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종선 | 날짜 : 09-09-11 15:05 조회 : 1732 |
| | | 엄마는 사랑의 뿌리
<엄마와의 2박 3일 연극을 보고> 김종선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은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평 받으면서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연일 매진을 이어가다 급기야 공연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나 역시 언젠가의 관람을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청주에서 <충북학생문화원> 동양일보 문화기획단의 주선으로 공연이 열려 참 다행이었다. 관록 붙은 국민배우 강부자 씨가 <엄마로> 출연해 화제가 된 이 연극은 간암 말기인 딸이 <전미선> 친정엄마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2박3일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간암말기의 딸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 그곳은 고향을 지키며 오직 자식들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온 유년시절의 그 초라한 집, 엄마의 따뜻한 품이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딸이 갑자기 찾아와 이런저런 티격태격 엄마와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내심 애틋한 사랑의 표출임을 누가 모르랴. 겉으론 평범한 모녀의 대화로 포장되어 서로의 속마음을 감추는 듯하지만 끝내 그 극한의 고통과 이별은 모녀의 애간장을 태우고도 남는다. 어디주인공들 뿐일까! 공연장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딸이 불치의 병을 얻어 고향으로 왔을 때, 그 엄마의 무너지는 가슴은 그 누구라도 상상하고도 남으리라. <강부자> 그 특유의 음성과 몸짓으로 절규한다.
“내 새끼, 보고 싶은 내 새끼. 너 한 테는 참말 미안하지만, 나는 니가 내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맙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제일 보람된 것은 너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와서 제일 후회되는 일은 그것도 너를 낳은 것이다. 사랑한다. 내 딸아.”
‘사랑 한다’ 말하지 않아도 ‘잘못했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은 바로 엄마는 사랑의 뿌리이기 때문이라고……. 가장 힘들고 괴롭고 외로울 때 찾을 수 있는 어머니,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 란 단어에서도 눈시울을 적시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바로 천륜이며 그 관계는 의무나 책임이 아닌 본능 그 자체를 말함이리라.
이 연극을 보면서 나 역시 눈물이 고였다. 그 시골에서 나를 사범학교까지 보내주어 직업을 갖게 해준 어머니! 바로 그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도 다른 유년 친구들과 똑같이 초등학교로 막을 내렸을 지도 모른다. 더구나 안타까운 일은 학교를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로 막 첫 발령을 받은 시점에서 한 의사의 실수로 너무도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셨으니 그 애통함을 어떻게 말하랴.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이미 62.5 사변과 토지개혁이란 국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집 재산은 거의 잃어 버렸기에 학비 마련조차 어려운 형편이었다. 돌아보면 그 6년 객지에서 공부하느라고 효도는커녕 기울어지는 가세에 결국 짐만 더 얹은 겪이 되었었다. 학비 한 번 타 낼 때마다 쌓여가던 어머니의 근심 걱정, 그래서, 그래서 돈벌어 효도하리라 수없이, 수없이 다짐을 했었는데 보답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 지금도 내 가슴 한 가운데 한으로 남아있다.
또한 나 역시 딸만 두었다. 내 스스로가 더 오래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몸을 잘 돌보아야겠구나. 마음을 다지기도 하였다. 이렇듯 공연 중 내내 애절한 마음의 연속이지만, 공연 자체를 놓고 보면 진부한 면이 곳, 곳에 보인다. 산촌 환경을 그리더라도 좀더 현실감 있게 나타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한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었으면? 아쉬움이다. 특히 세트 설치에서 더한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샘을 자극한 절절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연극이었다. 오래 오래 마음 한 자락에 남아있을 것 같다. |
| 김종선 | 09-09-11 15:10 | | 안녕들 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청주 김종선 <목향> 이에요. 위 연극을 보고 감명 깊어 글 한 편 빚었습니다. 자주 인사드려야 하는데 ..... 본의 아니게 이렇게 되었네요.모두들 환절기에 건강하심을 바랍니다. 안녕! | |
| | 임병식 | 09-09-11 16:33 | | 목향은 엊그제 메일을 받아서 잊지 않고 있습니다. 화면이 열리자마자 강부자씨가 보여서 함께 사진을 찍으셨나 했습니다. 새삼, 어머니의 사랑를 깨우치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 |
| | 김종선 | 09-09-12 18:21 | | 네.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새로 쓴 것이 없어서 급하게 쓰느라고 보내 드린 원고가 마음에 안 드실지 모르는데 그래도 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일이라 작품화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
