨나기 전에 살았던 낙원 배포配布: 나누어 줌 하여)
아담에와 만ᄃᆞ실졔 흙덩이로 데를지어
(아담과 하와 만드실 때 흙덩이로 테두리: 육체를 지어)
영혼들나 명ᄒᆞ시니 명영ᄃᆡ로 남ᄌᆞ되어
(영혼 들어오라고 명命하시니 명령命令대로 남자가 되어)
취ᄒᆞᆫᄌᆞᆷ을 지은후에 륵골ᄒᆞ나 ᄲᅡ혀내여
(취한 잠을 재운 후後에 늑골肋骨: 갈비뼈 하나 빼내어)
녀인마ᄌᆞ 죠셩ᄒᆞ니 건쟝ᄒᆞ고 슬긔잇셔
(여인女人마져 조성造成: 만듦 하니 건장健壯: 튼튼하고 씩씩함하고 슬기 있어)
의와졍이 ᄀᆞ득ᄒᆞ야 디당셰계 쥬쟝이라
(의義와 정情이 가득하여 지당地堂: 인류가 타락하기 전에 살았던 만복소萬福所 세계 주장主掌: 어떤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라)
임의ᄃᆡ로 살니다가 육신으로 승텬ᄒᆞ니
(임의任意: 자신의 뜻 대로 살아가게 하다가 육신肉身으로 승천昇天: 하늘에 오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