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손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부처님의 덕을 나타내기 위하여 열 손가락으로 여러 모양을 만들어 표현한 것이다. 인계(印契), 인상(印相), 밀인(密印), 계인(契印)이라고도 한다.
인계(印契)란 부처님이나 보살이 특정한 손가짐을 통해 종교적 상징의미를 드러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인(印)이란 산스크리트어
무드라(Mudra)를 뜻옮김한 말이며 한자어로 모다라(毋陀羅) 등으로
소리옮김이라고 한다. 결정되어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나 인장(印章)의 의미를
지닌 말에서 부처님이나 보살의 자내증(自內證), 본서(本誓) 또는 공덕을
상징하게 되었다.
손가락을 꼬부리거나 한 손 또는 두 손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나타내고 때로는 여러 가지 물건을 잡기도 한다.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손으로
어떤 모습을 짓는 경우를 수인이라 하고, 손에 물건을 들거나 집어 인상(印相)을
나타낼 경우 이를 계인(契印)이라 한다. 다시 말해 여러 불·보살 등이 지닌
근본되는 서원을 중생구제를 위하여 마음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가르켜
인계(印契)라 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불·보살 또한 수없이 존재할 수 있고, 또
불,보살마다 수많은 근본서원을 지니고 있으므로 인계 또한 무량하다고 하겠다.
경전이나 의궤(儀軌)에 실린 인계의 수는 수천가지에 이른다. 밀교에서는 이렇게
많은 인계도 12합장(十二合掌) 6종권(六種拳) 가운데 하나를 바탕으로 맺게
되므로 12합장 6종권을 인모(印母)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밀교에서 볼 수
있는 인계는 수행법으로 매우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밀교에서 등장하는
존상(尊像)들의 인계를 모두 헤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석가모니부처님과 관련된 근본오인(根本五印)을 중심으로 중요한
인계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절을 찾아 불보살께 예배드릴 때 보다 뜻깊은
신앙심을 북돋게 하고자 한다.
석가여래의 근본오인은
선정인(禪定印)·항마인(降魔印)·전법륜인(轉法輪印)·시무외인(施無畏印)·여원인(與願印)이란
다섯 가지 수인을 가리킨다. 이들 수인은 석가여래의 생애 가운데서 커다란
사적과 관련을 맺고 있다. 뒷날 이 근본오인은 밀교의 다섯여래의 오인이 된다.
선정인(禪定引) : 선정인은 결가부좌일 때 취하는 수인이다. 손가짐을 보면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해서 배꼽 앞에 놓고, 오른손 또한 손바닥을 위로 하여
왼손 위에 겹쳐 놓는데 이때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서로 맞대는 형식이다.
삼마지인(三摩地印) 또는 등지인(等持印)이라고도 말한다. 이 선정인은 인도에서
옛부터 있었던 수행인의 자세로써 망념을 버리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삼매경에
들게 하는 수인으로, 석가여래가 보리수 아래에 앉아 선정에 들 때 바로 이
수인을 취하였다.
항마촉지인(降摩觸地印) : 이 수인은 석가여래가 마왕 파순을
굴복시키고 정각을 이룸을 상징하는 수인이다.
전법륜인(轉法輪印) :
녹야원에서 베풀어진 최초의 설법을 초전법륜이라 한다. 법륜을 굴린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진리를 설하는 것을 뜻한다.
전법륜인 또는 설법인이라고 불리는 이
수인은 최초의 설법을 상징하고 있다. 이 수인은 실제 조각에서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손가짐을 경전에 따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왼손이 엄지와
집게손가락의 끝을 둥글게 서로 대로 장가락·무명지·새끼손가락의 세 손가락은
모두 펴는데 오른손도 같게 한다.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하고 오른팔목에 왼손
무명지와 새끼손가락의 끝을 대며, 오른손은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다.
시무외인(施無畏印) : 중생에게 무외(無畏)를 베풀어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고통을 없애주는 자비의 덕을 나타내는 수인이다. 손가짐은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위로 뻗치고 손바닥을 밖으로 내보여 어깨까지 들어올린
모습이다.
여원인(與願印) :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중생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하여 주시는 덕을 드러낸 수인으로 시여인(施與印), 시원인(施願人),
만원인(滿願印)이라고도 한다. 손가짐을 보면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아래를 향하여 손 전체를 늘여뜨린다. 시무외인과 바내의
모습이다.
이 수인은 다른 수인과 달리 부처님께서 어느 때 어떤 장소에서
어떠한 연유로 이 수인을 취하셨는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시무외인과 여원인 이 두가지 수인은 우리 나라 삼국시대 불상에서는 존명에
관계없이 두루 이 수인을 취하고 있어 통인(通印)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특히
여원인에서는 밑을 향한 다섯 손가락 가운데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구부린 불상이
많아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수인은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서 우리 나라 불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권인과 미타정인에
대해서만 설펴보기로 한다.
·지권인(智拳印) : 비로자나불이 맺는 수인이다.
우선 손가짐을 보면, 왼손 오른손을 각각 엄지를 속에 넣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감싸 주먹을 쥔다. 다음에 왼손을 가슴에 올려 들고 집게 손가락을 풀어서 곧게
세우고는 주먹을 오른손의 새끼손가락으로 왼손 손가락 끝을 서로 맞댄다.
이러한 손모양은 일체의 무명 번뇌를 없애고 지혜를 얻은다는 뜻이다.
·미타정인(彌陀定印) : 미타정인은 아미타여래의 수인으로
묘관찰지정인(妙觀察智定印)이라고도한다. 아미타여래의 수인은 아미타
48대원만큼 그 종류도 많은데 우리 나라에서는 미타정인만 볼 수 있다.
미타정인은 구품인(九品印)이라고도 한다. 구품이란 아미타여래의 정토인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사람들은 그의 행업이 깊고 얕음에 따라 상품·중품·하품의
세 부류로 구별되고, 다시 이 삼품은 각각 상중하의 3생이 있어 모두 구품으로
나뉜다.
이렇게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각각의 무리에 상응한 아미타여래의 자비의
모습을 상징으로 나타낸 것이 아미타정인이다.