| | 정진철 | 09-09-11 20:22 | | 김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머니는 소박하면서도 위대합니다 신이 인간을 다 돌볼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보내셨다고 하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좋은 연극을 보신것 축하드려요~ | |
| | 김종선 | 09-09-12 18:23 | | 안녕하셔요? 그래요. 엄마의 그하해 같은 마음을 무엇으로 대신 할까요. 답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 |
| | 임재문 | 09-09-12 02:49 | |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베스트 셀러가 되어 최단기 100만부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연극도 엄마와 2박 3일이 인기를 끄는 군요 엄마! 하고 불러보고 싶은 이 마음은 그 옛날 어릴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것 같습니다. 김종선 선생님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 |
| | 김종선 | 09-09-12 18:26 | | 임재문 님, 퇴직하시고도 늘 바쁘게 사시는 것 같아요.하기야 사람이 늙으나 젊으나 일이 없으면 그거야 살아 있는게 아니겠죠. 늘 분주해 보이는 모습 보기좋아요.고맙습니다. | |
| | 박원명화 | 09-09-13 11:36 | | 영화감상하신 좋은 글 보여주어 고맙습니다. 어머니, 그리고 또 어머니, 그렇게 우리 여자들은 어머니로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지닌 것 같습니다. 내 어머니가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나 역시 어머니로 살아야 하는 게 아름다운 것인지~ 어머니만 생각하면 감동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여자의 미덕이란 게 어찌보면 유교가 만들어낸 여자들의 감옥이 아닐까요? | |
| | 김종선 | 09-09-14 15:01 | | 네 .그렇기도하겠지요. 도덕을 앞세운 미덕으로 옭아매기도 했겠지요. 그러나 어쩌면 엄마라는 이름으로 겪는 모든 일들은 본성이 아닐까 싶어요. 희생과 봉사로 살아야하는 천부적으로 짊어진 짐이라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러기에 자식들을 위해선 기꺼이 나를 버리는 삶도 자초하지요. 원명화 님 협회일로 많이 바쁘실 텐데....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안녕! | |
| | 박영보 | 09-09-13 23:12 | | 어머니
나의 귓전엔 아직도 새벽녘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당신의 기도소리
깊게 패인 주름살 속에 아픔과 설음을 새겨 넣은 당신의 모습이 그립게 남아
백년도 못되는 삶속에 채우기 버겁던 기쁨의 빈자리 크신분의 이름으로 끌어 안던 당신의 믿음을 바라봅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내게 가르쳐준 당신 당신의 주고간 믿음의 씨앗이 조금씩 자라나는 내 안에 사랑의 손길만이 가득합니다.
<어머니. 그 단어만으로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 |
| | 김종선 | 09-09-14 15:07 | | 박영보 님, 좋은 시 한 편 감상 잘 했습니다. 그리움과 고마움이 그냥 묻어납니다. 어머니! 그이름에 가슴 찡하지않을 사람 몇이나 될까요. 고맙습니다.좋은 계절입니다.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
| | 일만성철용 | 09-09-15 02:23 | | 박물관 겸제 정선도 가 봐야지, 영화 해운대도 봐야지, '친정엄마와 2박3일'도 보야 하니 또 하나의 욕심이 생겼지만 이렇게 소개하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만약 암이 걸렸다면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언제 죽을지 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그땐 고이 고이 모셔놓은 독자와 자식이 준 내 재산목록의 하나인 바랜타인 30년과 21년 술을 용감히 따서 한 잔 한 잔 마시면서 하루하루를 행복을 노래하며 보내리라.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과 친구들에게 못다한 이야기를 편지로 쓰리라. 그리고 나를 병문안 오는 이가 있다면 부탁하리라. 아무 것도 가져오지 말고 내가 건강할 때 써 놓은 글 한 줄을 읽어주고 가라고. | |
| | 김종선 | 09-09-15 15:29 | | 성철용 님, 안녕하세요? 참으로 담담하신 말씀 귀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생을 잘 살았다 해도 회한이 있기 마련일텐데 ... 죽음의 임박을 알고 도 그렇틋 초연하다면 정말 거룩한, 아니 요즘 대두되는 존엄사가 될 듯하네요. 하기야 발버둥 친다고 갈 곳을 안 가겠습니까? 모든 것은 자연의 순리이니 되도록 편하게 맞이 해야겠지요.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합니다. 가는 날 가되 제발 너무 많이 아프지 않고 가게 해 달라고 ..... | |
| | 이희순 | 09-09-15 16:53 | | 그 딸은 친정 어머니께 어떻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병을 고백할 수 있었을까요. 자신이 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어머니께 고해야 하는 딸의 심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 |
| | 김종선 | 09-09-16 09:54 | | 네. 그게 궁금하겠네요. 이 연극에선 직접 딸이 얘기 한 것이 아니고 오빠의 친구가 의사인데 그를 통해서 오빠가 먼저 알게 되었고 엄마는 오빠를 통해서 알게 되었답니다. | |
| | 최복희 | 09-09-18 11:08 | | 김종선 선생님! 어머니의 사랑을 새삼 느끼게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선생님의 수필집을 통해서 선생님의 삶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더욱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 | 김종선 | 09-09-18 14:35 | | 안녕! 최복희 님, 잘 지내죠? 홈피에 한 번 들른다는 것이 그냥 미뤘네요. 연극을 보고 감동받아 한 편 썼어요. 가을의 시작입니다. 좋은 계절 의미있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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